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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05 19:22 수정 : 2019.07.06 00:18

2013년 10월21일 서울고검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원회 국정감사에 당시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증인으로 나와 국정원 댓글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는 사실을 폭로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2013년 10월21일 서울고검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원회 국정감사에 당시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증인으로 나와 국정원 댓글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는 사실을 폭로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정상화인 듯, 정상화 아닌, 정상화 같은’ 6월 임시국회가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다. 내년 총선을 의식한 ‘샅바 싸움’이라지만, 매일 국회 상황을 확인해야 하는 자리에선 뭔가 ‘임팩트 있는’ 일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깜짝 만남’ 수준은 아니더라도 말이다. 그런 점에서 오는 8일 오전 10시에 예정된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단연 주목받는 일정이다. 관전 포인트가 많은, 흥미로운 청문회가 될 듯하다.

여론은 현 정부 들어 거침없는 적폐수사를 이끈 그에게 우호적이다. 검찰 조직이 생긴 이래 몇 안 되는 이른바 ‘스타 검사’의 반열에 올랐다고 할 만하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청문회를 벼르고 있지만, 입지가 탄탄한 그를 무너뜨리려면 ‘확실한 한방’이 있어야 한다. 아직은 그런 게 보이질 않는다. 언론이나 야당 의원 누군가가 한방을 갖고 있다면 여론몰이를 위해 청문회 전에 공개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너무 조용하다. 국회를 보이콧할 때조차 “윤 후보자 청문회는 하겠다”고 예고했던 한국당이다. 이번에 한국당의 화력이 검증될 것이다.

공격수로 나서는 한국당 의원 7명 가운데 6명이 국회법 위반과 감금 혐의 등으로 고발돼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청문회가 끝나면 공수가 바뀐다. 고발된 처지라고 일부러 후보자를 봐줄 리 없지만, 그렇다고 생트집을 잡기엔 검찰총장 자체가 국회의원들에겐 부담스러운 존재다. 7명 가운데 고발되지 않은 1인, 검사 출신 정점식 한국당 의원은 윤 후보자의 초임 검사 시절 대구지검에서 같이 근무하는 등 친분이 있다. 젊은 시절 윤 후보자가 “경원아, 경원아”라고 불렀다던 대학 후배 나경원 원내대표는 청문위원들에게 어떤 주문을 했을지 궁금하다.

윤 후보자는 보수적인 사람이다. 그를 잘 아는 지인 가운데에는 “성향으로만 보면 한국당 의원들과 더 잘 맞을 것”이라고 말하는 이가 꽤 된다. 다만 한국당 의원들은 강골 칼잡이인 그가 전직 대통령 2명과 전직 대법원장까지 기소한 마당에 더는 아쉬울 게 없는 처지라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공격이 허술하면 역공을 당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이미 2013년 10월21일 서울고검 국정감사장 증인으로 나서 거침없는 말로 당시 새누리당을 당황하게 한 전력이 있다.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막았던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면전에서 “기왕 이렇게 된 마당에…”라는 말을 시작으로 수사 외압 사실을 낱낱이 폭로해버렸다. 당시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이 윤 후보자의 하극상을 지적하며 “검찰이 조폭보다 더 못한 조직이다. 이게 무슨 꼴이냐. 증인은 조직을 사랑합니까? 혹시 사람에게 충성하는 건 아니에요?”라고 공격했다. 이에 윤 후보자는 당시 “네, 조직을 대단히 사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오늘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 역공은 두고두고 회자됐고, 새누리당은 결과적으로 검사 윤석열을 더 대중적인 인물로 키워줬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질의 과정에서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언급될지도 정치권 안팎의 큰 관심사다. 2013년 국정감사에서 윤 후보자는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이 외압에 관여했느냐는 질문을 받고 “제가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도 “황 장관도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황 대표는 당시 장관으로서 국정원 댓글 수사팀장이었던 윤 후보자를 대구고검으로 좌천시킨 당사자기도 하다. 감정이 좋을 리 없다. 윤 후보자가 2007년 김용철 전 삼성 법무팀장의 비자금 폭로 수사 때 황 대표의 ‘떡값 수수’ 의혹을 조사한 악연도 있다.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이었던 윤 후보자가 여전히 한국당 주류인 친박근혜계의 속사정을 꿰고 있다는 점도 껄끄러운 부분이다. 한국당 입장에선 ‘곳곳이 지뢰밭’인 셈이다.

한국당 청문위원인 김진태 의원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은 제가 잘 압니다. 적폐수사 공로로 그 자리에 올랐지만 본인 스스로가 적폐의 장본인입니다. 청문회 날이 기다려집니다”라고 예고했다. 어쩐지 지지자들을 의식한 립서비스 냄새가 나지만, 그가 ‘결정적 한방’을 갖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한국당은 과연 스스로 상처 입지 않고 ‘당대의 검객’을 무사히 찌를 수 있을까?

석진환 정치팀장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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