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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18 20:01 수정 : 2005.11.18 22:04

18일 저녁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아펙 정상회의 환영 만찬에서 21개국 정상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건배 제의에 잔을 들고 있다. 부산/청와대 사진기자단

1차 정상회의 표정


“한국은 사회·경제 격차 해소 및 아펙 발전과 관련해, 아펙 지원 기금으로 2007년부터 3년간 200만달러를 공여할 예정이다.”

18일 오후 벡스코(부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아펙) 1차 정상회의에서 의장인 노무현 대통령은 사회 양극화 문제에서 솔선수범하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아펙 지원기금 3년동안 200만달러 공여”
미 부시·러 푸틴 전용경호차량 캐딜락이용
노 대통령 알파벳 순서에 각국 정상들 영접

노 대통령은 무역 자유화와 사회 양극화의 상관관계를 지적했다. “무역 자유화는 경제 성장 및 국민 후생 증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한국도 무역 자유화를 통상정책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개방화 과정에서 이분화(사회 양극화) 현상이 일고 있다. 이게 심화하면 성장 잠재력을 잠식하고 소비침체로 이어져 시장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 무역·투자를 촉진하는 저변 확대, 지속 가능한 시장을 유지·발전시키려면 정책 대안의 개발이 필요하다.”

각국 정상들도 사회적 격차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아펙 차원의 연구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19일 발표할 정상선언문에 관련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회의는 시작 35분 전인 낮 1시25분 벡스코에 미리 온 노 대통령이 20개 회원국 정상·대표들을 차례로 영접하면서 사실상 시작됐다. 정상들은 나라 이름 알파벳 순서에 따라 존 하워드 오스트레일리아 총리를 시작으로,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 폴 마틴 캐나다 총리 등의 순서로 벡스코에 도착했다. 노 대통령과 각국 정상들은 붉은색 양탄자가 깔려 있는 컨벤션홀 1층 로비에서 악수를 하며 짧은 인사말을 나눈 뒤, 취재진을 위한 기념촬영에 일일이 응했다.

각국 정상들은 아펙 정상 의전용 차량인 에쿠스 리무진을 타고 왔다. 그러나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기 나라에서 가져온 전용 경호차량인 대형 캐딜락 리무진과 벤츠 리무진을 이용했다. 미국은 한술 더 떠 똑같은 종류의 캐딜락 2대를 잇달아 몰고 와 ‘경호 우선’을 과시했다.


아펙 정상회의는 ‘허심탄회하고 자유롭게 대화하는 비공식 회의’다. 그에 걸맞게 각국 정상들은 원형 탁자에 둘러앉아 논의를 시작했다. 의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나라들의 역내 통상·투자 증진을 추구하는 아펙의 고유 목표와 맞닿은 ‘무역 자유화의 진전’이다. 이 지역을 넘어 세계 경제·통상 질서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들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미 외교·통상 합동각료회의에서 합의한 ‘도하개발의제(DDA) 특별성명’을 승인했다. 이 성명은 다음달 홍콩에서 열릴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 실질적 진전을 이룰 것과, 2006년 말까지 도하라운드 종결을 이룰 분명한 일정표가 제시돼야 한다는 점 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합동각료회의 때와 마찬가지로 큰 폭의 관세인하를 추진하는 농산물 수출국과 농민보호 필요성이 강한 수입국 정상들의 강조점엔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농산물 수출국인 캐나다의 마틴 총리와 오스트레일리아의 하워드 총리는 특별성명의 문안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은 수출 및 농업보조금 철폐에 관한 미국 정부의 의지를 발표했는데, 많은 정상의 (긍정적) 평가가 있었다고 반 장관은 전했다.

또 아펙 정상들은 15∼16일 합동각료회의에서 ‘부산 로드맵’을 채택한 것을 환영했다. 많은 회원국 정상들은 러시아와 베트남의 세계무역기구 가입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반 장관은 덧붙였다.

노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은 1차 정상회의 직후 벡스코 1층으로 자리를 옮겨 모두 다섯개의 원형 테이블에 4∼5명씩 나눠 앉았다. 이어 아펙 역내 기업인들의 협력을 위한 민간자문기구인 ‘아펙 기업인 자문위원회’(ABAC) 위원들과 1시간 남짓 대화를 나눴다.

두 시간 남짓의 휴식시간 뒤 저녁 7시30분부터 벡스코 1층에서는 각국 정상을 비롯해 각료, 기업인 등 1천여명이 함께한 초대형 공식 만찬이 열렸다. 참석자들이 한국 전통음식을 즐기는 가운데 ‘대양을 건너서’라는 주제의 공연이 펼쳐졌다. 부산/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의장’ 노대통령 “바쁘다 바빠”

노무현 대통령이 숨가쁘다.

노 대통령은 18일 부산의 한 호텔 숙소에서 평소와 마찬가지로 새벽 5시에 눈을 떴다. 요가와 국선도를 본딴 ‘노무현 체조’와 팔굽혀펴기를 하며 1시간 동안 운동을 했다. 팔굽혀펴기는 처음에 20개도 못했으나 요즘은 50개로 늘었다고 한다.

오전 6시 노트북의 전원을 켜는 것으로 업무에 들어갔다. 컴퓨터에 저장돼 있는 아펙 자료들을 검토한 데 이어 정부정책 홍보사이트인 ‘국정브리핑’에 들어가 현안을 점검하고 언론보도를 살펴봤다. 7시부터는 참모들을 불러들여 아침을 함께 하며 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아침에는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서는 이날 개최될 각각의 개별 정상회담 의제와 함께 아펙 정상회의 의장으로서 회의 진행방식 등에 대한 검토가 이뤄졌다.

그는 오전 8시50분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분초를 다투는 빡빡한 일정에 들어갔다. 이날 하루 치러낸 아펙 행사는 11개다. 굵직한 것만 봐도, 의장으로서 첫번째 정상회의를 이끌며 20개국 정상들의 의견을 듣고 뜻을 모아야 했으며, 별도로 4차례의 개별 정상회담을 열었다. 전날에도 경주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연 뒤 부산으로 내려와 3개국 정상들과 개별 정상회담을 했다.

시간은 개별 정상회담의 경우 20분간 회담하고 20분간 휴식하는 방식으로 안배됐으나, ‘20분간 휴식’도 다음 정상회담의 ‘예습’에 쓰였으니 말만 휴식이었다.

새벽 5시부터 저녁 9시30분 벡스코에서의 만찬까지, 긴 하루를 보낸 노 대통령에 대해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건강은 대단히 좋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은 평소대로 식사 및 준비활동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뜻 깊은 자리 서 영광”…정상들 박수 화답

만찬 문화공연 크로스오버 테너 임태경씨

18일 오후 7시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아펙 정상들의 만찬 문화공연에서는 크로스오버 테너 임태경(32)씨가 눈길을 모았다.

그가 이날 부른 노래는 영화 <미션>의 주제곡 ‘멜라 판타지아’, ‘플라이 미 투 더 문’, 자신의 1집 앨범 수록곡인 ‘사랑이 사랑을 버린다’ 등 세 곡이었다. 부드럽고 파워풀한 그의 노래에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 등 각국 정상들은 박수갈채로 화답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전야제’에서 소프라노 조수미씨와 공연했던 임씨는 같은 해 동티모르 세계 인권의 날 행사에도 참가했으며, 2003년 미국이민 100주년 기념 음반 <콘티넨탈 드림즈>에 소프라노 신영옥씨와 함께 참여하는 등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임씨에 이어 인기가수 보아가 자신의 히트곡 ‘넘버원’을 들려줬으며,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씨도 ‘티롤리안 왈츠’와 전국립무용단음악감독인 원일씨가 아펙을 위해 만든 ‘대양을 건너서’를 불러 아펙의 성공을 기원했다.

임씨는 공연에 앞서 “21개국 정상들이 모인 뜻깊고 큰 자리에 서게 돼 영광이다. 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무대에 선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에도 이런 좋은 행사에 불러준다면 좋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올해 크로스오버 음반인 1집 <센티멘탈 저니>를 발표해 좋은 반응을 얻은 임씨는, 12월20일부터 시작되는 뮤지컬 <겨울연가>에서 준상 역을 탐아 일본공연 투어를 준비하고 있다.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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