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26 17:36
수정 : 2019.05.27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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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욱 중앙대 교수. 신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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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뒤 시민사회 변화 평가
개인화·정보화로 네트워크형 변화…폭발력 극대화로 발전
“지지행동도 순식간이지만 지지 철회도 썰물처럼 나타나”
“장기 정책과제 추진은 흔들리지 않도록 시민사회 강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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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욱 중앙대 교수. 신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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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욱 중앙대 교수(사회학)가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맞아, 노 전 대통령 뒤 개혁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조직적 토대를 강화하는데 투자를 해서 지지층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노 전 대통령 서거 뒤 10년, 그가 꿈꾸던 ‘진보’는 얼마나 우리에게 현실이 되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에 이어 신진욱 교수를 지난 22일 인터뷰했다. 신 교수는 노 전 대통령 이후 “지난 10년 동안 시민 사회의 정치참여 방식은 조직화 정도가 강화되었다기보다 네트워크 행동양식으로 바뀌었다”며 “시민사회의 토대를 강화해야 복지와 노동 등 정책과제를 흔들리지 않고 추진할 수 있다”고 했다.
- 노 전 대통령은 유고집 <진보의 미래>에서 시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 뒤 한국 시민사회의 변화는 있었나
“노 전 대통령은 ‘조직된’ 시민의 힘을 강조했는데 시민의 힘이 지난 10년 동안 비약적으로 성공한 것은 맞다. 그런데 조직된 시민에 기반했다기보다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 네트워크 시민이라고 하는데 온라인이나 에스엔에스(SNS), 아니면 사회적인 연결망을 통한 활동들이 나왔다. 조직과는 다르다. 젊은 세대는 갈수록 ‘조직인간’이 되기를 거부한다. 조직의 멤버로서 자신의 위치가 고정이 되고 조직 안에서 자신에게 부담이 생기는 선택의 제약이 생기는 것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 10년 간 시민사회의 정치 참여 방식은 정보화와 함께 네트워크 행동양식으로 바뀌어 발전했고, 정치적인 폭발력이 커지면서 제도 정치에 시민들이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 힘은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조직화를 통해서 기대할 수 있는 견고함, 지속가능성, 헌신은 약해졌다. 즉 이슈가 발생했을 때는 폭발적으로 시민 대중이 참여하는 것은 늘었지만, 이슈가 소멸된 뒤에는 일상으로 쉽게 돌아가는 양면성이 있다.”
- 이전 인터뷰에서 노무현 정부는 초반에 지지자들이 정치개혁 열망이 있었지만, 이후에 피로감이 컸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것을 반복하지 않고 있나
“어느 정도 참여정부의 오류를 반복하고 있지는 않다. 반복하고 있는 것은 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대북 정책 측면에서 지금 정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동의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정부가 대북 정책에만 ‘올인‘하고 있다는 인상을 줘서는 안된다. 한반도의 백년 뒤 미래를 위해 너무나 중요하지만 내일 먹고살게 없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 먹고사는 문제를 등한시하고 북한 문제만 중요하게 본다는 인상을 주면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올라간다. 지금 30% 가까이 지지율이 회복한 것도 이때문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에서 몇달 전부터 일자리 이야기를 계속 내고 있는 것도 국민들의 정책에 대한 지지기반을 넓히기 위해서라고 본다.”
- 시민사회가 네트워크형으로 바뀐 것도 문재인 정부가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시민사회가 두터우면 정부와 정당이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어떤 정치적 상황이 오더라도 여론이 큰 변동이 없이 유지될 수 있다. 조직화 되어 있어 입장이 쉽게 바뀔 수 없다. 그러나 한국은 노조 조직률이 겨우 10% 정도이고, 시민단체에 대한 신뢰도도 1990년대에 견줘 많이 떨어져 있으며, 평균적으로 2년에 한번씩 이사를 다녀 지역 사회도 약해 조직된 층위가 매우 얇은 게 특징이다. 그것에 대한 해결책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유동적이고 개방적인 네트워크형의 정치참여를 고도로 발전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역동성 이면에는 휘발성이 있다. 이 정권이 안되겠다고 끄집어 내리는 것은 폭발적인 대중행동을 통해 관철해 내는데, ‘여기도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을때 정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지지층이 퇴각하는 것도 굉장히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다. 조직된 시민사회가 두터우면 오랜 시간에 걸쳐 나타나는데, 한국처럼 역동성이 강한 곳은 지지행동도 순식간이지만 철회도 빠를 수 있다.”
- 그러면 신속하게 떠나갈 수 있는 지지층을 잡기 위해서 이들이 필요한 것을 해야할까
“두가지 길이 있다. 단기적이고 즉각적으로 여론의 향방을 모니터링하면서 (이들에게) 부응하는 것은 정권의 지지기반을 유지하는데 결정적이다. 이것은 지금 청와대도 알고 있는 것 같다. 두번째 장기적인 길은 시민사회의 조직적 토대를 강화하는데 정치적인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 조직 기반이 약하다는 것을 주어진 운명처럼 받아들여서는 민주주의가 건강하게 나아갈 수 없다. 단기적인 부응만 하면 장기적인 정책을 추진할 수 없다.
(이번 정부에서도) 복지나 노동 정책을 지방선거 끝날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말이 있었다. 그런 식으로 가면 지방선거 끝나면 총선부터 이기자, 총선을 이기면 일단 정권 재창출하자, 그렇게 계속 유예될 수 있다. 여론의 부담을 짊어지더라도 반드시 추진해야할 정책과제를 계속 유예하면 대선 뒤에도 똑같은 상황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정권을 잡고 있는 기간 동안 시민사회의 조직적 토대를 스스로 강화할 수 있게 법적 근거나 제도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시민사회의 토대를 두텁게 하면 그만큼 그때그때 여론에 춤추는 정도를 낮출 수 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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