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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02 18:34 수정 : 2006.06.02 22:46

인천 연수구 구의원에 당선된 서연희(43)씨가 2일 대한인천뇌성마비협회 사무실에서 당선증과 축하 꽃다발을 든 채 환하게 웃고 있다.

구의원 당선 뇌성마비 장애인 서연희씨

“기쁨보다 … 어깨가 무겁습니다.”

5·31 지방선거에서 인천 연수구 구의원에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서연희(43·여)씨는 2일 선관위에서 당선증을 받아들고 “의정활동을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고 힘겹게 말을 이었다. 그는 손이 뒤틀리고 두 다리를 전혀 쓰지 못해 휠체어에 의존해야 움직일 수 있는 뇌성마비 1급 장애인이다. 서씨는 다른 당선자들이 친지들이 준 꽃다발에 파묻혀 축하받는 모습을 지켜보며 “‘내겐 아무도 없구나’ 하는 외로움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경기 수원에서 살던 그는 구박하는 아버지를 피해 일곱살 때 집을 나와 장애인 시설인 인천 부평구 부개동 은광원에서 자랐다. 은광원에 들어온 지 석 달쯤 됐을 때 동생이 한번 찾아온 것을 끝으로 가족과 소식이 끊겼다. “아버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심장병으로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고전무용을 하셨다”고 기억하는 서씨는 “어머니에게 부담이 될 것 같아 찾지는 않았지만 마음속에서 떠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서씨는 은광원에서 초·중등학부를 마치고, 한두 시간씩 걸리는 동인천역 인근의 인천여고 부설 방송통신고교를 거쳐, 서울 방배동에 있는 신학대학에 다녔다. 그는 “고교 3년 동안 원장님이 차비를 넉넉히 줬지만 책 보는 것을 좋아해 등교할 때만 택시를 타고 올 때는 전철을 타며 돈을 아껴 책을 사곤 했다”고 한다.

은광원에서 만난 홍순철(37·뇌성마비 3급)씨와 7년 동안의 사귐 끝에 2000년 10월 결혼한 서씨는 유치원에 다니는 여섯살배기 딸을 둔 평범한 주부가 됐지만, 같은 처지의 장애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 지난해 11월부터 대한인천뇌성마비협회에서 격월간 소식지를 만드는 일을 해 왔다. 장애인으로 살면서 사회의 편견에 좌절한 적도 있었지만 늘 남에게는 웃음을 주려고 노력한 것이 그에게 풀뿌리 정치인의 길을 열어준 것 같다.

바쁜 아내 탓에 집안 일을 전담해야 하는 남편 홍씨는 “아내가 주변의 권유로 구의원에 출마하겠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우리와 같은 처지의 장애인을 위해 많은 일을 할 것 같아 찬성했다”며 “앞으로 적극적으로 후원할 생각”이라고 했다. 서씨는 “장애인들은 마음대로 다닐 수도 없고,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수도 없어 취업할 수도, 직장이 없어 결혼을 할 수도 없다”며 “살아오면서 체험했던 이런 부당한 점들을 내 고장에서부터 하나하나 고쳐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밤늦게까지 개표를 지켜보면서 자신이 소속된 한나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 물론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했다고 한다. 그는 “우리처럼 장애를 가진 사람도 함께 살아가는 행복한 사회가 되려면 비장애인들의 편견이 없어져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아직도 그렇지 못하다”며 “정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어머니 원망도 많이 했지만 결혼한 뒤 딸이 커 가면서 어머니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그는 “딸아이에게는 할머니가 필요한 것 같다”며 소식이 끊긴 어머니의 이름을 말하고는 더 말을 잇지 못했다.


평생 장애 고통과 외로움에 맞서 싸웠고 이제 장애인을 돕는 지방정치라는 또 하나의 무거운 짐을 얹은 서씨의 어깨가 몹시 무거워 보였지만, 그래도 얼굴에선 맑은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인천/글·사진 김영환 기자 yw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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