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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13 18:23 수정 : 2005.10.13 18:23

12일 낮 12시 김종빈 검찰총장은 대검찰청 출입기자들과 함께 한 오찬에서 "강정구 교수 사건을 이쪽 저쪽으로 몰아붙이는 사람들이 있지만 헌법 정신과 실정법 내용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강 교수에 대한 사법처리 방향은 검찰의 의지대로 결정될 것이라는 판단이 중론이었다.

김 총장은 "검찰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최종적인 책임자는 총장이다"며 자신이 이번 사건의 처리방안에 책임을 지겠다는 의사까지도 피력했다.

당시 김 총장의 의중은 이미 구속 쪽으로 결론난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강 교수 사건 기록을 검토한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가 올린 구속수사 의견이 이종백 서울중앙지검장과 권재진 대검 공안부장을 거쳐 김 총장에게 보고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날 오후 천정배 법무장관측에서 김종빈 총장측에 `불구속수사' 의견을 제시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천 장관은 법무부 실무진과 논의 과정에서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구속사유를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의 구속수사 방침에 제동을 걸고 나온 것이다.

천 장관은 이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김 총장과 전화로 30분 넘게 협의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결국 두 수장은 입장차만 확인한 채 전화를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천 장관은 통화를 마친 뒤 오후 5시30분께 법무부 실국장 간부회의를 열어 헌정 사상 처음으로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ㆍ감독권을 발동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시각 김 총장도 용인 법무연수원에서 예정된 전국 특수검사 세미나 격려만찬 일정을 돌연 취소한 뒤 대검찰청 청사 8층 회의실에 정상명 대검차장과 권재진 공안부장을 비롯한 대검 참모진을 불러 대응책을 논의했다.

40여분간의 회의에서 "장관의 지휘권 발동이 이례적이지만 위법한 지휘가 아닌 이상 수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 참모의 의견도 있었지만 김 총장은 입을 다문 채 간부들의 말을 듣기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천 장관은 오후 6시30분께 김 총장측에 서면지휘서를 전달했고 20여분 뒤 법무부에서 `장관이 강정구 교수 사건에 대해 불구속수사 지휘를 했다'는 보도자료가 전격 발표됐다.

오후 7시께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도 박청수 부장검사 주재로 긴급회의를 갖고 사태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향후 대응책을 모색했다.

김 총장은 대검 참모들과 회의 후 곧바로 귀가했고 자택이 있는 신천동 J아파트에 취재진이 몰려들어 밤늦게까지 기다렸지만 "오늘은 아무 말씀 드릴 게 없다"는 의사만 부인을 통해 전했다.

외부에서 전화가 빗발쳤지만 김 총장은 받지 않았고 기자들의 전화를 대신 받은 김 총장의 부인은 "전화왔다는 말도 도저히 못 꺼내겠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천 장관은 다음날인 13일 오전 7시30분께 KBS와 MBC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잇따라 출연, "불구속 지휘는 청와대측과 논의 없이 장관 책임하에 독자적으로 결정한 것이며 구속 여부를 법원이 판단할 수도 있지만 검찰도 인권옹호기관으로서 필요한 일은 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천 장관의 라디오 인터뷰가 끝난 시점인 오전 8시10분께 김 총장은 자택을 나서며 기자에게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고 간부들과 의논해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오전 9시께 대검 청사에 도착해서도 "(장관 지휘를 수용할지) 오늘 중 발표하겠다"고만 말하고 입을 닫았다.

대검에서는 오전 9시20분부터 정상명 차장 주재로 중수ㆍ공안 등 7명의 대검 부장(검사장급)들과 기획관 등 간부 15명이 극도로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2시간 난상토론을 벌였다.

같은 시각 천 장관은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의 국회 대표연설을 듣기 위해 국회의사당을 찾은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이미 법무부 및 검찰간부들과 직ㆍ간접적으로 논의했으며 검찰의 반발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검 연구관 30여명은 이날 오전 15층 회의실에 모여 긴급회의를 가진 뒤 연구관 별로 일선 검찰청의 검사들에게 연락해 이번 사태와 관련한 의견을 모아 이날 오후 총장에게 보고했다.

검찰총장은 일선 검사들의 의견이 다양하게 엇갈리자 좀 더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오후 4시40분께 모종의 입장 발표가 있을 것임을 기자실에 전달토록 한 뒤 5시10분 공보관 브리핑을 통해 거취표명 유보를 발표했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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