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07 16:54
수정 : 2005.12.07 16:54
검찰 반발에 내부 원칙론 득세
열린우리당이 제시한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검찰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서면서 집권 여당과 검찰의 정면충돌 가능성에 정치권의 이목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검찰은 검.경의 대등관계를 규정한 우리당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일전을 불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상명 검찰총장은 7일 확대간부회의를 열어 "경찰과 대등관계란 있을 수 없으며, 정치권의 정략적 법안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기존의 수용 거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검찰이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우리당의 표정에서도 웃음기가 상지는 분위기다.
오영식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이날 당 확대간부, 원내대책 연석회의 브리핑을 통해 "(우리당의 조정안은) 시대 흐름과 국민 요청을 반영한 합리적인 정책적 판단"이라면서 "정치적 고려가 개입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오 부대표는 이어 검찰의 반발 움직임에 대해 "검찰의 이런저런 의견에 일일이 대응하거나 평가하지는 않을 생각"이라며 "본인들의 생각이나 의견을 주장하는 것은 좋으나, 국가기관으로서 품위와 본인들의 신분에 맞는 적절한 언어 선택에 신중을 기해주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검찰의 반발 움직임에 대해 경고 사인을 보낸 셈이다.
우리당은 당초 검찰이 기획단의 조정안에 대해 불편하다는 반응을 보이는데 대해 "검찰 입장을 들어보고, 대화할 것"이라며 절충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이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당의 조정안에 대한 거부의사를 밝히는 등 반발을 공식화하자, 당내에서는 강경 대응론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검찰의 반발에 끌려다니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당 내에서는 검찰과의 일전을 불사하더라도, 기획단의 조정안을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득세하는 분위기이다.
핵심당직자는 "정세균 의장이 이 문제에 대해 아무런 말도 없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며 "정 의장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것은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앞만 보고 뚜벅뚜벅 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당내 일각에서는 "일점일획도 고쳐지지 않고 통과되는 법안은 없다"며 경찰의 수사권 독립과 검.경의 상호협력관계를 규정한 조정안의 취지를 지키는 선에서 검찰측 의견을 수렴하자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공직자부패수사처 설치 및 국가보안법 폐지, 검찰 과거사 정리 등 각종 검찰 개혁 과제 추진에 앞서 검찰과의 기싸움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는 의견도 확산되고 있어 검.경 수사권 조정이 어떤 식으로 정리될지 주목된다.
고일환 기자
koman@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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