[선택5·31좋은정책,바른자치] 정책점검
진대제 “지역별 탄력 규제…격자형 도로망 구축”
김문수 “자연보전권역 폐지…교통체계 바꿔 소통”
김용한 “환경파괴·과밀 우려…수정법 유지해야”
경기지사 후보 공약
오는 31일의 지사 선거를 앞둔 경기도에선 수도권 개발규제 완화와 교통소통 개선이 2대 화두다. 환경보전과 경제력 집중 해소 등의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수도권 발전이 희생됐다는 인식과, 교통난에 대한 불만이 유권자들 사이에 퍼져 있는 탓이다.
3파전을 진행 중인 진대제(열린우리당), 김문수(한나라당), 김용한(민주노동당) 후보는 이들 쟁점에 대한 나름의 방안을 제시하며 ‘비교우위’를 자신하고 있다.
수도권 규제 어떻게?=수도권 규제 문제를 놓고는, 일단 총론 차원에서 진대제 후보와 김문수 후보가 “대표적인 수도권 규제법인 수도권정비계획법(수정법)을 폐지하겠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이에 대해 김용한 후보는 “수도권 개발은 개발업자에게만 이익이 돌아가며, 환경파괴와 수도권 과밀화를 불러올 규제완화로 서민들이 얻을 이익이 없다”고 대척점에 선다. 현재의 규제 틀 안에서 경기도 발전 방향을 찾자는 논리다.
하지만 세밀히 들여다보면, 진대제 후보와 김문수 후보도 수도권정비계획법 폐지 이후의 대안과 그 추진방식에서 적지 않은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진 후보는 수도권정비계획법상의 획일적 규제 대신 환경보존을 전제로 한 자율적, 계획적 규제를 내세운다. 김문수 후보 쪽은 이에 대해 “원칙만 제시하고 있을 뿐 구체적 대안이 없다”고 비판한다. 김 후보 쪽 관계자는 “김 후보의 경우, 의원 시절인 지난해 말 대체입법인 ‘수도권의 계획적 관리에 관한 법률’을 발의해 법안이 현재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에 계류 중”이라고 주장했다.
진 후보 쪽은 대안이 없다는 비판에 대해 “수도권정비계획법에서 가장 문제되는 부분은 개발이 엄격히 금지되는 ‘자연보존권역’(한강수계 8개 시·군 적용)”이라며 “이를 4~5개 권역으로 세분화해 지역 사정에 맞게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김 후보가 발의한 대체법안은 ‘자연보존권역’을 없애고 기업의 규모별 제한도 폐지하는 내용이어서, 상수원 수질관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실제 지난 3일 열린 토론회에서 김문수 후보는 ‘팔당 상수원 구역에 대공장을 설립해도 된다’고 주장했다”고 반격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 쪽 관계자는 “한강수계에 대공장 설립을 허용한다는 뜻이지 팔당 상수원 구역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두 후보는 또 수도권 규제를 풀 경우, 다른 지역의 경제발전이 위축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놓고도 대립했다. 진 후보 쪽은 다른 지방과 ‘상생협약’을 체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진 후보 쪽 관계자는 “사업 여건이 좋은 수도권에서 출발한 기업이 성장한 뒤 지방으로 이식되는 식의 이른바 ‘수도권 모판론’을 수도권과 지방의 상생 모델로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문수 후보 쪽은 “손학규 현 지사도 지방과의 협약을 추진하다가 실패했다”며 실효성을 의심하고 있다. 대신 김 후보 쪽은 “수도권 규제 혁파 추진단을 구성해 수도권의 발전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임을 설득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진 후보 쪽은 “이런 주장은 과거의 ‘불균형 성장’ 논리”라고 비판했다. 격자형 도로망 건설이냐, 정체구역 교통체계 개선이냐=진대제 후보는 경기도에 2025년까지 30조원을 투자해 격자형 바둑판 도로망을 구축하겠다는 장기 계획을 내놓았다. 김문수 후보 쪽은 이에 대해 “도로망 건설은 중앙정부의 권한”이라며,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 후보는 대안으로 “상습 정체구간 505곳에 1조원을 투입해 교통체계를 바꿔 소통을 원활히 한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진 후보 쪽은 “격자형 도로망 구축 공약은 건설교통부와 협의를 끝낸 것”이라며 “앞으로 건설되는 도로망은 대부분 국비가 아닌 민자유치 방식으로 추진되는 만큼 경기도가 실제적인 주체가 돼 사업을 이끌어갈 수 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진 후보 쪽은 또 “현재 경기도가 상습정체구역 56곳에 1조9천억원을 투입해 교통체계를 개선하고 있다”며 “단순 계산으로도 505곳의 교통체계를 개선하려면 19조원이 넘게 든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 쪽은 “505곳 교통체계 개선은 우회로 건설 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신호체계, 갓길, 차로 폭 조정 등과 같은 수준의 개선작업이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자금이 필요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박병수 신승근 기자 suh@hani.co.kr
수정법 폐지 “막개발 막을 방법 안보여”
교통소통 개선 “도로 확충보다 차 줄여야” 지방선거연대 평가 ‘2006 지방선거시민연대’에 속한 전문가들은 진대제 열린우리당 후보와 김문수 한나라당 후보의 공약 가운데 ‘수도권규제정비법(수정법) 폐지’와 ‘도로망 확충’ 공약에 문제점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이재준 협성대 교수(도시건축학부)는 “경기도에 규제지역이 워낙 많아 주민들의 요구를 수렴하는 것일 수 있지만, 규제완화의 권한이 없는 도지사가 이를 공약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규제완화는 중앙정부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규제완화만 부각시키면, 규제가 일부 완화된 지역에서 개발욕구가 분출하면서 막개발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중앙정부는 규제완화의 큰 틀을 짜고, 지방정부는 규제완화 지역의 도로와 상하수도, 학교, 공원 등의 기반시설을 공급해 막개발을 막을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옳다”고 진단했다. 최주영 대진대 교수(도시공학과)도 “수도권 규제완화는 중앙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토 균형발전의 일환으로 중앙정부 일부 기능과 공공기관이 빠져나간 공백을 메우는 방향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큰 틀을 짜겠다는 방침이 전제되지 않으면 수도권 과밀화만 촉진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교통전문가인 박은호 군포 와이엠시에이(YMCA) 사무총장은 교통정책의 발상 전환을 촉구했다. 박 사무총장은 “도로를 확충해서 교통 문제를 풀겠다는 것은 개발 일변도의 발상”이라며 “도로에 나와 있는 자동차 자체를 줄이는 방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박 사무총장은 1조원을 들여 경기도내 505개소의 정체·병목 구간을 없애겠다는 김문수 후보의 공약에 대해 “그동안의 정체·병목 구간 해결 방식은 지하도로나 우회도로를 만드는 것이었는데, 이는 또다른 혼잡지역을 만드는 결과만 낳는다”고 비판했다. 박 사무총장은 대안으로 좌회전을 없애고 비보호 좌회전이나 유턴·피턴으로 돌려 신호대기 시간을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도로와 자동차, 신호체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계획만이 대안이라는 것이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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