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에 강제동원돼 일하고도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나화자 할머니가 지난해 6월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후지코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겠다’는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머리를 책상에 대고 있다. 나 할머니 같은 근로정신대 피해자 지원에 중앙정부도 손 놓고 있자, 광주광역시가 지난해 4월 조례를 제정해 생활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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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사각지대’ 메워주는 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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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이어 경기·전남서도 만들어 경남도의회가 2011년 12월 제정한 ‘경남 원자폭탄 피해자 지원 조례’도 그런 경우다. 경남지역엔 생존한 한국인 원폭 직접피해자의 절반에 가까운 1009명이 산다. 경남도는 조례를 통해 직접피해자뿐 아니라 2·3세 등 후손까지 지원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1945년 8월 일본에 투하된 원자폭탄 직접피해자 2600여명에게만 다달이 10만원씩 주고 있을 뿐이다. 원폭 직접피해자 후손의 상당수가 대물림된 원폭 후유증에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지만, 이들은 무관심 속에 방치됐다. 후손까지 지원하도록 한 건 조례 제정 당시 한국과 일본을 통틀어 이 조례가 처음이다. 1만여명에 이르는 국내 원폭 피해자 후손들을 제대로 조사한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 경남지사는 이 조례에 따라 원폭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종합적 시책을 마련하고 정기적인 실태조사도 해야 한다. 현재 실태조사를 하고 있으며, 다음달 첫 조사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다른 지방정부들도 조례를 만들어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려 하고 있다. 경기도의회는 ‘경기도 보호자 없는 병원 지정 및 지원 조례’를 의결해 올해 하반기부터 경기지역의 도립의료원 가운데 1곳과 민간병원 1곳에서 ‘보호자 없는 병원’을 시범 운영한다. 한달 200만원 넘게 드는 간병서비스를 저소득층한테는 하루 1만~2만원에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경기도와 도의회는 5대 권역별로 1곳씩 공공산후조리원을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한 ‘공공산후조리원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제정을 논의중이다. 경남 ‘원폭피해’ 후손도 끌어안아
강원은 ‘재난 피해 지원’ 첫 추진 지역적 특색이 확연한 ‘맞춤형 지원’ 조례도 꽤 있다. 충북 음성군 농민들은 지난해 1월 제정된 ‘음성군 농축산물가격안정기금 설치와 운용에 관한 조례’ 덕에 2018년부터 농산물값이 폭락하면 군 등이 조성한 기금에서 피해액의 일부를 지원받는다. 기금은 음성군이 2017년까지 50억원을 출연해 관리하기로 했다. 재난·재해가 빈번한 강원도에선 전국 처음으로 ‘지역 재난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지진·해일 등 자연재해뿐 아니라 화재, 붕괴, 가축전염병 등 인적·사회적 재난도 피해자한테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법적 지원 대상이 아니라 보상을 못 받던 재난도 지원하도록 한 것이다. 제주도는 지난달 ‘제주도 농어촌학교 학생 교통비 지원 조례’를 제정해 고등학교를 통학하는 읍·면지역 농어업인의 자녀들한테 1인당 연간 30만원가량 교통비를 전국 최초로 지원하기로 했다. 자영업자나 회사원 자녀에게는 교통비를 지원하지 않는다. 농어업인 교육비 부담 경감과 읍·면지역 학교 살리기 등이 이 조례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김은정 간사는 “중앙정부가 모든 걸 하는 게 바람직하지도 않고 또 할 수도 없다. 지역 사정을 소상히 파악한 지자체가 주민의 삶을 살펴 그에 맞는 복지 지원을 할 때 복지 전달체계의 효율성도 높이고 진정한 지방자치의 의미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 창원/정대하 최상원 기자, 안창현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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