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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25 09:35 수정 : 2005.01.25 09:35

지난해 12월31일 국회 본회의가 열리기전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4대 개혁법안 중 신문법안만 통과시키기로 하려는 것을 비판하며 민생개혁실종야합규탄이라는 손팻말을 들고 본회의장 앞에 서 있다. 황석주 기자



[이슈] 민노당 당직자들이 말하는 정파갈등

진보적 대중정당을 기치로 내걸고 한국 정당사상 최초로 원내에 진출한 민주노동당의 내부가 요즘 복잡하고 심각해 보인다.

지난 2002년 대선때 권영길 후보는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는 유행어와 함께 “부자들에게는 세금을 서민들에게는 복지를”이라는 기치로 ‘부유세’라는 다소 도발적인 정책공약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때부터 ‘민주노동당=부유세’라는 등식은 국민들의 머리속에 강하게 자리잡았다.

그런데 민노당의 부유세 정책을 이끌었던 윤종훈 정책연구원이 “나는 정책자판기가 아니다. 지도부가 부유세에 관심이 없다. 희망없는 배고픔을 참을 수 없다”며 지난 17일 돌연 사직서를 내던졌다. 충격이었다. 이때부터 민주노동당 당원 게시판은 백가쟁명중이다.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등 인터넷 매체는 윤종훈 연구원과 김정진 법제실장, 송태경 경제민주화본부 정책지원팀장 등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한번 터진 논란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급기야 지난해 ‘국보법 올인 투쟁’에 대한 평가와 지도부가 제출한 2005년 사업계획을 놓고 노선갈등까지 표면화됐다.

민주노동당에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갈등은 진보적 대중정당을 내세운 민주노동당에 독인가? 약인가?

봇물 터진 사건과 비판들

민주노동당 내부에서 노선갈등이 표면화된 것은 지난 연말 ‘국가보안법 투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1월초 최고위원회 내부논의를 위해 만든 이른바 ‘열린우리당 2중대’ 문건이 유출돼 논란을 빚었다. 이 문건은 사무부총장이 최고위원회 논의용으로 작성한 것으로 국가보안법 등 개혁입법에 대해 열린우리당과 대승적 협력을 강조하며 “‘열린우리당 2중대’라는 소리를 듣더라도 한나라당과 투쟁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김창현 사무총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2중대’라는 표현은 과하지만 전략기조에 대해서는 동의한다”며 “두 당이 똑같다고 하는 양비론을 펴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라고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러나 당원들은 홈페이지 당원게시판 등에서 “ 열린우리당의 2중대가 아닌 열린우리당의 ‘위성정당’ ”(교육노동자), “문건작성자 당기위에 회부하라”(새벼리), “차라리 합당을 합시다”(독립국가) 등 지도부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지도부와 당원들 사이에 벌어진 틈새는 연말 지도부의 ‘국가보안법 올인 투쟁’으로 더욱 넓어졌다. 당시 지도부는 시민단체들의 국보법 폐지 단식농성에 참여하고 최고위원 일부는 삭발을 하며 국보법 연내폐지를 위한 투쟁에 가세했다. 그러나 일부 당직자와 의원들 사이에서는 “경제가 어려운데 서민정당으로서 민생문제를 신경쓰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보법 연내처리 무산에 따른 후폭풍을 예고하는 대목이었다.

노선갈등은 연초들어 본격 당내 이슈로 촉발됐다. 특히 당기관지위원회의 <이론과실천> 편집장 해임논란이나 중앙당의 출근부 도입, 여성 당직자 폭행사건에 대한 징계문제 등이 연이어 불거졌다. 당 게시판 등에서는 이런 사건들을 정파간 알력과 자기사람 챙기기 등으로 해석하는 ‘정파 음모론’이 꼬리를 물고 터져나왔다. 당 안팎의 어수선한 분위기는 노선갈등과 함께 지도부와 당원, 지도부와 의원단(보좌진), 지도부와 정책라인 등 복잡한 당내 구성원 사이의 갈등 양상으로 번졌다.

▲ 윤종훈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 강창광 기자
윤종훈 정책연구원의 사직 발언도 이런 당 사정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민주노동당의 간판 정책인 ‘부유세 프로젝트’를 주도한 윤 연구원은 지난 14일 “최고위원회가 정책수립 마인드가 없다. 이벤트만 있고 비정규직 철폐나 부유세 도입은 끼워맞추기다. 희망없는 배고픔을 참을 수 없다”며 사표를 냈다. 윤 연구원은 또 “정책을 결정할 때 민주노동당의 가치가 아닌 개인이나 조직, 개인이 속한 정파에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따진다”며 ‘정책갈등의 본질이 민노당의 정파적 구도’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윤 연구원에 이어 정책라인 당직자들도 잇따라 지도부 비판에 가세했다. 김정진 법제실장은 17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당이 트레이드마크인 부유세, 무상교육, 무상의료에 대해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고 있다”며 “다른 보수정당과 마찬가지로 민주노동당도 ‘대국민 사기정치’ 반열에 들어섰다”고 당과 지도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진보정치연구소 김윤철 연구기획실장도 17일 정책라인의 지인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지금 이 상태로 이 당에 희망이 있습니까”라며 “당이 부유세를 위한 조세개혁 추진과 같은 진보정당다운 일을 해나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 없다”고 거들었다.

지도부로 쏟아지는 비판과 비난의 화살
지도부는 통일투쟁에 올인?
국민은 ‘민생요구 60%’라는 간극

당 노선과 관련한 비판의 화살은 고스란히 지도부로 향하고 있다. 당원 게시판에는 ‘열린우리당 2중대’ 문건 파문 뒤 지도부를 성토하는 글로 넘쳐난다.

당원들 사이에서는 최고위원회를 “최저위원회”로 깎아내리는가 하면, “NL 종파주의자”등의 극단적인 낙인은 물론 “지도부는 거취를 스스로 결정하라”, “지도부를 탄핵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지도부로 향하는 당원들의 비난은 ‘열린우리당 2중대’ 문건파문, ‘국가보안법 올인투쟁’ 등에서 나타나듯 지나치게 정국주도권에 집착하고 당원과 국민들의 요구를 수렴해 정책에 대한 방향제시가 미흡하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준협 노회찬 의원 보좌관은 “지도부가 지난해 국보법 폐지에 올인하고 올해도 광복 60주년을 중심에 놓고 통일투쟁과 반미투쟁에 올인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는 서민정당으로서 민생문제에 좀더 관심을 가져달라는 당원과 국민들의 뜻과 다르다”고 잘라말했다.

실제 당 기관지인 <진보정치>가 연초에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노동당이 올해 가장 역점을 둬야 할 사업으로 ‘비정규직 해결과 고용안정’이 34.1%로 가장 높았고, ‘빈부격차 해소와 사회복지’(29.2%)가 뒤를 이었다. 반면 부정부패 청산(9.9%), 정치개혁(8.0%), 4대 개혁과제 완수 등의 응답은 10%를 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 민주노동당 홈페이지 당원게시판.


“통일투쟁에 올인하는 지도부에 대한 두려움”
“통일과 민생문제 이분법적 사고가 더 큰 문제”

이 보좌관은 “지도부가 당원들과 국민들의 기대와 다르게 경향적으로 통일투쟁에 올인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며 “(지도부에 대한 비판은) 이렇게 밑바닥정서와 다르게 가면 내년 지방선거에 실패한다는 정서가 깔려 있다”고 덧붙였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원내 당직자도 “당내에 다양한 의견은 오히려 당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인데 지도부가 당내에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고 통합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파적 갈등보다는 지도부의 지도력이 더 문제”라고 못박았다. 그는 “과거에는 안티운동으로 충분했으나 의원을 배출한 원내정당이 되면서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포지티브 운동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지도부가 관성에 젖어 정책적 방향보다 당장 효과낼 수 있는 사업에 매몰돼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김창현 사무총장은 “그런 비판은 ‘NL 지도부’이기 때문에 그런 것(국보법, 통일투쟁 등)에 관심이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선입견일 뿐”이라며 “조국통일, 국보법 폐지에 올인했다는 것은 잘못된 평가”라고 일축했다. 김 사무총장은 “지난해 민노당은 이라크파병 반대, 쌀 개방 반대, 공무원노조합법화, 비정규직 철폐, 국보법 철폐 투쟁 등 5대 투쟁을 중심으로 진행했고 국보법 투쟁은 오히려 연말에 20일 당력을 집중했을 뿐”이라며 “1년내 국보법 투쟁을 한 것이 아니고 비정규직투쟁 등 민생투쟁도 일상적으로 했다”고 반박했다.

김 사무총장은 “지난해 거대담론에 밀려 민생의제에 소홀했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올해는 비정규직, 부유세, 무상의료, 무상교육, 주택임대차 문제, 신용불량자 문제 등 민생의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통일과 민생문제를 이분법적으로 사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민노당의 정파…유령인가? 실체인가?
“정파논쟁은 보수정치에 끼워 맞추기?”
“정책노선 대립은 오히려 당 발전에 유익”

▲ 지난 1월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민회관에서 열린 민주노동당 제5차 중앙위원회에서 김혜경(연단 왼쪽) 당 대표가 개회사를 하고 있다. 황석주 기자 tonepole@hani.co.kr
정파대립 구도는 민노당의 발목을 잡고 있는가? 취재중 만난 대부분의 민노당 관계자들은 부정적 의미의 정파대립의 실체를 부정했다. 오히려 건강한 정책노선의 경쟁은 당에 유익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의원 보좌관은 “지금 논쟁은 정파적 갈등이라기보다 정책노선의 문제”라고 말했다.

김창현 사무총장도 “NL대 PD의 이념논쟁은 외환위기를 겪으며 모두 해결됐다”며 ‘정파갈등설’을 일축했다. 김 사무총장은 “NL대 PD 구분은 외부의 논리다. 당 내부에서는 그런 용어가 이미 사라졌다”며 “기존 정치권에서 계파, 직계 등으로 그림표를 그려 설명하던 관행을 민노당에 그대로 꽤 맞추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과 무관한 운동권 화법의 경쟁이 문제”
“정책노선에 대한 평가는 당원과 국민들의 몫”

하지만 총선뒤 입당한 새내기 당원들에게 당 게시판의 대립과 논쟁은 그다지 신선하지 못하다.

김정진 법제실장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당내 정파들이 정책에 대한 무능하고 무관심하며 일반인은 이해할 수 없는 운동권 화법으로 정파경쟁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 원내 당직자도 “총선 뒤 대거당원으로 가입한 사람들에게 소수 운동권 경험자의 식상한 정파논쟁은 소외감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우려했다.

이처럼 식상한 정파간 논쟁구도 속에서 민주노동당에 대한 당원과 국민들의 뜻이 외면되는 것이 더욱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준협 보좌관은 “당의 정책노선과 관련해 가장 엄격한 평가는 당과 지도부에 대한 지지율로 나타날 것”이라며 “만약 현 지도부가 통일투쟁에 올인해 당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거나 선거에서 패배한다면 다음 선거에서 당원 지지를 받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 보좌관은 “이같은 지도부의 민주적 교체과정을 통해 당이 훨씬 당원중심, 국민중심적인 대중정당으로 바로설 수 있는 것”이라며 “정파간 노선경쟁을 오히려 당이 발전하는 기회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창현 사무총장도 현 지도부가 당원과 국민들과의 관계속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우리는 당원들이 뽑은 직선 지도부다. 우리가 통일단체도 아닌데 1년내내 통일투쟁만 할 수 있느냐. 우리는 정권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정당 지도부다. 우리도 정당 지지율을 엄청나게 신경 쓴다. 당원과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것을 지도부가 가장 많이 고민한다.”

일부에서는 민주노동당이 원내진출 1년만에 창당 뒤 최대의 위기를 맡고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윤종훈 파문’을 계기로 ‘당에 희망이 없다’는 정책라인의 자조섞인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민주노동당 내부에서의 논쟁과 평가가 아니라 당원과 국민들이 민주노동당에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가에 좀더 귀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다. ‘민중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당’이라는 기치를 내건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진보적 대중정당으로서 당을 바로 세우는 길이 여기에 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 민주노동당은 19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 대회의실에서 60여명의 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1차 민생포럼을 개최했다. 민주노동당 인터넷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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