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3.13 21:21
수정 : 2005.03.13 21:21
관리형 안전카드로 막판뒤집기 선택
강봉균·윤증현 잇단 고사 뒤 ‘차선’ 떠올라
노무현 대통령이 새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으로 한덕수 국무조정실장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경제의 안정적 관리가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 마디로 경제의 ‘안전운항’을 위한 관리형 카드로서 한 실장의 강점이 돋보였다는 이야기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3일 “현재 한 실장 쪽으로 굳어져가는 분위기”라며 “한 실장이 그동안 국무조정실장으로서 어려운 경제상황을 헤쳐나오는데 손발을 맞춰온 만큼 경제 부총리로 임명될 경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 실장에게서 다른 흠집이 발견되지 않으면 이르면 14일께 최종 낙점이 이뤄질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노 대통령의 최종 결심만 남은 상태”라고 말했다.
사실 그동안의 검증 과정에서 한 실장은 막판에 후보군에 포함되는 등 초반에는 그리 강세를 보이지 않았다. 노 대통령이 애초 심중에 두었던 강봉균 열린우리당 의원은 아들 병역 미필 문제가 걸림돌이 되어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고, 다시 강력하게 부상했던 윤증현 금감위원장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책임론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 강 의원과 윤 위원장은 결국 고사 뜻을 밝혔고, 자연스럽게 한 실장이 떠올랐다는 이야기다.
인재풀이 사실상 바닥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흠결이 적고 현 정부의 주요 정책에 정통한 한 실장이 막판 ‘뒤집기’를 한 형국이라고 할 수 있다. 노 대통령으로서는 최선이 아닌 ‘차선’의 선택을 한 셈이다. 한 실장과 함께 후보군에 포함됐다가 탈락한 신명호 전 아시아개발은행(ADB) 부총재는 9년여 동안 경제정책을 손에서 놓은 점이 약점으로 작용했다.
물론 정부 안팎에 ‘한덕수 카드’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다. 통상과 산업 분야를 주특기로 하는 탓에 금융, 세제 등 거시경제 분야를 다뤄본 경험이 거의 없어 재경부 장관 적임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 부총리로서의 ‘그릇’이나 ‘추진력’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해 정부 핵심 관계자는 “각종 위원회 등 경제 관련 시스템이 어느정도 갖춰진 만큼 이헌재 전 부총리처럼 카리스마가 있는 인물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며 “한 실장을 중심으로 각종 경제정책을 조정하고 관리해 나가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난 주말 한 실장 카드를 사실상 확정한 상태에서 막판 검증 작업을 벌여왔으며, 이번 주 초 최종 인선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백기철 기자
kcbaek@hani.co.kr
“정책흐름 이어갈 인물”
국무조정실장 경험·합리성 강점꼽아
“일로만 승부 경향 단점 될수도” 우려
■ 경제부처 반응
새 경제 부총리로 한덕수 국무조정실장이 유력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 등 주요 경제부처 간부들은 13일 “경제정책의 연속성 측면이나 조정능력, 합리성 등을 따져볼 때 무리없는 인선”이라며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재경부의 한 1급 간부는 “한 실장의 스타일이 합리적 시장주의자이자 개방론자여서 기존 경제정책 기조를 이어갈 수 있는 인물”이라며 “경제수석과 통상교섭본부장, 국무조정실장을 지내 국정 전반에 대해 폭넓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경부의 다른 간부는 “참여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은 국가안전보장회의를 포함한 모든 회의에 참석하는 주요 보직”이라며 “한 실장이 이 자리를 2년 가까이 지냈기 때문에 경제정책의 연속성이나 합리적 조정, 추진력, 대외개방 등 여러 면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 실장이 거시경제와 금융에 약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재경부 간부는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통상 쪽을 다루어 와 거시 쪽에 밝지 않을 수 없다”며 “금융의 경우 현업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경제수석과 국무조정실을 거치면서 현안에 대한 이해는 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산업자원부 쪽은 차관까지 지낸 한 실장이 부총리에 오를 것이라는 데 고무된 상태다. 한 산자부 간부는 “옛 통산 관료들의 우수성이 입증되고 있지 않느냐는 게 산자부 공무원들의 생각”이라며, “앞으로 부처간 업무 협의를 할 때에도 훨씬 유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산자부 간부는 “다만 지나치게 일로만 승부하려는 경향이 있어 정무적 판단과 활동을 해야 하는 경제 부총리 자리에는 단점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조성곤 기자
csk@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