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결정단계 축소·서열파괴 이뤄질듯 행정자치부는 정부부처 가운데 처음으로 ‘실-국-과 체제’를 없애고 ‘본부-팀제’로 전면 개편했다. 정부는 행자부 조직개편의 성과를 보아 다른 부처로 확산시킬 계획이어서 공무원 사회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그동안 일부 정부부처에서 과에서 팀으로 바꿔 운영한 사례는 있었지만 정부 부처가 팀제를 전면 도입한 것은 정부수립 이후 60여년만에 처음이다. 행자부는 15일 국무회의에서 팀제 도입을 뼈대로 한 행자부 직제 개정령이 통과돼 이달 말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행자부 직제는 기존 1차관보-1실-1본부-7국-4관-1센터-45과-4팀 등 64개 조직에서 5본부-8관-1단-1아카데미-48개팀 63개 조직으로 바뀌게 된다. 과원-계장-과장-국장-차관보의 5단계 직위가 팀원-팀장-본부장의 3단계로 줄어들어 ‘의사결정단계 축소’로 이어지게 된다. 신설되는 본부장은 1∼3급, 단·관·아카데미장은 2∼4급, 팀장은 2∼5급이 맡게 돼 사무관급 팀장, 2급 팀원 등 ‘서열파괴’도 이뤄질 전망이다. 팀장은 사업결정과 예산·인사권을 갖고, 본부장은 소속 팀을 총괄 관리·운영하는 등 기존 실·국·과장에 견줘 권한이 크게 늘어난다. 하지만 성과에 따라 보상도 차별 지급받게 되는 등 책임 역시 강화된다. 또 200여명에 이르는 사무관과 서기관 등 계장급 중간관리층이 팀원으로 전환돼 현장 실무인력이 크게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행자부는 기대했다. 오영교 행자부 장관은 “현재의 계급구조와 연공서열 위주의 조직으로는 민간 수준의 경쟁력 확보가 어려워 팀제를 전면 도입하게 됐다”며 “행자부 조직개편이 성공적이라고 판단되면 정부혁신의 모델로 삼아 타부처로 확산시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행자부는 이달 말까지 법령개정과 후속 인사를 통해 팀제 도입에 따른 조직개편을 마무리 짓고 사무실 환경도 ‘T자형’에서 민간기업 형태의 ‘I자형’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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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개편 배경·전망
성과내고 효율높고 책임지는 조직으로 1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행정자치부의 본부-팀제 조직개편안은 1948년 정부수립 뒤 이어져 온 연공서열의 공무원 사회를 통째로 뒤흔드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이다. 이에 따라 사회 변화에 견줘 상대적으로 둔감했던 공직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게 될 것이란 기대감과, 과당경쟁으로 정부조직의 안정성이 무너지고 전시행정을 낳게 된다는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팀제 도입 배경=민간기업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계급 중심의 공직사회를 ‘성과’ 중심, ‘효율과 책임’ 위주의 조직으로 바꾸기 위한 시도다. 현재의 공무원 조직은 성과를 평가하기 힘들고, 이에 따라 경쟁을 하지 않으며 결국 국민들도 만족하지 않는다는 것이 오영교 행자부 장관의 판단이다. 계장-과장-국장-차관보로 이어지다 보면 누가 잘했는지 누가 못했는지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악순환을 선순환 구조로 바꿔 공무원들에게 경쟁을 불어넣어 성과를 내도록 하는 것이 팀제 도입의 뼈대다. 팀장에게 권한을 주고 책임도 묻고, 성과가 높은 팀은 인사에 반영하고 성과급도 차등화해 지급해 주게 된다. 팀제 도입과 함께 공모제도 도입해 연공서열의 직급 파괴도 앞당기도록 했다. 그동안 국장·과장 등 부서장은 계급 개념이었지만, 팀제에서 팀장은 계급과 상관없이 내부 공모를 통해 능력 있는 인재가 등용될 수 있다. 어떻게 바뀌나=개편된 행자부조직은 전통적인 정부 조직보다 민간기업 조직에 가깝다. 장·차관은 경영자(시이오)로 거시적 정책과 전략에 대해 책임지고 본부장은 중관관리자로 소속팀을 조정·관리하게 되며, 팀장은 사업 결정 및 추진과 그에 따르는 책임을 맡게 된다. 이번에 도입된 팀제는 팀원이 20~30명인 대팀제를 기본으로 한다. 하지만 한명의 관리자가 통솔할 수 있는 범위인 7∼8명을 서너배 상회함에 따라 조직원 관리가 쉽지 않아, 리더십을 갖춘 팀장 발굴이 팀제 전면 도입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규제·감독 및 통제적 성격이 강했던 조직을 고객과 성과관리 중심으로 개편했다. 지방부서는 행정·재정·세제의 조직 편제를 행정본부와 지원본부 등으로 개편했고, 성과관리팀과 고객만족행정팀 등도 신설했다. 전 부처 확산?=다른 부서로의 확산은 행자부의 성공 여부에 달렸다. 현재 중앙부처는 물론 지방자치단체, 검찰, 경찰 등에서도 행자부의 팀제 도입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팀제가 정부 조직에 쉽게 안착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 부처의 업무는 법과 제도에 의해 제약받고, 이중 삼중의 검토와 점검을 거쳐 추진하는 게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천성산 터널, 새만금 사업 등은 팀제를 도입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팀제를 도입하면 오히려 더한 부작용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각 팀들이 사업을 더 많이 개발하기 위해 과당경쟁을 벌여 지시 공문을 남발하게 되면, 도입 취지를 오히려 역행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중견간부들의 박탈감 해소 여부도 이 제도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보직 국장과 과장의 경우 팀원으로 전환되면 간부로서 갖고 있던 자긍심을 잃게 돼 오히려 평소의 능력조차도 발휘하지 못하게 되거나 팀의 화합이나 목표달성에 부담을 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오 장관은 “이번 행자부의 본부-팀제는 변혁의 1단계에 지나지 않는다”며 “행자부의 고객인 국민과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행자부 업무를 평가하는 시스템도 오는 6월 쯤 시험실시한 뒤 연말까지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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