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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6.29 22:50 수정 : 2016.06.30 11:03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워버릴 상황이다.

‘빈대’는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다. 2011년 이명박 정부에서 보훈처장에 임명돼 지금껏 자리를 지켜온 그는 ‘광주정신 비하’의 아이콘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둘러싼 그의 안하무인 행보는 다시 거론하기 불쾌할 정도다. 야3당이 그의 해임촉구 결의안을 내겠다고 나선 까닭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빈대’ 잡고 싶은 마음이 컸을 것이다. “김일성의 외삼촌에게 서훈을 한 최초의 보훈처장”, “대한민국 세금으로 김일성의 외삼촌에게 (매달 연금) 390만원을 주게 되는 것.” 박 의원은 28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보훈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보훈처가 2012년 ‘김일성의 외삼촌’ 강진석에게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한 사실을 비판한 것이다. 색깔론에 연좌제까지 덧씌웠으니 대단히 비민주적·전근대적인 발언이다.

강진석에 대한 설명은 박 처장의 발언이 옳다. “본인의 공적만 가지고 심사를 하지, 다른 사람들과 연관돼 있는지까지는 안 한다. 민원이 제기돼 다시 확인해보니 해방 이전에 돌아가셨기 때문에 김일성과 연관을 지을 수가 없고, 그래서 공훈을 주는 것으로 결정한 것이다.” 빈대가 괴롭다고 함부로 불을 놓을 일은 아니다. 강진석은 민족주의 단체에서 독립투쟁에 헌신하다 서대문형무소에서 13년간 복역한 뒤 1942년 병사했다. ‘김일성 외삼촌 죄’라도 있다는 말인가. 보훈처에서조차 “색깔론이 야당에서 제기됐다”는 소리가 나왔다.

박용진 의원의 빈대 잡기에, 정부는 ‘새 공훈 심사 기준을 위한 상훈법 개정’으로 초가삼간 태우기에 나섰다. “국가정체성과 국민정서를 고려해 김일성 외삼촌과 삼촌의 서훈 취소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29일 밝힌 것이다. 보훈처는 관련 자료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총리를 지낸 이동휘, <아리랑>의 주인공인 장지락(가명 김산), 박헌영(남로당 책임비서)의 부인 주세죽 등을 ‘주요 사회주의계열 독립유공자 포상 상황’이라고 적시하기도 했다. 불똥이 이쪽으로까지 옮겨붙을지 모른다. 보훈처의 새 상훈법 개정안을 더불어민주당이 어떻게 다룰지 지켜볼 일이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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