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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03 16:10 수정 : 2005.01.03 16:10

물러난 열린우리당의 패장 천정배의 소회

“난 강경파 아니다. 합리적 대화론자다. 강경파들한테는 타협한다고 욕먹고, 중진들한테는 타협 안한다고 욕먹었다. 내가 합리적 대화론자라는 근거 아니냐.”

천정배 열린우리당 전 원내대표는 당원과 국민들에게 약속한 4대개혁법안의 연내처리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1월1일 새벽 임시국회가 폐회되자마자 원내대표직을 내놓았다.

그는 3일 오후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자신은 강경파가 아니라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회 운영을 풀어나가려 했던 합리적 대화론자”라고 항변했다. 당내에서 국보법 등의 연내처리를 주장한 강경파와 물밑에서 한나라당과 타협을 설득한 중진들 사이에 낀 원내대표로서 고뇌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천 전 대표는 사퇴배경에 대해 “개혁입법 연내처리를 목표로 두고 공언해 온 사람이기 때문에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다”며 “당이 새해를 맞아서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4자회담과 관련해 천 대표는 “ 4자대표회담이 없었다면 아마 예산안, 파병동의안만 처리하고 끝났을 것”이라며 “주요 법안은 하나도 처리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고 어쨌든 박근혜 대표까지 끌어들여 협상한 것이 하나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천 전 대표는 박근혜 대표에 대해 “박 대표와 대화한 것은 매우 유용했다”며 “그러나 저하고는 어떻게 해볼 수 없는 분이다. 솔직한 심정이다. (결국) 개혁법안을 처리하지 못한 것으로 귀결된 것이 아닌가”라며 거리감을 표시했다.

천 전 대표는 “평의원으로서 법사위원으로 돌아가 당의 개혁노선을 관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아래는 천 전 대표와 기자간담회 전문이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박종찬 기자


-기자간담회를 연 이유는?< br>=기자간담회라 부를 것도 없고 점심이라도 한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12월31일자로 (사퇴서를) 써놨는데 고민이 많았다. 12월31일날 2004년을 마무리 하면서 늦었지만 국회에서 예산안, 파병 처리하면서 저로서는 어려우면서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부영 의장도 사퇴했는데 당을 어떻게 해야 하나.
=개혁입법의 연내처리를 목표로 두고 공언해 온 사람이기 때문에 국민께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다. 원내 대책의 문제이고 정책의 문제인데 당의장에게 (사퇴를) 극구 만류했지만 채택되지 못해 아쉽다. 당이 새해를 맞아서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의총과 중앙위 연석회의를 통해 당의 의사결정을 수렴하고, 상황이 잘 수습되고 원내대표가 뽑히게 되면 잘 갈 것으로 확신한다.

-이부영 의장은 “대화와 타협 기조를 이끌어가야 한다. 당의 과격노선과 과감한 투쟁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우리 정치가 대화와 토론, 합리적 타협의 정치가 돼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 8개월간 원내대표를 하면서 그렇지 못했던 것이 아쉽다. 정치가 가진 첫째 가는 목표이다. 2005년에는 국민이 바라는 대로 합리적 토론의 정치가 되길 원한다. 우리당 의원이 많이 협력해주었다. 어느 조직이든 당내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당내 이견 때문에 끌려다닌 것 없었다. 과거로 가고 싶지 않다. 1월1일 새벽까지 국회 초반에 제출된 거의 모든 중요법안과 안건을 상당히 거의 처리했다. 그 점에 있어서는 상당한 성과 있었다. 정기국회가 끝나면서 예산도 통과 안되고 파병연장도 처리 안되고 역점 둔 많은 법이 처리 안됐다. 그런 가운데 임시국회도 여야간에 공동 소집하지 못하고 단독소집했다. 아득한 느낌이었다.
21일 4인 대표회담으로 국회 정상화됐다. 10여일 동안 정말 생산성 있는 국회가 됐다. 31일과 1일에 안건 처리했다. 법안 171개 안건이 가결됐다. 개별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다수 의원의 공감대 있지 않기 때문에 시급하지 않은 것도 많다. 16대 국회가 136건인데,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171건 중에 경제활성화 위해 기금관리기본법, 민간투자법 등 14개뿐이다. 거의 상임위에 남아 있는 법안이 없을 것이다. 임시국회 넘어간 것은 투자 3법 중 국민연금법, 개혁입법 등이 있다. 불법정치자금 국고환수법 등이 남아 있다.

-보안법 어떻게 되나?
=지난달 30일 의총에서 명확해지지 않았나. 3가지 제시했다. 1.연내처리 2.대체입법 수용 3.당론변경 없이 그대로 간다는 것. 3안이 채택된 것이다.

-합의문엔 2월에 다룬다고 돼있지 않나.
=2월에 다룬다는 문구는 한나라당쪽이 넣자고 요구해서 들어간 것이다. 1월엔 다루지 않는다는 합의가 강조된 셈이다. 아마 한나라당쪽에선 우리당이 1월달의 남은 임시국회에서 계속 보안법 처리를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했던 모양이다. 30일 의총에선 12월달에 추진했던 것과 같은 기조와 흐름으로 보안법을 2월에도 다루겠다는 것은 분명히 아니었다. 적절한 때에 보안법을 어떤 방식으로 다룰 것인지에 대해 당내에서 논의하는 자리가 있을 것이다.

-예전과 다른 원내 대표였는데.
=초유의 원내대표였다. 굳이 자평해 보자면 우리 의원들과 원내대표단이 일하는 원내대표단의 모습을 확립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 법안을 준비하고 협상하고 심사하고 처리하는 과정이 일 중심으로 잘 짜여졌다고 생각한다. 우리 당내 많은 다양한 의견 있었지만 원내 전략 달랐기 때문에 혼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당내 이견이나 이견을 둘러싼 당내 첨예한 갈등 때문에 차질 빚은 일은 없었다. 의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원내대표 중심 국회에 대해.
=당의 체제가 초창기이다보니 자리를 못잡은 것이 있다. 공보문제 당대변인과 대변인실이 중앙당에 설치돼 있는데 원내 공보실이 있다. 두 기구 사이에 협력조율 하모니 이런 점에 대해 조금더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런 일들이 여러분야에 드러나고 있다. 당료들이 수백명씩 있다. 정치개혁 일환으로 당을 슬림화했다. 140명 될 것이다. 인원이 줄은 데다가 중앙당과 원내라는 상대적으로 분리되는 부분에 배치하다 보니 인원이 부족하다. 일손이 부족하다. 직원 100명 중 대부분은 정책요원들이다.

-회의에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로 가야 한다고 했는데.
=대화와 타협으로 수많은 법안을 처리했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중요하다.

-‘강경파’ 아닌가?
=난 강경파 아니다. 합리적 대화론자다. 강경파들한테는 타협한다고 욕먹고, 중진들한테는 타협 안한다고 욕먹었다. 내가 합리적 대화론자라는 근거 아니냐. 4인대표회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아마 예산안하고 파병동의안하고 2가지 하고 끝났을 것이다. 주요 법안은 하나도 처리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어쨌든 박근혜 대표까지 끌어들여 협상하지 않았나. 이것도 하나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뭐가 제일 힘들었는가?
=언론보도가 제일 힘들다. 이건 농담이고…. 제가 함부로 말하는 성격인데 제 개인 생각을 숨기고 무게 있게 언행해야 한다는 점이 힘들었다. 이제는 자유롭게 말하겠다.

-박 대표와 본격적으로 협상했는데 협상 파트너로서 평가한다면.
=저하고는 어떻게 해볼 수 없는 분이다. 솔직한 심정이다. (결국) 개혁법안 처리 못한 것으로 귀결된 것이 아닌가. 김덕룡 대표는 참 좋으신 분이다. 참 좋은 선배이다. 직무 성격상 두사람 다 협력해서 뭔가 이뤄내야 하는 위치에 있다. 그런 점을 고려해도 좋은 분이고 이야기가 잘 통하고 기자들에게 노출되지 않는 가운데 자주 만나고 대화도 자주했다. 마지막날 반전의 연속 같은 일 있었지만(각 당의 의원이나 언론에게 이런 저런 반전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김 대표와 저의 사이에서는 오해나 상대방에 대한 인식의 부족 문제는 없었다. 설령 생각이 다른 세력이나 사람 사이에서도 대화가 중요하다. 진의를 알면 불필요한 오해가 없어진다. 정치가 최소한의 생산성을 가질 수 있다. 대화의 필요성 크다. 박 대표와 대화해본 것도 매우 유용했다.
김원기 국회의장은 정말 잘하셨다. 저에게 좋은 지도 많이 했다. 김 의장 닉네임이 ‘노 대통령의 정치적 스승’. 저래서 그런 칭호 얻는구나 느꼈다. 의장이 상당한 부담이나 악역도 했다. 생각이 다른 분들은 서운한 부분도 있지만 매우 잘하셨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뭐하시나?
=법사위원으로 돌아간다. 보안법 폐지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할까요?

현장메모/ <한겨레> 정치부 임석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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