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건 감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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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건 감사원장 사퇴배경 논란 증폭
양건 감사원장이 지난 23일 갑자기 사퇴 의사를 밝힌 배경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양 원장의 사의 표명 직후엔 ‘4대강 사업 감사 결과를 둘러싼 안팎의 비난 여론에 부담을 느낀 양 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았다. 여기에 청와대가 대선캠프 자문위원이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일한 대학교수를 감사위원으로 추천했다가 양 원장과 갈등을 빚었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외압 논란’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청와대는 인사갈등설에 발끈하며 민감하게 반응했고, 민주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은 25일 오후 “양 원장 교체의 진실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감사원 내부적으론 양 원장의 사퇴 이유를 4대강 사업 감사에서 찾는 분위기다.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감사원장으로 계속 일하면 과거(이명박 정부의 일)를 계속 봐야 하는데, 양 원장이 4대강 사업과 같은 논란이 반복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한 4대강 사업 감사 결과에 대한 언론의 비판과, 전 정권 및 새누리당 친이계 의원들과의 갈등이 쉽사리 잦아들지 않자 양 원장이 심각하게 고민했다는 것이다.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감사원장 공관의 문이 굳게 닫혀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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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감사위원 제청 갈등설에
청와대는 불쾌한 표정
양 원장, 오늘 이임식 발언에 관심 감사원은 이명박 대통령 시절인 2011년 1차 감사 결과에 비해 지난 1월의 2차, 7월의 3차 감사 결과를 180도 다르게 내놓아 ‘정권의 입맛에 맞춰 정치 감사를 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1차 감사 때 감사원은 이 사업과 관련해 큰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으나, 2~3차 감사 때는 “4대강 사업이 국가 예산을 낭비하고, 환경을 오염시켰으며, 사실상의 대운하 사업이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런 결과에 대해 감사원 내부에서도 ‘양 원장의 처신 때문에 감사원의 권위와 명예가 실추됐다’는 내부 비판이 거셌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양 원장이 사의를 밝힌 지 이틀이 지난 이날도 사퇴 이유 등과 관련해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인수위 출신인 장훈 중앙대 교수의 감사위원 선임을 둘러싼 청와대와 양 원장의 갈등설이 불거진 것에 대해서는 매우 격앙된 분위기다. 청와대 내부에선 4대강 사업 감사 결과로 ‘진퇴양난’의 처지에 몰린 양 원장이 퇴임의 명분을 만들려고 청와대를 끌어들인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정치권과 감사원 내부에서도 양 원장의 사퇴가 단순히 인선 갈등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양 원장은 새 정부 출범 뒤에도 4년 임기를 채우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러던 양 원장이 감사위원 1명의 인선 문제 때문에 갑자기 거취를 결정했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통상 감사위원 임명 때는 제청권자인 감사원장이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의중을 직간접으로 파악해 반영해온 관행이 있었고, 실제로 전 정부 자문위원 출신인 김인철 감사위원도 양 원장의 제청으로 임명된 전례가 있다. 양 원장은 26일 감사원장 이임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자신의 입으로 구체적인 사퇴 이유를 밝힐지 주목된다. 김규원 석진환 하어영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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