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칙 허물면서 흥정하지 않겠다"
정상명 검찰총장이 경찰의 독자적인 수사권을 인정한 열린우리당의 검ㆍ경 수사권 조정안을 절대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파문이 예상된다. 정 장은 6일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전제로 한 민생치안 부문의 경찰 수사권은 인정할 수 있지만 국민 인권보호나 불편해소를 감안하지 않고 검찰과 경찰을 대등한 협력관계로 인정한 여당의 조정안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 총장은 또 "(검ㆍ경 대등협력관계는) 국민 수준이 향상되면 그 때 가서 논의해도 된다. 프로세스는 택할 수 있지만 지향점은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점에서 대원칙을 허물면서까지 흥정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민주주의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중간단계를 뛰어넘게 되면 국민에게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다. 열린우리당이 검ㆍ경 수사권 조정안을 발표한 것이 과연 국민을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여당은 지난달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 때 검찰총장 임기제가 보장돼 있다는 점을 수차례 지적하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했던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검찰 수사정책기획단장인 박상옥 대검 공판송무부장도 이날 오전 브리핑을 갖고 "검찰 의견을 외면한 채 경찰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반영한 법안으로 국가적 폐해가 우려된다"며 여권의 조정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박 부장은 "우리당이 발표한 수사권조정 법안은 경찰 수사과정에서 국민 인권보호를 외면하고 경찰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수용한 법안으로 이 법안이 가져올 국가적 폐해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사법경찰 수사에 대한 견제와 감시통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경찰 수사과정의 부당한 인권침해나 사건의 장기 방치 등이 발생해도 검찰이 이를 구제할 수 없게 되고 국민은 개인적 변호사를 선임해 권리구제를 받아야 하는 등 불편이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당이 위법 부당한 수사를 하는 경찰관에 대한 검찰의 징계 및 교체임용 요구권을 제시한 것과 관련해서는 "검찰의 수사지휘가 배제되는 한 부당한 수사를 막기 위해 이 같은 권한을 활용할 여지가 없어 실효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검찰은 전날 전국검사장회의를 거쳐 민생치안범죄에 한해 경찰의 제한적인 수사권을 인정하는 법안을 확정해 우리당에 제시할 예정이었지만 우리당 수사권조정 정책기획단이 전격적으로 법안을 만들어 고위정책회의에 보고했다는 불만도 표명했다. 검찰은 또 "우리당의 수사권조정안에 대한 입법논의 과정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훼손되는 사태를 심히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현행법에 규정된 실질적 수사지휘권이 확보될 수 있도록 모든 법적 권한을 행사하는 한편 향후 국민 인권이 최대한 보장되는 수사지휘체계가 만들어지도록 입법과정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심규석 김상희 기자 ks@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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