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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18 14:15 수정 : 2005.11.18 14:36

한미 정상회담 그 동안 한국 방문을 기피(?)해 오다가 APEC 회의란 피할 수 없는 이유로 마지못해 한국을 방문한 부시 미국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은 이제까지의 한미 정상회담과 마찬가지로 밋밋한 주제로 일관되었다. 공동 선언문 역시 여느 정상회담 이후 발표되었던 식상한 메뉴들과 별반 다를 바 없이 첫 번째로 ‘굳건한 한미동맹 과시’ 하였으며 북한 핵 문제에 있어서 ‘선 핵 폐기 후 경수로 제공 논의’란 기존의 미국 입장을 반복 하였고 ‘WTO 도하개발어젠더(DDA) 협상에 양국이 보조를 맞추기로 합의 ’하는 등의 선언을 하였으며, 또한 지역 및 세계적 차원에서 군축 및 대량살상무기와 그 운반수단의 확산방지 노력에 있어서 협력하기로 합의 하였다.

이러한 회담 결과를 놓고 보면 미국은 북핵 사태를 미국의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무기로 활용하고 있음을 확인한 계기가 되었고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협력이란 합의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외에 또 있을지도 모르는 미국의 침략전쟁에 한국을 끌어들이겠다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

회담 결과가 이처럼 예견된 상황에서 별 다른 뉴스거리를 제공하지 못하다보니 기자들은 ‘한국이 비자면제 계획 가입을 위한 요건을 충족시키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이 한국과 함께 비자면제 계획의 로드맵을 개발 하는데 공동 노력 할 것’이란 내용을 가장 중요한 이슈로 다루어야 했고, 그나마도 비자면제에 대한 언급이 한국의 입장에 대한 배려인가 단순한 립 서비스인가가 가십의 대상이 되었을 정도로 지극히 원론적인 수사에 머문 알맹이란 찾아보기 힘든 형식적인 정상회담 이었다.

후진타오의 국회연설 반면에 같은 날 후진타오 중국 주석의 국회연설은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미국과는 차별화된 중국의 태도를 엿볼 수 있어 주목을 끌었다. 후진타오 주석은 국회 연설에서 “반도 핵문제의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은 가장 현실적이고 타당한 방도” 라고 했으며 “우리는 이전과 변함없이 남북 양쪽의 대화를 통한 관계개선과 신뢰구축, 그리고 자주적인 평화통일의 최종적인 실현을 지지할 것” 이라고 발언하여 한반도 통일의 주체가 외세가 아닌 남북한 당국임을 분명히 하였다. 또한 한반도 핵 위기의 해소에 대해서도 “남북 양쪽이 반도 문제의 직접적인 당사자이며 이 문제가 최종적으로 남북양쪽의 대화와 협상에 의해 해결되어야 한다”고 강조 함으로서 적어도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모든 주도권은 한국과 북한 당사자에 있음을 명확히 했다.


이러한 후진타오의 대 한반도 인식은 모든 국제 정세를 자신의 입장으로 관철시켜야 직성이 풀리는 부시의 고압적인 한반도 정책과 크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한반도의 평화를 주도할 세력은 누구인가 ? 그동안 남북 당사자 간에 화해분위기가 조성되면 여지없이 긴장상황을 조성해온 미국이 진정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원한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이번 6 자회담을 앞두고도 회담 상대국의 통치자를 “폭군”이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 미국 이 과연 평화적인 북핵 타결을 진정으로 바라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반면 북핵문제에 있어서 제 1 당사자가 남북 당국임을 인정하고 당사자 간의 합의가 해결의 가장 중요한 요건임을 천명한 중국의 입장은 훨씬 실질적이며 진지하다. 뿐만 아니라 북핵 사태가 미국과 북한의 자극적 돌발행동과 일본의 딴지걸기에도 불구하고 이나마 진전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우리 정부의 일관된 평화적 해결원칙과, 북한의 극단적 돌출 행동의 자제를 촉구한 중국의 적극적 중재에 힘입은 바가 크다.‘ 미국이 한국의 안보를 보장해준다.’ 는 막연한 환상에서 벗어나는 것이 우리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한 첫 걸음이란 것을 깨닫기까지 도대체 얼마만큼의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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