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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03 19:27 수정 : 2005.01.03 19:27

2005 새 국회로 - ②저질발언 뿌리뽑자

출범뒤 징계 한건도 없어
"윤리감사관제 도입 필요"
강령·규범 세분화 지적도

“내가 본 최악의 국회다!”(4선 국회의원)

“다시 18대 국회를 기대해 봐야겠다!”(시민단체 관계자)

‘제2의 제헌국회’라는 기대까지 받으며 출범한 17대 국회가 두 해째를 맞이한 지금, 국회를 바라보는 안팎의 시각은 싸늘하기만 하다. 연일 되풀이된 의원들의 몸싸움과 말싸움은 국회에 대한 실망감을 키웠다.

지난해 국회 본회의와 각 상임위원회에서는 거의 매일 온갖 거친 표현이 쏟아졌다. 길거리 싸움판, 그것도 술에 만취한 이들의 마구잡이 싸움판에서나 볼 수 있는 ‘막말’도 난무했다. 헌법에 보장된 의원의 면책특권은 정쟁 수단으로 전락했다. 과거 국회와 비교해도 전혀 나아진 게 없는 모습이다.

하승창 함께하는 시민행동 사무처장은 이런 현상이 되풀이되는 원인에 대해 3일 “대다수 국민들로부터 욕을 먹을지언정, 자신의 지역구 유권자들이나 당 보스로부터 환영받으면 그만이라는 착각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서복경 국회도서관 입법정보연구관은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사안들에 대해 뚜렷한 당론이 없는 상태에서, 당대당 대결만 이뤄지다 보니 비본질적이고 자극적인 말싸움이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험한 입’을 드러낸 일부 의원들의 품격을 하루아침에 높일 방법을 찾기는 쉽지 않다. 독립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도덕적 자질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다음 선거에서 재선이나 집권에 실패하도록 그냥 내버려 두는 게 가장 큰 제어 수단이 아니겠느냐”(하승창 처장)는 말도 나온다.


그나마 의회제도 안에서 해볼 수 있는 일로는,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를 내실화하는 방안이 우선 꼽힌다.

현행 헌법과 국회법은 국회의원의 ‘품위 유지’를 의무로 명시하고 있고, 국회의원윤리강령과 윤리실천규범에서 이를 좀더 구체화하고 있다. 윤리특위는 이를 근거로 해당 의원에게 △공개 경고 △공개 사과 △30일 이내의 국회 출석 정지 △제명 등의 징계를 내릴 수 있다.

하지만 1991년 5월 국회에 윤리특위가 생긴 이래, 의원에 대한 징계가 이뤄진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다. 임기 만료로 윤리위 제소안건이 자동 폐기되거나, 여야의 타협으로 제소를 철회한 게 대부분이다.

손혁재 성공회대 엔지오대학원 교수는 “윤리특위를 15명의 현역 의원으로만 구성하게 한 국회법을 고쳐, 외부인사를 더 많이 위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만 ‘제식구 감싸기’ 행태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재창 숙명여대 교수(정치행정학부)는 영국 의회의 ‘의회윤리감사관’ 제도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이 제도는 윤리특위 안에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전문적인 윤리감사관을 둬 윤리적 일탈에 대한 조사를 맡기고, 윤리특위는 그 결과에 대한 승인권을 갖도록 하는 방식이다.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국회의원 윤리강령과 윤리실천규범을 좀더 세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서복경 입법정보연구관은 “세부지침에 해당하는 법규들이 추상적이어서 실질적인 징계 기준으로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윤리실천규범은 15개 조항에 그치는 반면, 미국은 책 한 권 두께의 ‘의회 의사 규칙’에 “의원의 발언은 의장을 상대로 한 것이어야 한다”, “의원의 발언은 텔레비전 시청자, 방청석 등을 향한 것일 수 없다” 등 매우 구체적으로 행동규범을 정하고 있다.

이 밖에 윤리특위 위원장을 국회 부의장급으로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으며, 다선 의원에 대해서도 징계가 가능하도록 윤리특위 위원을 선수와 평판을 기준으로 선임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 아울러 윤리심사 회부 뒤 3개월 안에 심사하도록 한 조항을 없애고, 일본처럼 제명말고도 ‘의원 사직권고 결의’라는 징계 제도를 도입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박재창 교수는 “회의에서 거친 말이 쏟아질 때 의장이나 상임위원장이 정략적 고려 없이 즉각 발언을 제지하고, 의원들은 이를 무조건 따르는 문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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