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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왼쪽끝에서부터) 등 한국과 미국의 각료들이 17일 경주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공동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경주/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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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공동선언 이모저모
역대 최장인 4시간 동안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노타이’ 차림의 비교적 편안한 분위기에서 회담을 시작했다. 회색 재킷에 노타이 차림의 노무현 대통령은 천호선 의전비서관과 함께 회담 예정시각인 오전 11시보다 3분 일찍 경주 한 호텔의 회담장에 입장했다. 1분 뒤 참모진과 함께 나타난 부시 대통령도 감색 양복에 넥타이를 매지 않은 차림이었다. 부시 대통령이 “만나서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네자 노 대통령도 “반갑습니다”라고 화답했다. 편안한 노타이 차림…역대 최장 4시간 회담
부시, 자국 기자 국내정치 질문에 불쾌감 표시
두 정상 불국사 방문…과잉경호 한국쪽과 마찰도 회담은 11시 정각에 시작돼 예정보다 10분쯤 길어진 낮 12시10분에 끝났다. 회담 직후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같은 호텔 지하 1층에 마련된 공동 기자회견장으로 나란히 이동했다. 회견은 두 정상의 머리 발언에 이어 한국 쪽 기자 2명이 노 대통령에게, 미국 쪽 기자 2명이 부시 대통령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기자회견장에서 한 미국 기자는 한-미 정상회담과는 상관없는 미국 국내정치 문제에 대해 질문을 던져, 부시 대통령을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이 기자는 “대통령이 나라를 전쟁으로 끌고 갔다는 식으로 비판받는 것에 대해 체니 부통령은 ‘불쾌하다’고 얘기한 반면, 헤이글 상원의원은 ‘그런 문제제기는 애국적’이라고 했는데 누가 옳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내가 일부러 미국 의회를 오도하고 또 미국민을 오도했다고 얘기한다면 그것은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기자회견에서는 미국 쪽 통역의 실수가 이어지기도 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대북 경수로 문제에 대해 답변한 내용이 오역으로 잘못 전달되면서, 한국 정부가 뒤늦게 언론에 정정을 요청하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은 회견에서 ‘핵 포기 전 북한에 원조를 먼저 제공할 용의가 있느냐’는 미국 기자의 질문에 대해 “적절한 시기에 경수로를 검토하겠다”(We will consider the light water-reactor at the appropriate time)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미국 쪽 한국어 통역은 ‘경수로 검토’를 ‘경수로 제공’으로 전달해, 미국 정부의 입장이 바뀐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오찬을 마친 두 정상은 ‘천년고도’ 경주의 상징적 문화유적인 불국사를 30분간 둘러보며 우의를 다지는 것으로 정상회담 일정을 마무리했다. 부시 대통령은 아시아 4개국 순방과 관련해 ‘동북아 역사와의 대화’를 주요 의제로 정하고, 우리 쪽에도 유적지 방문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은 북춤 공연을 관람하고 백운교 정상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뒤 다보탑에서 함께 ‘탑돌이’를 했다.
한편, 부시 대통령을 경호하기 위해 미국 쪽 경호·보안 요원들은 이날 물샐 틈 없는 경비를 펼쳤다. 부시 대통령은 호텔 1층 정문을 피해 지하 1층의 직원 출입문으로 호텔에 들어섰다. 또 호텔 1층에서 지하 1층으로 이어지는 중앙계단 역시 방화벽을 내리는 방법으로 차단했다. 앞서 미국 쪽은 부시 대통령의 동선에서 제외된 1층 유리 정문에도 검정 시트지를 붙이거나 주변에 검정 커튼을 설치해 줄 것을 요청해 한국 쪽과 마찰을 빚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호텔 고객들에게 필요없는 불편을 끼친다”는 한국 쪽 주장을 받아들여 미국 쪽은 요청을 거둬들였다고 한다. 공동 기자회견장 안에는 부시 대통령이 유사시 몸을 피하기 위해 방탄으로 만든 공간이 마련되기도 했다.경주/공동취재단,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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