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공격·사상검증 전략 우려 이기준 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사태를 계기로 공직자 인사검증 제도가 도마에 올랐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9일에 이어 10일 국무위원 내정자에 대한 국회 상임위원회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함에 따라, 논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과 학계에선 미국의 인사청문회 제도가 참고 사례가 될 것으로 꼽고 있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 미국은 어떻게 하고 있나?=미국은 연방대법원 대법관을 비롯해 행정부의 장·차관,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 주요 공직자들을 모두 ‘연방수사국(FBI)의 사전 조사 →대통령 면접 →인준안 제출 →여론 검증 →상원 인사청문회’ 등 5단계의 철저한 검증 절차를 거쳐 임명한다. 전체 약 200만개의 공직 가운데 1만6천여 자리가 이런 절차를 거쳐 채워진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국회의 임명동의 또는 선출 절차를 거쳐야 하는 공직은 국무총리, 감사원장, 헌법재판관, 중앙선관위원, 대법관 등 24개 안팎이다. 이들 공직에 대해서는 반드시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등 이른바 ‘빅4’에 대해서도 국회법에 따라 인사청문회를 실시해야 하지만, ‘임명 동의’가 아니라 참고 절차에 그친다. 서복경 국회도서관 입법정보연구관은 “미국은 지난 1787년 헌법제정의회에서, 주요 공직자 임명권을 상원이 가져야 한다는 주장과 대통령이 전적으로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한 끝에 이런 식의 타협을 이뤘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장관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나 임명동의를 의무화하고 있지는 않지만, 대신 의회가 행정부 견제 수단으로서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 권한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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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청문회 확대는 어떻게?=미국식으로 장관들에 대해서도 사실상의 인준 청문회를 실시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김형준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국무위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장기적으로 국정의 안정을 가져오는 효과가 있다”며 “모든 국무위원에 대해 국회 상임위별로 인사청문회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현행법에는 행정자치부 장관은 대통령이 임명만 하면 그만이지만, 앞으로는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서 하루 이틀 정도 인사청문회를 열고 대통령은 여기서 결정된 찬·반 의견을 따르도록 한다는 것이다. 사실상의 ‘인준 청문회’인 셈이다. 이런 방안에 대해서는 위헌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헌법학)는 “인사청문회를 최소한 장관급 이상의 모든 국무위원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그러나 대통령이 국회의 결정을 따르도록 하는 것은 국무총리 등에 대해서만 ‘임명동의’ 절차를 거치도록 한 헌법 규정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절충안으로, “대통령이 국무위원 후보를 지명한 단계에서 국회가 상임위 차원의 인사청문회를 열고, 이에 대해 본회의 표결을 거치게 하면 된다”고 말했다. “국회 본회의까지 거치도록 하면 법적 구속력을 법으로 명문화하지 않더라도 대통령이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재의 ‘빅4’ 인사청문회처럼, 국무위원들에 대해서도 청문회를 열되 표결없이 ‘참고’만 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한나라당의 경우 “우선 교육 부총리 후임자에 대해 상임위 차원의 임시 청문회라도 열자”며 인사청문회 대상 확대에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김민영 참여연대 시민감시국장은 “국회가 정부 고위 관료를 사전 검증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국회는 그동안의 인사청문회를 인신공격과 사상검증 시도 등 정쟁의 도구로 활용해 온 과거를 철저히 반성하고 대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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