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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21 00:20 수정 : 2019.11.21 08:10

(왼쪽부터)고유환 동국대교수,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 보좌관,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20일 오후 부산 헤운대구 벡스코(BEXCO) 제2전시장에서 열린 2019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 <미-중 전략경쟁과 동아시아: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개회와 도전> 에 참석해 '한반도 냉전해체와 평화프로세스'를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다. 부산/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19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
토론 | 문정인 이종석 정세현 ‘한반도 평화’
정세현 민주평통자문회의 부의장
미국내 상하간 대북시각 차이가
한반도 냉전 해체 가로막아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
미 ‘누를수록 저항’ 북 속성 알아야
한국 핵보유 나서면 동북아 도미노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위원
남북·북미 적대 동시 해소할
기회 못잡으면 평화 정착 어려워

(왼쪽부터)고유환 동국대교수,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 보좌관,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20일 오후 부산 헤운대구 벡스코(BEXCO) 제2전시장에서 열린 2019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 <미-중 전략경쟁과 동아시아: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개회와 도전> 에 참석해 '한반도 냉전해체와 평화프로세스'를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다. 부산/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연말 시한’을 앞두고 치열한 기싸움에 들어간 북-미 협상,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 것인가? 21일 오후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에서는 한반도 냉전 체제와 평화프로세스의 난제들에 대해,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전 통일부 장관),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진솔하고 치열한 ‘120분 토론’을 벌였다.

사회를 맡은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한반도 냉전구조의 핵심에는 북미 적대관계, 남북 분단체제, 일본 식민지배의 과거사 문제가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다”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고, 세 전문가가 각자의 생각을 밝혔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 보좌관. 부산/신소영 기자
한반도 냉전 해체의 장애물은?

정세현 “한국과 미국 정부 대북 정책의 어긋남(미스매칭)이 원인이다. 한국에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 미국에는 보수 정권이, 미국에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 한국에 보수정권이 들어서 대북 정책 엇박자를 내는 바람에 한반도 냉전 해체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부침을 겪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다른 정책은 불만스럽지만 적어도 대북정책에서는 북미관계 개선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지만, 미국 관리들은 기존의 CVID·선 비핵화 입장을 고수하는 바람에 이제는 미국 내 ‘상하 어긋남(미스매칭)’이 진전을 가로 막고 있다.

한국과 미국 모두 남남 갈등, 미미갈등이 있는 것은 냉전체제가 유지되어야만 기득권이 유지되는 구조가 형성돼 있고 그 배후에는 미국 군산복합체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보수언론들은 한국 정부가 냉전체제 해결을 위해 북미간 중재 역할 하는 것을 비판하고, 방위비 분담금, 지소미아, 인도태평양 참여 등에서도 미국의 의지대로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정인 “냉전 해제는 한반도에서 강대국의 영향력과 간섭을 최소화하고, 남북이 자주적 능동적으로 긴장 완화, 관계 개선으로 평화를 이뤄나가야 한다. 그런데, 한미동맹의 관성이 기득권을 만들어 동맹의 조정에 강하게 저항하고 있다. 두번째 원인은 남북관계의 패착이다. 남북관계가 악화돼 미국에 더 군사적으로 의존하게 돼, 중국과의 관계도 어려워졌다. 남북관계 악화의 이유는 북한의 문제도 있지만 남남 갈등이 더 큰 문제다. 남북이 합의한 6·15 정상선언이나 10·4선언이 정권에 관계 없이 진전됐으면 지금처럼 상황이 악화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국가의 미래 전략에 대한 합의를 이뤄야 냉전 체제를 극복할 수 있다.”

이종석 “한반도에서 냉전 구조 해체에 가까이 갔던 기회가 3번 있었다. 2000년과 2007년의 남북 정상회담과 2005년 9·19 공동성명이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남북·북미 적대관계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잡지 않으면 냉전체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드디어 지난해 분단 70년만에 북미, 남북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려 냉전구조 해체의 기회 구조가 창출됐다. 지금은 교착 상태이지만 이 기회 구조를 실질적인 냉전 해체로 이어가려는 노력이 진행중이다. 하지만 적대하는 북미가 합의를 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지만 서로를 너무 모른다. 중간에서 이 둘을 연결할 수 있는 나라가 한국과 중국밖에 없는데 중국이 나서는 것은 미국이 너무 싫어한다. 그러면 우리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금 남북관계가 악화돼 북미 협상을 중재할 수 있는 역량이 취약해져 있다. 이것이 과제다.”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부산/신소영 기자

왜 북핵 문제는 고도화되어 왔는가?

문정인 “왜 비핵화가 실패했는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북한은 핵을 최대한 갖고 있으면서 최대한 얻어낼 수 있는 것을 얻으려 한다. 핵무기 모두 포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미국의 문제는 북한을 악마화하면서 북한에 대한 객관적 분석을 하지 않는 것이다. 또, 미국이 북한을 다루는 방식은 ‘북한이 죄를 지었으니 먼저 단죄해야 한다는 것’인데 북한은 ‘우리는 자위적 조치로 핵개발했다. 죄지은 것 없다’고 맞서면서 큰 간극이 생긴다. 세번째는 미국이 ‘최대의 압박정책’ 즉 제재를 강화하면 북한이 손들고 나온다는 정책을 펴는데 누를수록 더 강하게 저항하는 북한의 속성을 잘 모르는 것이다. 북한이 볼 때는 미국이 믿을 수 없는 상대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약속했지만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미국 대통령이 의회를 통과한 제재 관련 법령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북한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면도 있다.

북한도 미국도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미국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한미 군사연습 중단, 제재를 완화했다가 비핵화의 진전이 보이지 않으면 되돌릴 수 있는 스냅백에 기초한 완화를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협력적위협감소프로그램(CTR)을 만들거나, 미국의 자본을 북한에 투자하게 하는 구체적 움직임이 있다면 북한도 움직일 것이다. 북한도 미국이 민주국가고 대통령만 설득하면 되는 게 아니라 미국 국민, 워싱턴 싱크탱크, 의회를 설득할 수 있는 과감한 비핵화 조치를 해야 한다. 정상회담도 좋지만, 실무회담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이종석 “북한 핵문제가 복잡해진 이유는 국제질서가 불평등한 ‘기울어진 운동장’이기 때문이다. 안보리 5개국은 핵무기를 가져도 되지만, 다른 나라는 안되고, 미국을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만들면 안된다고 한다. 북한은 정권 탄생 이후 지금까지 기울어진 운동장을 거부하고 왜 내가 핵무기를 가지면 안되냐고 한다. 김정은 위원장이 협상에 나선 것은 미국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어느 정도 인정한 측면도 있다. 김 위원장은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 중국 못지 않은 경제 부흥을 이루기 위해 군사 중심국가에서 경제 중심 국가로 전환시키고 북한 경제를 개혁하고 있다. 그런데 제재 때문에 고도성장이 어려워 김 위원장은 비핵화 협상을 성공시키고 싶어한다. 북한의 개혁개방을 인정하면서 비핵화 협상을 해야 한다. 미국이 제재를 일부 완화하는 방식이 아니면 북한은 협상에 나오지 않을 것이다. 또, 경제에 올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에게 한미 연합 군사훈련은 뼈 아프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 비핵화를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하고, 대화 도중에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합의대로 중단시켜야 한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부산/신소영 기자
북-미 협상이 안될 경우 북한의 ‘새로운 길’은

이종석 “ICBM을 발사하고 추가 핵실험은 안할 것 같다. 폐쇄한 풍계리 핵실험장 주변에 대형 수력발전 공사 등 하고 있는데, 핵실험을 하면 영향을 주게 된다. 중국과의 협력이라는 요소도 작용하기 때문에 핵실험 등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문정인 “내년 1월1일까지 북미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북한은 핵보유국을 선언한 뒤 더 이상 미국와 협상하지 않고 제재에도 불구하고 자력갱생으로 경제발전을 추진할 것이다. 중국·러시아와 함께 안전보장을 노력할 것이다. 핵실험은 더이상 하지 않고, 대륙간탄도미사일보다는 인공위성 발사 가능성은 있다.”

금강산관광·개성공단·남북관계 전망은

정세현 “남북 정상이 4·27정상회담과 9·19정상회담에서 합의했고, 올해 신년사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이 ‘무조건 재개’를 제안했는데도 합의가 이행되지 않으니, 북한이 금강산 남쪽 시설 철거를 얘기하고 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미국에 가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압박보다는 당근’을 써야한다고 설득했다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선언하고 시설 개보수 논의를 시작해 남북간 대화의 접점을 찾고 군사적 긴장 고조는 막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 수 있다.”

한미동맹의 미래는

문정인 “우리가 미국에 신세를 많이 졌지만, 이제 한미동맹은 보다 대등하고 동맹 안에서도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 미국도 우리가 필요하니까 동맹을 맺은 것이다. 상호 호혜적인 동맹이 되어야 한다. 이번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의 본심’을 드러낸 것은 고맙다. 서로의 본심을 얘기하고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이종석 “동맹을 소중히 지켜야 하지만, 따질 것은 따져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 시기 1969년부터 10년간 미국과의 관계가 나빠서 방미도 못하던 시기도 있었고, 카터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려 했지만 결국은 못했다. 동맹이 그리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남북관계 진전이 북미 협상을 진전시켰다. 남북관계의 자율성 확보를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

한국의 핵보유 가능한가?

문정인 “가능하지만, 비용이 크다. 한국이 핵보유 추진하면 미국은 한미동맹을 깨면서 막으려 할 것이다, 지금 북한이 당하는 것과 같은 제재를 당하고 수출 경제는 무너질 것이다. 우리가 핵을 가지면 일본의 핵 보유 가능성은 99%다. 동북아 핵도미노 현상을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가? 핵 위협에 직면하는 중국도 한국을 압박할 것이다. 일각에서 나오는 핵 보유 주장은 현실적이지 않다.” 부산/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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