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KBS 상위 직급만 60%…이중 74%가 무보직”

허욱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왼쪽)이 10월26일 오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KBS, EBS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고대영 KBS 사장 뒤를 지나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 감사 결과 공개
축소 요구한 ‘과도한 복리후생’ 여전
외주제작사에 과태료 떠넘기기 ‘갑질’

허욱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왼쪽)이 10월26일 오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KBS, EBS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고대영 KBS 사장 뒤를 지나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이 낸 수신료로 운영되는 한국방송공사(KBS)가 영업손실에 따른 ‘비상 긴축’ 상황을 겪으면서도 오히려 상위직급자를 늘리는 등 방만 경영을 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또 외주 제작사에게 프로그램 과태료를 모두 책임지게 하는 등 ‘갑질’을 한 사실도 밝혀졌다.

감사원이 지난 6월26일부터 7월21일까지 케이비에스에 대한 기관운영감사를 시행해 1일 공개한 내용을 보면, 케이비에스는 광고수익 감소 등 경영수지가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되레 상위직급(2직급 이상) 비율을 2013년 57.6%에서 2017년 60.1%로 늘렸다. 효율적 인력 운영을 위해선 상위직급 정원을 줄여야하지만, 오히려 이를 늘린 것이다. 상위직급 가운데 73.9%는 높은 보수를 받으면서도 대부분 보직없이 일반 평직원과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감사 결과 나타났다. 감사원은 케이비에스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매년 211억~455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하고, 방송광고 수입도 2013년 5793억원에서 지난해 4207억원으로 1000억원 이상 줄었는데도 ‘방만경영’을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감사원이 2008년과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2직급의 정원을 별도로 정하고, 상위직급을 감축하라”고 요구했는데도 케이비에스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거듭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어 직원가족 건강검진 지원 등 정부가 ‘과도한 복리후생’이라고 지적한 14개 항목의 복리후생제도를 케이비에스가 계속 운영해 2013년∼2016년 동안 178억7000여만 원을 지출한 점, 2010년 10월 특별성과급을 기본급으로 전환했는데도, 올해 2월 경영성과 인센티브를 따로 지급하는 것으로 보수규정을 다시 고쳐 전 직원에게 78억여 원을 지급한 점도 지적했다.

이번 감사에서는 케이비에스가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발생한 과태료 전액을 외주 제작사가 물도록 책임을 떠 넘기는 등 ‘갑질’을 일삼은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2014년부터 올해 7월 현재까지 (방송법 위반으로) 부과받은 과태료 중 책임을 분담해야 하는 프로그램 과태료 5320만원(7건) 전액을 외주 제작사에게 청구했다”고 지적했다. 케이비에스는 외주 제작사가 만든 프로그램이라고 하더라도 프로그램 간접광고나 협찬고지 관련 규정 등 방송법 위반으로 인해 과태료 부과 처분을 받으면 과실 비율을 따져 과태료를 공동 분담해야 한다. 감사원은 또 계약대금을 청구받은 날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해야 하는데도 176건의 계약대금을 최대 21일 늦게 지급해 상대방의 부담을 초래한 점도 불공정 거래 관행으로 지적됐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에 대해 고대영 케이비에스 사장에게 주의를 요구하는 한편, 현재 진행 중인 ‘이사진에 대한 업무추진비 집행 감사’ 결과를 별도로 발표할 예정이다. 노지원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