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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1.18 20:24 수정 : 2015.01.19 14:32

“수도권 규제완화 추진” 논란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2일 새해 기자회견에서 “올해는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히자, 서울·인천·경기를 뺀 비수도권의 자치단체들은 “지방경제를 더욱 어렵게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겨레>가 18일 단독 입수한 지역균형발전협의체의 ‘수도권 규제완화 대응 및 지역균형발전 방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경제 살리기’를 내세운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이 타당한지 살펴봤다.

# ㈜신세계와 첼시가 합작한 신세계사이먼은 2006년 3월부터 경기도 여주시 상거동의 임야 26만5500㎡(8만450평)에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 공사를 하다가 건설교통부의 제지를 받았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이 자연보전권역의 판매시설 건축면적의 경우 1만5000㎡(4545평)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여주프리미엄아울렛의 매장면적이 이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신세계사이먼은 “매장이 둘로 나뉘고 두 매장 사이에 도로가 있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논란이 커지자 1만2000여㎡(3867평) 규모의 매장은 신세계사이먼 명의로 추진하고 도로 맞은편 1만4000여㎡(4349평) 규모의 매장은 ㈜신세계가 사들여 신세계사이먼에 임대했다. 건설교통부는 “두 매장의 소유자가 동일할 때만 건축면적이 1만5000㎡를 넘지 못한다”고 밝혀 신세계사이먼의 ‘명의 쪼개기’ 편법 건축을 허용했다.

신세계사이먼은 2011년 첫 번째 매장 옆에 2만6000여㎡ 규모의 매장을 추가로 조성하고 나섰다. 같은해 국토해양부가 자연보전구역이라도 오염총량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자치단체가 매장면적을 자유롭게 허가할 수 있도록 수도권정비계획법을 대폭 완화했기 때문이다.

# 부산시는 전자부품·통신제조·의료 등 고부가가치의 업종을 유치하기 위해 2009년 강서구 녹산·미음·범방·생곡동 567만㎡에 부산국제물류산업단지 조성에 착수했다. 당시 부산시는 무난히 분양에 성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산신항만과 김해국제공항에 가까운 부산의 금싸라기 땅이어서 사전 수요조사를 할 때 분양을 희망하는 업체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분양률은 53%다. 올해 완공할 1-1구간은 70%를 넘었지만 2017년 완공할 1-2구간은 40%에 머물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애초 분양 희망 업체들이 많았지만 경기침체로 분양을 포기하는 업체들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면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역균형발전협의체의 ‘수도권 규제완화 대응 및 지역균형발전 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역대 정부의 수도권 집중 억제 정책에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균형발전협의체는 2006년 비수도권 14개 시·도지사와 지역 국회의원들이 만들었다. 이 단체는 2013년 12월 ‘수도권 규제완화 대응 및 지역균형발전 방안 연구’ 용역을 사단법인 한국공간환경학회에 맡겼다. 지난해 5월 671쪽의 최종보고서가 나왔다.

사람도 돈도 수도권 집중 심화
인구 49%·예금 70%가 몰려있고
정규직은 월급 29만여원 더 받아

정부 정책에 ‘쓴소리’ 쏟아져
“무분별한 규제완화로 환경 훼손
비수도권 경제 더욱 어렵게 해”

■ 사람도 돈도 수도권으로…더 벌어진 격차

주민등록 인구는 수도권이 꾸준히 늘고 있다. 김대중 정부 1년차인 1998년 전체 4699만1171명 가운데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이 45.6%였고 2012년엔 49.3%로 올랐다. 통계청이 2010년 인구주택 총조사를 기준으로 2040년까지 시·도별 장래인구를 추계한 결과를 보면, 2020년부터 수도권의 인구가 비수도권을 추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내총생산(GRDP)은 수도권의 비중이 2002년 49.4%에서 2012년 47%로 2.4%포인트 감소하기는 했지만 비수도권에 있는 대기업의 생산공장과 지역 백화점 등에서 발생한 매출과 이익이 지역에서 쓰이지 않고 대기업 본사가 있는 수도권으로 송금·소비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통계적 의미는 없다고 풀이된다.

사람뿐만 아니라 돈도 수도권으로 계속 몰리고 있다. 2002년 요구불예금과 저축성예금을 합한 총예금 512조4190억원의 68.2%가 수도권에 있었고 2013년엔 총예금 1008조3270억원의 70.2%가 수도권에 몰렸다.

5인 이상 사업장의 상용직(정규직) 월급여액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2008년엔 수도권은 평균 227만9895원, 비수도권은 평균 212만7826원으로 15만2069원 차이가 났다. 5년 뒤인 2013년엔 수도권은 평균 283만8007원, 비수도권은 평균 254만3997원으로 격차가 29만4010원으로 커졌다.

연구개발비는 2012년 55조4501억원 가운데 37조2304억원(67.14%)이 수도권에 투자됐고 비수도권은 18조2197억원(32.86%)에 그쳤다. 연구원 수는 2002년 전국 18만9888명 가운데 수도권 11만4461명(60.3%), 비수도권 7만5427명(39.7%)이었으나 2012년엔 전국 40만1724명 가운데 수도권 25만8454명(64.3%), 비수도권 14만3270명(35.7%)이었다. 10년 사이 비수도권의 연구원 수 비율이 4%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2011년 종업원 1000명 이상의 기업 본사 207개 가운데 73.4%가 수도권에 있고 서울에만 59.4%가 몰려 있다.

초의수 부산 신라대 교수는 “제조업은 물론이고 지식산업분야도 수도권으로 집중되고 있다. 역대 정부가 수도권 집중 억제 정책을 폈는데도 이런데 수도권 집중 억제 정책을 펴지 않았다면 두 지역의 격차는 더욱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신항만과 김해국제공항과 가까운 부산 강서구의 국제물류산업단지 1단계 구간(567만㎡)은 2조3600억원을 들여 2017년까지 완공되며 통신제조·전자부품 등의 고부가가치 업종이 들어설 예정이다. 입지가 좋지만 현재 분양률이 53%에 머물고 있다. 부산시 제공
■ “수도권 규제완화는 비수도권 포기”

용역을 맡은 한국공간환경학회 연구팀이 지역균형발전정책 전문 연구자와 담당 공무원 등 2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전자우편 설문조사에선 응답자 138명의 65.2%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매우 심각하고, 31.2%는 심각한 편이라고 했다. 전체 응답자의 96.4%가 두 지역의 격차가 심각하다고 한 것이다.

응답자의 89.2%가 ‘수도권 집중 억제 정책은 필요했다’고 말했다. 또 응답자의 87.7%가 ‘앞으로도 수도권 집중 억제 정책은 지속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연구팀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역균형발전정책을 대선공약집에 넣었지만 적극적인 수도권 규제 정책보다는 투자활성화 중심의 수도권 정책을 펴고 있다고 진단했다. 투자활성화 정책은 수도권의 투자효과만 발생할 뿐이지 비수도권까지 덩달아 효과가 나타나는 이른바 ‘낙수효과’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현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에도 쓴소리를 했다. 투자선도기구 신설과 산업용지 공급 확대, 본사를 수도권 밖으로 옮기면 법인세 적용 기한의 연장, 지역 전용 설비투자 펀드 조성 등은 실효성이 없고 무분별한 규제완화를 불러와 국토 환경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직접적인 재정투자가 없는 규제완화 위주의 지역정책은 실효성이 없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이 새해 기자회견에서 수도권 규제 완화를 하겠다고 발언한 것은 비수도권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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