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19 17:30
수정 : 2019.11.20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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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오른쪽)이 2019년 1월18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한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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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상응조처’ 강한 압박
김영철 “트럼프가 자랑해온 치적
조목조목 해당한 값을 받을 것”
한미훈련 중단과 제재완화 요구
2주새 7건 연쇄 담화 속내는
3차 북미정상회담 꼭 성사시키되
‘트럼프 들러리’ 안서겠다는 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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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오른쪽)이 2019년 1월18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한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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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 위원장은 19일 “미국은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기 전에는 비핵화 협상에 대해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철 위원장은 이날 이른 새벽에 <조선중앙통신>으로 발표한 ‘아태평화위원장 담화’(담화)에서 “이제는 미국 대통령이 1년도 넘게 자랑해온 치적들에 대해 조목조목 해당한 값을 받을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북-미 실무협상 북쪽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도 이날 오후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 형식을 빌려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할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 조미 대화는 열리기 힘들게 돼 있다”고 보조를 맞췄다.
김영철 위원장의 담화는,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17일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에이스’ 연기 발표를 “외교 노력과 평화 촉진 환경 조성을 위한 선의의 조처”라며 “상응하는 성의”를 북한에 촉구한 사실을 겨냥했다. 담화는 “우리가 미국에 요구하는 것은 남조선과의 합동군사연습에서 빠지든가 연습 자체를 완전히 중지하라는 것”이라며 “합동군사연습이 연기된다고 평화와 안전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며 외교적 노력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맞받았다. 그러고는 “미국이 대화에 관심이 있다면 어째서 반공화국 ‘인권’ 소동과 제재 압박에 악을 쓰며 달라붙고 있는가”라며 “연말연시 고비를 넘기기 위해 시간 벌이로 교활하게 책동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지금 필요한 일은 북쪽의 추가 비핵화 조처가 아니라 미국의 추가 상응 조처라는 주장이 담화의 알짬이다. 북쪽이 바라는 ‘미국의 추가 상응조처’는 둘로 압축할 수 있다. “조미관계 악순환의 가장 큰 요인”(13일 국무위원회 대변인 담화)이라 지목한 한-미 연합군사연습 중단, “안전과 발전을 저해하는 온갖 위협들”(19일 김영철 담화)의 대표 격인 대북 제재의 해제·완화가 그것이다.
최근 2주 새 쏟아진 7건의 북한발 연쇄 담화는 두개의 축을 대전제로 변주되고 있다. “3차 북-미 정상회담을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와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때처럼 또 당하지는 않겠다”가 그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곧 만나자”는 트위트를 “새로운 조미 수뇌회담을 시사하는 의미로 해석했다”(18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 담화)거나 “조미대화의 동력을 살리려는 미국 쪽의 긍정적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한다”(14일 김영철 담화)거나 “임의의 장소·시간에 미국과 마주앉을 용의가 있다”(14일 김명길 담화)는 말은‘3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추구한다.
반면 “우리는 바쁠 것이 없으며 지금처럼 잔꾀를 부리는 미국과 마주앉을 생각이 전혀 없다”고 선을 긋고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언급하며 받아내겠다고 한 “해당한 값”(18·19일 김계관·김영철 담화)은 ‘또 당하지 않겠다’는 결기를 방증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협상 중단’을 선언하지 않으면서도, 4월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처음 언급한 ‘미국의 새로운 셈법’과 관련한 태도를 강화하는 배경이다.
전직 고위관계자는 “경제건설에 집중하려는 김정은 위원장이 내년 봄 한-미 훈련이 어찌 될지 모를 ‘훈련 연기’가 아닌 ‘확실한 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상황”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매우 중요한 국면”이라고 짚었다.
방미 중인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18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와 2시간여에 걸쳐 면담·오찬을 하고는 “미국도 이 (북-미) 협상의 성공을 위해 여러 검토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쪽의 훈련 중단 요구 등과 관련해) 그런 부분들을 미국 쪽에서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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