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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14 17:59 수정 : 2005.10.14 17:59

천정배 법무장관이 강정구 교수 사건에 대한 지휘권을 발동한 12일 오후부터 김종빈 검찰총장이 유감표명과 함께 수용의사를 밝힌 14일 오후까지 검찰은 내내 긴장 속에서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했다.

천 장관이 강 교수 수사에 대한 지휘를 내리기 전까지만 해도 김 총장의 고민은 보혁 대립에 휩싸인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였지 법무장관의 공식 지휘권 발동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김 총장은 12일 오찬에서 기자들에게 "강정구 교수 사건을 이쪽 저쪽으로 몰아붙이는 사람들이 있지만 헌법정신과 실정법에 따라 처리하겠다"며 "최종 책임자는 총장이다"고 못박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천 장관이 불구속 수사 의견을 낸 뒤 김 총장과 30분이 넘게 전화통화를 하고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법무장관의 헌정 사상 첫 지휘권 발동이 가시화됐고 상황도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천 장관은 오후 5시30분께 법무부 실국장 회의를 열어 강 교수 불구속수사를 관철시킬 적법한 방법으로 검찰청법 8조에 규정된 검찰총장 지휘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같은 시각 김 총장은 용인 법무연수원에서 예정된 전국 특수검사 세미나 격려만찬을 취소한 채 대검 간부들을 긴급 소집해 40여분간 검사장들의 의견을 들었다.

오후 6시30분, 천 장관이 김 총장에게 서면지휘를 보낸 뒤 언론에 이같은 사실을 발표하면서 이번 사안의 핵심은 `강 교수를 구속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서 `법무장관의 지휘를 수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로 옮아갔다.

이 때부터 김 총장의 거취문제를 놓고 검찰은 크게 술렁였다.


김 총장은 침묵 속 장고에 들어갔다.

밤 늦게 자택에 찾아간 기자들도 만나지 않았고 13일 오전 출근길에도 "간부들과 의논한 뒤 오늘 중 입장을 발표하겠다"는 언급만 했을 뿐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반면 천 장관은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2편에 잇따라 출연해 "불구속 지휘는 청와대와 협의하지 않은 독자적인 결정이며 원칙과 법에 따른 정당한 권한행사"라며 "검찰의 반발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대검 부장(검사장급) 및 기획관들은 13일 오전 9시30분부터 정상명 차장검사 주재로 8층 회의실에서 2시간 회의를 가진 뒤 일선 의견을 수렴해보자는 데 의견을 모았고 같은 시각 대검 평검사급인 연구관 30여명도 15층에서 긴급회의를 열었다.

총장이 장관의 지휘를 수용할지와 용퇴할지에 따라 가능한 선택지가 4개 제시됐지만 뚜렷하게 의견이 모이지 않아 혼란이 일었다.

대검 간부회의에서는 장관의 지휘를 수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제시된 반면 대검 과장과 연구관들 사이에선 총장이 지휘를 거부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일선 평검사들의 분위기도 강경했다.

검찰이 사건을 직접 수사해 장관에게 다시 제시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됐다.

하지만 총장은 마음을 정하지 못했고 이날 오후 5시10분 공식 발표를 통해 "일선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신중히 결정하겠다"며 입장표명을 미뤘다.

김 총장은 14일 오전 출근길과 점심 식사를 하러 가는 길에도 평소와 달리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서 입을 닫았다.

정상명 차장은 오전에 대검 고위간부 회의를 연 뒤 오후에 김 총장을 독대했다.

이 과정에서 "합법적인 지휘권 발동인 만큼 장관의 지휘를 수용하되 검찰 수장으로서 강한 유감의 뜻을 표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하루 종일 정중동 속 긴장이 계속된 끝에 오후 4시10분 김 총장은 강찬우 홍보담당관을 통해 오후 5시에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전했다.

김 총장은 오후 5시 직전까지 홍보담당관을 불러 언론 발표 자료는 물론, 거취문제에 대한 표현방식, 브리핑 일문일답의 범위 등 세세한 부분까지 다듬었고 그 결과 나온 게 법무장관 수사지휘 수용과 검찰권 훼손에 따른 유감 표명이었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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