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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17 19:44 수정 : 2005.10.17 19:47

‘문화도시’ 부르짖는 자치단체 씀씀이
“단체장 임기안 성과 내려 기반시설 투자 미루기 일쑤”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너나없이 ‘문화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속빈 강정이다. 득표에 도움이 되는 일회성 지역축제는 비온 뒤 대나무 순 돋듯이 늘어나고 있는 반면, 문화 기반시설인 도서관과 미술관 등에 대한 지원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도서관은 책 꽂을 공간이 없다=인천시립도서관은 1921년 한국에서 3번째로 건립된 유서 깊은 도서관이다. 62년에 중구 율목동의 터 1230평 지상 2층 연건평 370평 규모의 신축건물로 이전했다. 하지만 그 뒤 투자를 하지 않는 바람에 시설이 낡고 비좁다. 주민의 발길도 뜸하다. 이곳에는 귀중한 고서들이 많지만 서고가 비좁아 다른 장서와 구분해 보관할 여유가 없다. 최근 정부합동감사에서도 옛날 책들을 별도로 분류해 관리하라는 지적을 받았지만 예산이 부족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981년 개관한 광주 무등도서관은 장서가 32만권으로 늘면서 책 꽂을 공간이 없다. 도서관 쪽은 한해 120만명이 이용한다며 수차례 확장과 개축을 요구했다. 하지만 시 쪽이 지원을 외면하자, 직원 40여명이 11일~24일 상담실과 휴게실을 줄여 2층 자료실을 확대하고, 지하의 어린이열람실을 1층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동물원 호랑이도 배고프다=한해 71만여명이 찾는 광주 우치동물원에는 호랑이 9마리, 사자 5마리가 산다. 이들은 하루 고기 4㎏씩을 먹어 치운다. 영양의 균형을 유지하려면 백색육과 적색육을 골고루 먹어야 한다. 그렇지만 이들은 늘 닭고기만을 편식한다. 사료비가 부족한 탓이다. 생육 1㎏값이 닭고기는 2000여원이지만, 쇠고기·돼지고기는 적어도 8000원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해 330만명이 들르는 서울대공원은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로랜드고릴라 우리에서 시멘트 바닥을 걷어내고 잔디를 심는 공사를 추진 중이다. 이렇게 야생상태에 가까운 동물사를 조성하는 데는 어마어마한 예산이 들어가기 때문에 한해 한 건 정도만을 계획한다.

축제는 전국서 549개나 치른다= 문화관광부가 집계한 올해 전국 16시·도에서 열리는 지역축제는 모두 549개이다. 문화예술관광 축제로 분류되지 않은 일회성 행사를 합하면 줄잡아 1000여개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축제 가운데 25개만 문화관광부 평가를 통해 예산을 지원받는다.

더구나 많게는 10억원이 돈이 드는 축제의 내용을 뜯어보면, 노래자랑과 먹거리장터 등으로 엇비슷한 일회성 행사가 대부분이다. 지역별로는 서울시가 올해 하이서울페스티벌·국악·단오·억새·장미 등 6개 축제를 벌이는 데 23억7000만원을 쓴다. 올해 주요 도시가 편성한 축제 예산은 부산 37억2000만원, 광주 30억2300만원, 인천 21억7600만원, 전주는 18억원, 대전은 5억9000만원, 제주는 5억여원으로 추산된다.

윤난실 광주시의원은 “단체장들은 문화투자를 하면서도 4년 임기 안에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려 한다”며 “이 때문에 장기적인 관심이 필요한 도서관·미술관·동물원 등 문화기반시설은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마련이다”라고 말했다.

서울 인천 부산 광주/김영환 안관옥 신동명

이호을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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