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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07 19:20 수정 : 2005.09.07 22:28

노무현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회담을 시작하면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책임있게 대화” “국민 원하는 것 해야” 초반부터 ‘연정이냐 민생이냐’ 신경전

“안녕하십니까.”(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어서 오십시오. 반갑습니다.”(노무현 대통령)

7일 오후 2시 청와대 회담장인 백악실 앞에서 만난 연정의 ‘제안자’와 ‘상대방’은 이렇게 인사를 나눴다. 노 대통령이 연정론을 제기한 이후 40일 만에 이뤄진 첫 만남이었다.

노 대통령은 감색 양복 차림, 박근혜 대표는 옅은 하늘색 블라우스에 베이지색 바지정장 차림이었다.

환한 웃음으로 악수하며 사진기자들의 플래시 세례를 받은 두 사람은 나란히 회담장에 들어서 원형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노 대통령은 박 대표와 함께 온 맹형규 정책위의장과 유승민 비서실장, 전여옥 대변인에게 웃으며 “카메라를 신경쓰느라 미처 인사(악수)를 못했다. 나갈 때 따로 인사 드리겠다”며 부드럽게 분위기를 잡아 나갔다.

노 대통령을 기준으로 상석인 오른쪽에는 박 대표가 앉았고, 시계방향으로 청와대 이병완 비서실장, 김병준 정책실장, 김만수 대변인,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 유승민 비서실장, 맹형규 정책위의장 등이 자리를 했다.

노 대통령이 “오늘 회담에 대한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이 매우 높다”고 말하자, 박 대표는 “국민들이 대통령께 말할 게 많은 것 같다”며 “오늘 회담을 앞두고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창을 만들었는데, 많은 국민들이 의견을 주셔서 오늘 전달해 드리겠다”고 화답했다. 처음부터 연정이 아닌 민생으로 가닥을 잡아 나가겠다고 먼저 못을 박는 순간이었다.


이 말에 노 대통령은 “오늘 회담을 정해놓고 나니 ‘박 대표가 나라 걱정, 국민 걱정이 지극하시다고, 그런 줄 알고 가서 얘기하라’고 조언해 주는 사람이 있었다”고 받았다. 박 대표의 태도를 예상하고 있다는 얘기다.

두 사람의 대화는 한반도를 비껴간 태풍 ‘나비’로 주제가 옮겨갔다. 노 대통령과 박 대표 양쪽 모두 딱딱한 모두발언을 피하고 부드러운 모습을 연출하려고 노력하는 인상이었다.

하지만 실제 대화는 예상보다는 짧게 끝났다. 일러도 오후 5시 이후에야 끝날 것이란 한나라당 쪽의 예상과 달리, 회담 시작 2시간 반이 채 안된 4시20여분께 회담은 끝을 맺었다. 공동합의문도 만들지 못해 별다른 합의 없이 서로 견해차만 확인하는 자리였던 셈이다.

이날 아침 박 대표가 평소 즐겨 입던 부드러운 색상의 길고 폭넓은 치마 대신 바지 차림으로 국회에 나오자, ‘연정은 안 된다, 민생에 매진해 달라’고 요청하는 단호한 모습을 보이겠다는 암시가 아니냐는 말들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한나라당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박희태 국회부의장은 “오늘 그 옷을 입고 가느냐. 잘 싸우고 오시라. 옷차림이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당 회의에서도 담담한 표정으로 “(본인은) 국민의 대변자 아닌가”라며 “국민의 뜻을 대통령께 충분히 전달해 국민이 원하는 바대로 국정운영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할 것”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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