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23 05:00
수정 : 2019.05.23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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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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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
“참여정부 복지예산 늘렸어도 부족
저출산 고령화 막게 재정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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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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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경북대 명예교수)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맞아 “문재인 정부도 좀더 개혁성을 추구해야 나중에 후회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뒤 10년, 그가 꿈꾸던 ‘진보’는 얼마나 우리의 현실이 됐을까. 그는 2008년 대통령직에서 퇴임한 뒤 재임 시절을 성찰하며 학자들과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집필한 미완성 원고는 그가 숨진 뒤 함께 토론했던 학자들 손을 거쳐 <진보의 미래>라는 책으로 세상에 나왔다. 그가 꿈꾼 ‘진보’는 몇 발자국이나 앞으로 나아갔는지 참여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고, 노 전 대통령의 유고집 <진보의 미래> 발간 책임을 맡았던 이 이사장에게 물었다.
―<진보의 미래>를 보면 노 전 대통령이 정치·사법개혁뿐 아니라 재정과 복지에 관심이 컸던 것 같다.
“노무현 정부 첫해부터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시작했다. 그전에는 그런 개념이 없이 예산처에서 예산을 짜고, 각 부처에서 예산을 따려고 발이 닳도록 예산처를 찾아다녔다. 토론으로 (재정운용) 방향을 정하기 시작하니 제대로 되기 시작했다. 복지 예산(비중)이 20%에서 28%로 많이 늘었고, 경제 예산은 28%에서 20%로 내려왔다. 굉장히 파격적인 개혁이었지만, <진보의 미래>를 보면 이마저도 ‘확 쳐내지 못해 후회스럽다’는 표현이 나온다.”
―한쪽에선 복지 재정 확대 불가의 이유로 국가채무비율을 국내총생산(GDP)의 40%로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좀더 과감하게 복지 쪽으로 예산을 돌려야 한다. 10년, 20년 뒤에 (복지예산 규모가)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온다고 하는데, 틀린 말이고 곤란한 말이다. 노인국가가 되고 나서 노인들을 위한 요양연금 등에 재정을 붓겠다는 것인데, (반대로) 젊은이들에게 투자해 노인국가가 되지 않도록 막는 게 더 중요하다. 저출산 고령화를 막기 위해 아동수당을 늘리고 청소년 장학금 같은 것을 도입해야 한다. 청년들을 위해 일자리와 취업기술 훈련 연계를 더 강화해야 한다.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것은 그냥 노인국가를 맞이하겠다는 무책임한 발상이다.”
―<진보의 미래>에는 노 전 대통령이 노동 유연화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아쉬워하는 대목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를 넘어설 수 있을까?
“문 대통령의 첫 일정이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을 만나는 것이었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자세였다. (그런데) 더 이상 못 나가는 것 같다. 무기계약직으로 바꾸기만 하고 비정규직을 안 뽑겠다는 것은 (노동 시장이) 나빠지는 것을 막는 정도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이를 해소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진보의 미래>가 집권 3년 차를 맞은 문 대통령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포용과 혁신이 이번 정부의 철학이라고 본다. 방향이 옳으니 속도나 적극성 이런 면에서 더 분발해야 한다. 노 전 대통령도 퇴임 뒤 비판을 받더라도 더 개혁적으로 갔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그게 거울이 될 수 있다.”
-거울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노 전 대통령이 아마 살아계셨다면 (문 대통령에게) 그렇게 훈수를 두셨을 것이다. 본인도 임기 중에 여러가지 조심하느라 신중하게 신중하게 국정을 운영했다. 보통 사람들은 노 전 대통령이 과격하고 다혈질이고 성격이 급하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2년반을 (청와대에서 일하며) 뵈었는데 심사 숙고하고 조심스럽게 국정을 운영했다. 봉하마을에 내려간 뒤에 좀 더 세게 개혁적으로 했어야 했는데 하면서 후회를 하셨다. 문재인 정부에도 과감하고 개혁적으로 가면 좋겠다고 하셨을 것이다.”
- 한미 자유무역협정 관련해서는 노 전 대통령과 생각이 달랐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한미 에프티에이(FTA)를 한다길래 저하고 정태인, 안희정과 반대하기 위해 관저로 찾아갔다. 노 전 대통령은 이미 상당히 이론 무장을 하고 계셨다. 그래서 반대 설득을 하는데 실패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노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그래도 이정우와 정태인은 참 애국자야’ 이렇게 말씀했다고 전해들었다. 아마 참모를 했던 사람들이 어떻게 반대하냐고 비난하는 이들이 있었을 것이다. 배신자라고 낙인을 찍으니 노 전 대통령이 옹호를 해주신 것 같다. 그만큼 매우 실용적인 분이셨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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