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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25 15:00 수정 : 2005.01.25 15:00

영화 '그때 그사람들'의 홍보 포스터. 제공 '그때 그사람들' 홈페이지(www.people2005.co.kr).

‘그때 그 사람들’을 보는 정치권의 두 시선

“나락에 떨어져 힘겨워하는 견제 ‘야당’을, 즉 ‘약자’를 힘껏 짓밟으며 ‘강자’인 집권세력에 아부하고 세 확산에 힘쓰는지 모르겠다.”(이계진 한나라당 의원)

“영화를 틀라 말라 할 자유는 없다. 영화는 영화이고 정치는 정치다. 정치적인 의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어떤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정청래 열린우리당 의원)

10·26을 다뤄 화제가 됐던 <그때 그 사람들>(감독 임상수, 제작 MK픽쳐스)를 직접 눈으로 본 정치권의 평가는 이처럼 엇갈렸다. 한나라당쪽은 이 영화가 “야당과 박근혜 대표를 짓밟기 위한 정치적 영화”라고 주장한 반면 열린우리당은 “영화는 영화이고 정치는 정치”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때 그 사람들>이 24일 저녁 7시 용산 CGV 5에서 철통 같은 보안 속에 공개 시사회를 갖고 세상에 첫선을 보였다. 이 영화는 박지만씨가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을 내 화제를 모았다. 정치권에서도 이 영화를 놓고 유력한 차기대권 후보인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가족사를 끄집어내 흠집내기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최근 문세광 사건 등 외교문서가 공개돼 박정희 대통령과 제3공화국이 다시 세상 사람들의 관심의 표적이 되면서 이 영화에 대한 궁금증도 덩달아 커졌다.


그런 민감한 상황 탓인지 이날 시사회장에는 열린우리당 이인영, 정청래, 김재홍 의원과 한나라당 이계진, 한선교 의원, 민주당 손봉숙 의원 등 정치인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당초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의원과 임채정 열린우리당 의장 등도 참석이 거론됐으나 여러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정치권의 참가 범위가 축소됐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함께 영화를 봤으나 영화에 대한 평가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확연히 달랐다. 각당을 대표해 열린우리당 정청래 의원과 이계진 의원이 자신의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통해 영화에 대한 상반된 감상평을 내놨다.

이계진의원 “나락에 떨어진 야당을 짓밟으며 ‘강자’에 아부하고 이유 모르겠다”

이계진 의원은 자신의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kjl533.do)에 ‘공짜영화 감상기 -그때 그사람들을 보고’를 통해 제작사쪽의 정치적 의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의원은 “ 나락에 떨어져 힘겨워하는 ‘야당’을, 즉 ‘약자’를 힘껏 짓밟으며 ‘강자’인 집권세력에 아부하고 세확산에 힘쓰는지 모르겠다”며 “정말로 바른 길을 가고 있는가”라고 제작사쪽을 겨냥했다.

이 의원은 “‘영화’는 아직도 ‘언론’의 범주”라며 “표현의 자유를 나무랄 생각은 추호도 없으나 그 자유를 어느 한쪽, 그것도 약자 죽이기에 쓴다면 그것은 ‘자유’를 앞세운 슬프고도 잔인한 방종이 아닐까 한다”고 비난했다. 이 의원은 또 “아직은 진행중인 역사 앞에서 동시대에 살면서 동시대의 역사를 이렇게 자신있게 단죄할 수 있을까 하는…한 20년쯤이라도 더 지난 뒤에 만들어 ‘순수예술’로 대박을 터트리면 안됐을까요”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 의원은 “만약 여러분의 부모님에 관한 이야기를 그런식으로 영화화해서 만인 앞에 상영하며 같이 감상하자면 여러분은 편한 마음으로 박수치며 볼 수 있겠느냐”며 “역지사지의 넓은 마음으로 한 번쯤 생각해 보라”고 제작진을 비판했다.

이 의원은 “끝으로 그 영화는 색깔있는 영화다. 간혹 흑백화면이 있긴했지만...”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정청래의원 “어떠한 소재도 금단과 성역일 수 없다”

정청래 열린우리당 의원도 자신의 홈페이지(www.mapopower.or.kr)에 “영화 ‘그때 그사람들’어땠냐구요?”라는 감상평을 올렸다. 정 의원은 “한국영화의 중흥기가 온 것의 첫번째 이유는 표현의 자유, 창작의 자유가 보장된 것에 있다”며 “어떠한 소재도 금단과 성역일 수 없다”고 제작사쪽을 옹호했다. 정 의원은 또 “어느 정치인의 입장에서 보면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으나 영화를 틀라 말라 할 자유는 없다”며 “영화는 영화이고 정치는 정치이다. 정치적인 의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어떤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정 의원은 영화의 전체적인 느낌에 대해 “슬픈 영화네요”라고 한마디로 평했다. “영화가 끝나고 ‘참 안됐다.’ 이런 생각이 들데요. 죽은 박정희 전 대통령도 통곡하는 유가족도 국민도… 죽인 김재규 전 중정부장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그의 부하들도…블랙코미디물이지만 삶과 죽음, 생명, 권력, 역사, 민주주의 등이 오버랩 되며 잔인한 리얼리티가 총성처럼 귓가에 쟁쟁거립니다.”

한편 이 영화의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시사회에 대한 보고를 받고 “알았다”면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승민 대표비서실장은 “박 대표에 대한 공격을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그런(박 대표에 대한 공격)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화제의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은 어떤 내용?

이 영화엔 김재규라는 실명이 등장하고, ‘다카기 마사오’라는 박정희 대통령의 일본식 이름이 나온다. 박근혜 한나라당 총재의 당시 모습을 비추는 등 10ㆍ26 사태의 ‘그 사람들’이 실제로 공개된다.

영화 속 ‘각하’의 입에서는 “엔카 잘부르는 애를 불러달라”(궁정동 술자리를 마련하라며), “독하다 맥주 좀 시켜줘라”(술자리에 합석한 대학생에게 약한 술을 주라며)등의 말이 일본어로 흘러나오며 그날의 술자리에서도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는 주로 일본 노래다. 하지만 일본어를 사용하는 부분은 ‘각하’뿐 아니라 각하를 쏜 ‘김실장’을 비롯해 비서실장 등 주변 인물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각하’의 여자관계를 암시하는 부분도 적지 않다. 영화 도입부는 젖가슴을 드러낸 수영복 차림의 여자들이 풀장에서 물장난을 치는 장면. 초반에는 대통령의 성관계를 암시하며 “그 어른 참 대단하세요”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으며 연회자리에서도 옆에서 시중을 드는 ‘대학생 가수’의 가슴에 머리를 묻고 엔카를 듣기도 한다.

이밖에 “만주 군관학교에서 참 세게 맞았다”는 대통령의 대사도 들어 있으며 “(데모하는) 만 명을 탱크로 쓸어버리자”는 경호실장의 말도 총이 발사되기 전에 흘러나온다.

이 영화는 최근 박정희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 씨가 “사자(死者)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가 있다”며 법원에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해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박씨가 문제삼은 대목들이 실제와 부합하는지, 아니면 실제 여부와 관계없이 생존자나 유가족 등의 명예를 훼손할지의 여부는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영화가 띠고있는 기본 어투는 사실의 재현 혹은 당시 인물들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에 있지는 않아 보인다.

영화의 전반적인 톤은 임상수 감독이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특유의 ‘쿨’한 톤과 비슷하다. 특히 영화 전반을 흐르는 정서는 정공으로 무언가를 공격하기보다는 그 시대를 뭉뚱그려 비꼬는 듯한 전형적인 블랙코미디의 느낌과 비슷하다.

“‘뜬금없게도’ 박정희는 총에 맞았습니다”라는 가벼운 톤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 영화는 “저는 쿨한 년이거든요” 같은 구어체의 대사와 욕설을 담고 있다. ‘각하’도 강아지를 안고 쓰다듬는 등 엉뚱하게도 권위에서 벗어난 인물이며 멀쩡하게 생긴경호원은 계단을 내려오다 우스꽝스럽게 넘어진다.

시사회가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임상수 감독은 일본어 대사에 대해 “영화전체의 맥락에서 벗어나는 부분적인 것”이라며 “그 정도의 연령대에서는 (일본어를)자연스럽게 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색에 관한 부분이 그렇게 많이 나오지는 않는다. 초반 수영장 장면은 박정희의 여색을 드러내려는 의도가 아니라 의전과장(한석규)의 업무를 보는 인물이 짜증내 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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