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연정속셈 드러났다”…무대응 재확인

한나라당은 1일 노무현 대통령의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같아지도록 하는 것도 대안'이라는 발언을 개헌추진을 시사한 것으로 간주, "연정 제안의 속셈이 드러났다"며 공세에 나섰다.

노 대통령이 그동안 지역구도 타파를 내세우며 대연정을 제안했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 개헌을 통해 열린우리당의 재집권을 도모하고 퇴임후에 계속해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정치적 꼼수'임이 확인됐다는 것.

대신 한나라당은 대연정과 관련된 어떤 제안에 대해서도 무시전략으로 나설 것임을 확인하며 `민생.경제 마이웨이'를 거듭 강조했다.

"한나라당이 연정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계속 수세에 몰리게 될 것"이라는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공세니, 수세니 하면서 야당에 대한 제의를 전쟁치르듯 하고 있다"며 발끈했을 뿐 구체적으로 대응하진 않았다.

대통령 발언에 대해 아예 무대응으로 일관함으로써 이슈화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박근혜 대표는 이날 상임운영위에서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선 아예 언급조차 않은 채 "정부여당은 경제정책의 실패를 서민과 중산층에게 세금으로 전가하고 있다"면서 "이번 국회에서 한나라당은 세금인상과의 전쟁을 벌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재섭 원내대표는 SBS 라디오 시사프로인 `진중권의 SBS 전망대'와의 전화 인터뷰 및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연정에 대해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을 생각해보라. 서로 다른 정파가 하니까 결국 실펌다. 그런 식은 안된다"고 밝혔다.

강 원내대표는 노 대통령의 개헌 관련 발언에 대해서도 "내년 되면 개헌, 대권주자 얘기 나올텐데 지금 그 얘기를 하면 경제가 제대로 되겠느냐"면서 여당의 선거구제 등 정치개혁 협상 제안에 대해서도 "2007년쯤 협상하면 된다. 지금 하는 것은 겨울에 부채질 하는 격"이라고 거부했다.

김무성 사무총장은 "노 대통령의 발언은 개헌정국으로 가겠다는 것으로 이제 대통령의 진면목으로 드러나는 것"이라면서 "갑갑증을 느낀 대통령이 금도에 벗어난 발언들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맹형규 정책위의장은 "개헌 얘기까지 한 것으로 볼 때 국민들이 대통령 발언을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있음에도 대통령은 계속 밀고 나갈 것"이라면서 "대통령 정치게임 때문에 여야가 극한 대결국면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당초 한나라당 내부에서 연정제안에 대한 대응카드로 `개헌공론화'를 주장했던 일부 의원들은 노 대통령의 개헌 관련 발언이 있자 자신들의 선의가 여권에 의해 악용될 가능성을 의식한 듯 말을 아꼈다.

박형준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나는 좋은 의도로 말했는데 나쁜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면 주의해야 한다"면서 "우리가 충정으로 얘기한 개헌론을 여권에서 역이용하려든지, 내 뜻이 잘못 전달되거나 당의 입장에 교란을 가져온다면 내 개인 의견만 주장할 수는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