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는 지난해 5월 “국민 화합과 통합을 위해 힘쓰겠다”고 했다. “여러모로 부족하다”며 몸도 낮췄다. 국무총리실 누리집에는 “국민 신뢰를 바탕으로 화합과 통합을 이루겠다”고 적어뒀다. 총리 후보자로 지명돼 한달여 몸살을 앓고 가까스로 국회 인준을 거친 지 이제 8개월, 화합도 통합도 더는 황 총리의 관심사가 아님에 틀림없다. 박근혜 대통령한테만 코드를 맞추니 ‘진박’ 총리란 말이 안 나올 수 없다. 민주국가의 국무총리를 왕조시대 ‘1인지하 만인지상’이라고 여기는 모양새다. 황 총리는 정쟁의 한복판에 뛰어들고 있다. 정치 중립은 아예 포기한 듯하다. 경제단체가 시작한 입법 서명에 박 대통령이 참여하자 곧바로 황 총리도 뒤따랐다. 최근 인천국제공항이 잇따라 뚫리자 테러방지법이 없는 게 문제라며 덩달아 국회를 탓했다. 노동개혁법안·기업활력제고법안·서비스산업발전법안·테러방지법안 등은 박 대통령이 열심히 밀어붙이는 중이다. 여야도 날카롭게 부딪친다. 대통령과 더불어 총리까지 국회를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화합·통합의 약속이 버려진 터에 국민의 신뢰가 자라날 수는 없다. 황 총리의 ‘누리과정’ 발언은 거의 협박 수준이다. 황 총리는 4일 일부 시·도교육청이 “정치적 흥정”을 벌이고 “정치적 주장”만 되풀이하며 소중한 아이들을 “정치적 논쟁”에 휩싸이게 하고 있다며 우려했다. 연일 회의와 간담회 자리를 열어두고 시·도교육청을 총공격하는 황 총리의 행위는 더더욱 ‘정치적’이다. 결론은 늘 같다. “법과 원칙의 문제”로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공안 총리’의 압박은 겁박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누리과정만으론 ‘진박’의 선명성을 드러내기에 부족하다 생각한 걸까? 황 총리는 “일부 지자체에서 국민의 혈세로 마련된 재원을 자신들의 선심성 사업에 사용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3일 사회보장위원회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의 ‘청년배당’을 에둘러 공격한 것이다. 그는 “중앙정부와 협의·조정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한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고 법률 해석까지 내렸다.
김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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