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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14 18:23 수정 : 2005.10.14 18:23

올 4월4일 송광수 검찰총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김종빈 제34대 검찰총장은 재임 기간 내내 검찰을 견제하려는 정치권 등의 외풍에 시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송 전 총장이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통해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여야 모두를 향한 날선 칼날로 매서운 검찰권을 행사했다면 김 총장은 무소불위의 검찰을 견제해야 한다는 여론 속에서 각종 도전에 직면해야 했다.

김 총장이 직면한 첫 시련은 공판중심주의 강화를 위한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의 형사소송법 개정 파문.

김 총장은 당시 추진되던 형소법 개정안대로라면 검찰권이 크게 약화된다는 판단에 따라 4월27일 수도권지역 긴급검사장 회의를 소집했다.

이후 일선 검찰의 평검사회의, 대검내 사개챌팀 정비 등 일련의 긴박한 사태 진행 과정에서 `검찰이 지킬 것은 지켰다'는 평가를 받은 것은 김 총장의 강력한 추진력 때문이라는 평을 받았다.

총장 내정 후 `카리스마가 없다'든가 `유약해 보인다'는 주변의 우려를 일소시키고 특유의 외유내강형 강인함을 보여주면서 검찰의 구심점으로서 제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한 것.

검ㆍ경의 감정싸움으로까지 비쳤던 수사권 조정문제도 쉽지 않은 문제였다.

이 문제는 노무현 대통령의 공개 경고를 받기 전까지는 검ㆍ경간 감정싸움으로 인해 산고를 겪었지만 국회에 관련법안이 제출되면서 논의가 국회로 넘어간 인상이다.


적잖은 외풍이 따라다녔던 김 총장의 어려움을 반영하듯 주변에서는 `취임 후 없었던 흰머리가 생겼다', `술을 입에 대지도 않았는데 포도주를 마시는 일이 늘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 시절 김홍업씨를 구속시킨 후 민주당 일각에서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강단을 보였던 김 총장이 강한 리더십으로 자리를 지켜나가면서 최근에는 검찰이 안정기조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총장은 `인권을 존중하는 정의로운 선진 검찰'이라는 복무방침을 내세우고 검찰의 제도 개혁에 나서면서 최신 경영기법인 6시그마를 검찰에 접목시키려는 `혁신기획단', 검찰의 지향점을 설정하기 위한 `미래기획단'을 속속 발족시켰다.

안기부ㆍ국정원의 불법도청 사건 수사나 두산그룹 비리의혹 사건 등을 통해 `재벌 앞에 약한 검찰'이라는 우려를 씻기 위해 노력했고 검찰 내부 감찰을 강화해 검사들에게 조선시대 선비상을 심는 데에도 많은 관심을 쏟았다.

이달 7일 대검 국정감사에 참여했던 한 의원은 "올 3월 인사청문회 때와 비교해 이미지가 너무 다르다. 답변에도 막힘이 없고 조직원을 배려하는 처사 등 검찰의 수장으로서 손색이 없다"고 호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취임 후 `불구속 수사의 확대'를 천명했던 김 총장은 역설적이게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자에 대한 구속수사를 고집하다 `불구속 수사지휘'란 뜻밖의 복병을 만나 총장직 용퇴가 거론되는 위기를 맞았다.

14일 발표에서 법무장관에 대한 강한 유감과 함께 장관지휘 수용의사를 밝히면서도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공보관을 통해 "힘들어하고 있다"는 한마디만 전한 김 총장의 향후 거취에 검찰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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