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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18 09:25 수정 : 2019.12.18 09:29

방한일정을 마치고 일본으로 향하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7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 서울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연말시한 없다며 단계적 접근 수용
북에 만남 공개 제안했지만 불발
“진지한 의지 보여” “뭘 줄지 안 밝혀”
정부 관계자들 방한 엇갈린 평가
‘무응답’ 북, 신년사 통해 대응 예상
트럼프 “북 뭔가 진행 중이면 실망”

방한일정을 마치고 일본으로 향하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7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 서울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 겸 대북특별대표가 2박3일의 한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17일 오후 일본 도쿄로 떠났다. 비건 특별대표의 방한 기간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친서 전달이나 판문점 북-미 접촉이 있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사정에 밝은 고위 소식통이 전했다. 가파르게 긴장도가 높아지는 한반도 정세의 진로를 바꿀 계기가 마련되지 못한 셈이다.

비건 대표의 방한 기간 대북 발언은 진지했다.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설정한 ‘연말 시한’에 미국은 동의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그는 “데드라인(마감시한) 같은 건 없으며 미국은 (협상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둘째, “단계적 접근”이라는 북한 방식에 호응했다. “타당성 있는 단계”로 나눠 “유연한 조처”를 담은 “균형 잡힌 합의”를 추구하겠다고 했다. 셋째, “크리스마스는 성스러운 휴일”이라며 북쪽에 ‘자제’를 촉구했다. 강경 발언은 없었지만, 북한이 바라온 ‘한-미 군사훈련 중단’이나 ‘제재 완화·해제’ 문제와 관련한 눈에 띄는 제안도 없었다.

그래서 비건 대표의 방한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정부 관계자들은 “비건 대표가 진지한 협상 의지를 밝힌 만큼 ‘확인’을 위해서라도 이젠 북쪽이 협상장에 나와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반면 북-미 관계의 우여곡절을 오랜 세월 겪은 원로들은 “미국이 뭘 줄 수 있는지 최소한 운이라도 떼야 하는데 그게 없으니 북한 쪽에서 협상장에 나서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김정은 위원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8주기를 맞아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주검이 있는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 <노동신문>은 17일 이 소식을 보도했지만 김 위원장의 발언은 전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공언한 ‘새로운 길’은 이달 하순 (아마도 크리스마스께) 열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7기 5차 전원회의와 새해 1월1일 신년사로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정부는 대체로 어두운 기조의 전망을 내놨지만, 2017년과 같은 전쟁 위기가 재연되지는 않으리라고 봤다. 통일부는 “연말까지 북-미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신년사에서 ‘북-미 협상 중단’ 등을 선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북한이 “2017년과 같은 극단적 대립 국면은 지양하며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에 따라 대화 계기를 지속적으로 모색하리라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어 “자력갱생 기조를 강화하며 제재 국면 속 경제 활로 모색에 부심할 것”이라며 “중국·러시아와 (경제협력) 등 관계 강화를 통해 우호적 대외 여건을 조성하며 대미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북한도 “자력부흥, 자력번영”을 강조해, ‘경제 건설 집중 전략노선’은 유지할 뜻을 내비쳤다.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과 함께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한 노동당 정치국원들이 “자력부흥, 자력번영의 새 시대를 펼쳐나가시는 (김정은) 최고영도자 동지의 영도”를 받들자는 결의를 다졌다고 전했다. 북한이 적어도 김 위원장의 신년사 발표 이전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인공위성 발사 따위 전략적 (군사)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런 행동은 한반도 정세를 뒤흔들어,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한 주목도를 현저히 낮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러 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일부 해제를 담은 결의안 초안을 제출한 사실도 주목할 대목이다. 당장은 거부권을 지닌 미국·영국·프랑스 탓에 ‘성과’가 없겠지만, 앞으로 유엔 안보리의 ‘북한 문제’ 논의 지형에 변화를 예고한다. 중·러의 이런 행보는 대미 압박이자 ‘우리도 노력하고 있으니 자제하라’는 ‘북한 달래기’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의 ‘선택’에 영향을 끼칠 결정적 요인은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각) “(북한이) 무언가 진행 중이면 나는 실망할 것”이라며 “지켜보자”고 했다. 강경하지 않지만, 새 내용도 없다. 외무장관을 지낸 한승주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가 대선에 얼마나 영향이 있는 의제라고 생각하는지 우리는 아직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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