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싼값 파월” 전용 의혹 뒷받침
필리핀 비전투원보다 훨씬 적어 미군기지 제주도 유치 요청 눈길 베트남전 관련 외교문서는 지난 1월에도 공개됐다. 당시에는 한국군의 베트남 추가 파병의 전제 조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양해사항을 담은 ‘브라운 각서’(주한미대사 공한, 1966년 3월4일)만 공개됐다. 이번에 공개된 것은 1965~73년에 걸쳐 브라운 각서 관련 교섭과정과 이 각서에 명기된 미국 쪽의 공약사항(군사·경제원조 16개 항목) 이행 실적, 전쟁 기간 참전국을 대상으로 한 외교문서들이다. 총 49권의 문서철에 모두 7400쪽이다. 이 문서들은 그동안 제기된 미국 쪽 군사·경제 원조 이행을 둘러싼 비리·의혹 특히 파월국군의 해외근무수당 지급의혹을 규명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외교부는 그 내역은 국방부 보관 문서들을 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문서 선별작업에 들어가 10월 중에 베트남전 문서 2200쪽 정도를 공개할 예정인데, 26일 의혹의 조기해소 차원에서 ‘김성은 국방장관과 비치 주한미군사령관간 서신(66.3.4)’ ‘사이밍턴 청문록’ ‘파월 장병에게 지급한 개인수첩’ 자료 등 일부를 공개했다. 국방부는 이를 근거로 해외근무수당은 전액 정상적으로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브라운 각서 9항에 따라 주월 한국군에 지급한 해외수당은 1969년 말 당시까지 1억2700여만달러였다. 그러나 이번 공개된 문서에서도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싼 값으로, 파월 대가로는 최소한이며 필수적이었다”는 평가가 들어 있듯이, 해외수당 지급문제는 1970년 2월에 열린 미 상원 사이밍턴 청문회에서 ‘용병’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집행과정에서의 ‘전용’ 의혹을 낳았다. 이 청문회에서 주월 미군의 1인당 비용이 1만3천달러인 반면, 파월 한국군은 5천달러로서 필리핀 비전투원 7천달러 보다 크게 낮은 수준인 것으로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또 이번에 공개된 문서 가운데는 한국 국방장관이 미군기지의 제주도 유치 방안을 거듭 타진한 대목이 들어있어 눈길을 끈다. 1968년 제1차 한-미 국방 각료회담에서 당시 최영희 국방장관은 “일본에서 미군기지 철거요청을 하고 있는데 한국에 이동해 올 것을 전적으로 환영한다”고 한 데 이어, 이듬해 2차 회담에서도 임충식 국방장관이 “일본에서 오키나와를 반환하라고 하는데, 제주도에 공군기지와 해군기지를 만들어 줄 것을 제의한다”고 거듭 요청했다. 데이비드 패커드 미 국방차관은 “제의에 감사한다. 제의를 염두에 두고 세계적인 기구를 포함해서 연구를 해 나갈 것이다”라고 답했다.이밖에 1차 각료회담에서 최 국방장관은 “현재 공작원을 북한에 보내지 않고 있으나 앞으로 해야할 지 모른다”며 “북한에 첩자를 보내는 것은 가능하다. 한국은 할 수 있다”고 밝혀 북파공작원의 침투공작을 확인하고 있다. 국방부는 1951∼1994년 1만3천여명의 북파공작원이 양성된 것으로 집계했다. 이번에 공개된 문서는 월남파병에 따른 이익을 일본, 대만등과 비교해 평가하는 대목도 있다. “월남(베트남) 파병으로 인한 한국의 이득(1965∼1969년)은 5억4600만달러이며, 이것은 월남에 파병하지 않은 일본의 이득보다는 적고, 자유중국(대만)의 그것을 약간 상회하는 정도이다.” 강태호 기자, 연합뉴스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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