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9.02 19:40
수정 : 2005.09.02 19:40
‘회담 수용’ 한라라당 묘한 기류
일부 의원들 발언 자제속 “거절 할거면 왜 만나나”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노무현 대통령의 단독 회담 제안을 받아들인 다음날인 2일, 한나라당에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주요 당직자들은 이번 회담이 “연정론의 싹을 자르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연정에 ‘무대응’ 방침을 고수하던 박 대표가 회담을 즉각 수용한 배경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는 기류도 감지됐다.
강재섭 원내대표는 이날 <한국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연정 얘기는 이제 그만하고, 민생과 경제 얘기를 하자고 강력하게 얘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박 대표가 노 대통령의 두 눈을 똑바로 보면서 ‘한나라당에 더이상 연정은 없다’고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흥길 홍보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연정이나 내각제 개헌 등 정치 이슈에 대해 당이 일체 응하지 않기로 했는데, 며칠 전부터 몇몇 의원들이 신문이나 방송에 출연하면서 조금씩 구멍이 뚫리고 있다”며 ‘연정론’에 대한 언급을 삼갈 것을 당부했다.
그동안 연정론에 적극 대응할 것을 주문했던 의원들은 잠시 발언을 자제했다. 개헌 공론화를 외쳤던 남경필 의원은 “노 대통령의 ‘정략적 개헌 구상’은 논의 대상이 못된다”며 “야당 의원들의 선의를 여권에서 악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박형준 의원도 이번 회담에 대해 “좀 지켜봐야겠다”고만 말했다.
의원들의 이런 신중함에는, 박 대표가 회담 제의를 즉석에서 수용한 데에는 ‘뭔가 다른 뜻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3선 의원은 “연정 제의를 단호히 거절할 뜻이라면 굳이 만날 필요가 있겠느냐”며 “이번 회담이 연정 논의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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