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17일 오후 경주의 한 호텔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경주/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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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 ‘동북아 협력틀’ 가능성 탄력 북핵 기존합의 재확인·인권 거로 시사
17일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한-미 공동선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6자 회담이 동북아 다자안보 체제로 발전할 가능성’에 대해 부시 대통령이 열린 자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그동안 미국이 일본·한국과의 양자 ‘동맹체제’를 축으로 한 동북아 세력구도를 상정해 왔다는 점에서 보면 이런 점은 두드러진 변화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동북아 지역협력과 ‘다자안보 체제’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동맹체제의 강화가 미국과 중국의 대결구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물론, 이번 공동선언의 내용을 노 대통령의 이런 구상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동의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공동선언의 표현은 4차 6자 회담에서 합의한 9·19 공동성명을 추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은 북핵 문제의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에서 중국과 협의하는 자세를 보여 왔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는 한-미, 미-일 동맹의 보완 차원에서 한반도의 탈냉전 과정에서도 미국이 주도적 구실을 하겠다는 미국의 태도가, 동북아 균형자론 등 이 지역의 새로운 협력을 모색하는 한국의 정책과 부분적으로 접점을 찾은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두 정상이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데 공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역시 9·19 공동성명에 담겨 있는 내용이지만 두 나라 정상, 특히 부시 대통령이 직접 이를 확인했다는 점은 중요하다. 공동선언은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이 6자 회담을 ‘상호 보강’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핵 해결 먼저, 평화체제 협의 나중’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공동선언이 일치된 합의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부시 대통령은 정상회담과 이어진 오찬에서 줄곧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자유와 인권증진을 강조했다. 이는 부시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면서 내세웠던 가치로서, 중국을 겨냥한 게 분명한 표현들이다. 또 공동선언은 ‘북한 주민들의 상황’이라는 우회적인 표현을 쓰긴 했지만 북한의 인권문제를 제기하겠다는 미국의 뜻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우리 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을 ‘높이 평가’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는 달리, 부시 대통령은 이에 대한 지지의 뜻을 밝히지 않았다. 공동선언은 ‘남북간 화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데 그쳤다.
한·미 공동선언 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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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북핵 문제를 진전시킬 정치적 합의가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공동선언만을 놓고 보면 기존 합의의 재확인에 머물렀다. 오히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16일 부산에서 “(5차) 6자 회담에서 북한은 우리가 기대했던 종류의 약속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의 말을 보면 미국이 초보적 신뢰구축에 관한 조처를 취할지 의문이다. 5차 6자 회담 2단계 회의로 이어갈 동력을 찾기가 어려운 것이다. 경제·통상 분야에서는 통상장관급 회담에서 스크린쿼터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등에 관한 합의를 얻지 못했기 때문인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다만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자유무역협정 등에 대해 얘기가 오고갔다”고 말해, 뭔가 논의가 있었음은 분명히했다. 강태호 남북관계 전문기자,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회견 일문일답 부시 “북핵 검증 가능해지면 경수로 논의”
노대통령 노예해방 인용해 북인권 태도 밝혀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17일 경주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 미국의 링컨 대통령을 인용해 눈길을 끌었다.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 또 한-미 동맹에 균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 남북 정상회담에 관해서 우리는 언제나 그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원하고 있다. 그러나 북쪽은 북쪽 나름대로 전략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북쪽에서는 북핵문제가 풀리기 전에 만나는 것이 유리할지 아닐지에 대해 확실히 판단을 못하고 있다. 이는 북쪽이 판단할 문제다. 한-미 동맹관계에 대해 많은 말을 한다. 거꾸로 되묻겠다. 한국전쟁 이후 한국과 미국 사이에서 지금처럼 많은 현안을 가지고 동시에 풀어간 일이 있었느냐. 남북관계도 한국전쟁 이래 지금이 가장 안정된 시기이고, 한-미 관계에 있어서도 대화가 가장 잘되고 높은 수준의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 조금 전에 부시 대통령과 이 사실을 확인했다. -북한은 ‘9월에 서명한 합의가 원조를 받기 전에 핵무기를 포기해야 할 의무를 부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부시 대통령) 정말로 문제가 되는 것은 경수로다. 우리의 입장은 적절한 시기에 경수로를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적절한 시기란 그들이 핵무기 및, 또는 프로그램을 검증 가능하게 포기한 후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한-미 정상간 이견이 있다는 얘기도 있다. =(노 대통령) 인권이라는 것은 인류사회의 보편적 가치다. 링컨 대통령은 재임 시절 끊임없이 노예해방론자로부터 ‘노예해방에 적극적이지 않다’며 심하게 공격받았다. 실제로 링컨 대통령은 노예해방에 있어 걸음이 느렸다. 왜냐하면 대통령이 선명한 태도를 취하면서 앞장설 때 주 사이의 이해로 아메리카가 분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링컨 대통령은 통합을 염두에 두고 통합을 이뤄 가면서 점진적으로 노예해방 정책을 추진했다. 결국 남북전쟁이 끝나기 전에 링컨 대통령은 모든 노예를 해방시켰고, 그들이 실제로 총을 메고 전쟁에 참여할 수 있는 데까지 갔다. 한국 정부가 인권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똑같은 경우가 아닌가 싶어 예를 들어 그렇게 설명을 드리겠다. 북핵문제에 관해서 부시 대통령과 저는 대화를 오래 나눴다. 그 대화 내용은 근본적인 가치나 목표, 인식에 있어서의 차이와 관련된 것이 아니고, 앞으로 6자회담 과정에서 북한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 것으로 보느냐에 대한 대단히 전술적인 문제라 할까, 이런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그러므로 얘기가 길었지만 여기에는 아무 이견이 있을 수가 없다.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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