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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02 18:49 수정 : 2019.10.02 20:04

<언제나, 노회찬 어록>을 펴낸 젊은 정치인 강상구 전 정의당 대변인이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짬] 정의당 강상구 전 대변인

<언제나, 노회찬 어록>을 펴낸 젊은 정치인 강상구 전 정의당 대변인이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며칠 전 해바라기를 닮은 노란 책이 신문사로 배달됐다. ‘우리를 행복하게 한 그의 말들’이라는 부제가 달린 <언제나, 노회찬 어록>(루아크 펴냄)이었다. 노회찬 전 정의당 원내대표와 함께 호흡 맞춰 일했던 후배 정치인, 강상구(47) 전 정의당 대변인이 펴낸 것이다. “노회찬을 떠올릴 때 슬픔이 아니라 유쾌함과 행복함으로 기억하고 싶어서, 그래야 세상을 바꿀 힘을 낼 수 있기 때문에 그의 빛나는 말들을 수집했다”는 강상구 전 대변인을 1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처음엔 책 낼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요, 지난해 7월 노 전 대표님 돌아가시고 난 뒤 제가 어느새 새벽마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그분 말씀들을 계속 찾아보고 있더라고요. 계속 인터넷을 뒤지다 보니 제가 모르는 말씀이 너무 많은 거에요. 마치 보석 캐는 기분이어서 계속 모았어요. 그 보물창고를 세상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 출판을 결심했죠. 내년에 총선을 나가야 해서 고향(전북 김제)도 자주 다니고 공부도 많이 해야 하는데 뭔가 매듭을 짓지 않고선 계속 노 전 대표님 말을 찾아 헤맬 거 같아서 부지런히 책을 만들었어요.”

2003년 민주노동당 중앙당에서 일을 시작한 강 전 대변인은 2010년 노 전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을 때 함께 선거운동을 했고 이후 노회찬 진보신당 공동대표 시절엔 당 기획실장을 지냈다. 인기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 시즌2에 노 전 대표를 이어 출연할 만큼 ‘직계 재치 후배’로 인정받있다. 올봄엔 <걷기만 하면 돼>라는 책을 통해 걷는 만큼 월급을 주자는 참여형 녹색기본소득을 제안하는 등 진보정당의 상상뱅크로 꼽힌다.

노회찬의 재치 넘치는 말을 다시 읽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낸 마음의 상처가 덧나진 않았을까. “울기도 많이 울었지만 말이 너무 웃겨서 혼자 키득거렸어요.” 가장 많이 웃은 얘기를 소개해달라고 했다. “2004년 민주노동당 행사에서 만난 한 당원의 어린 외손주가 ‘머리가 왜 벗겨졌냐’고 물으며 밍숭밍숭한 노 전 대표의 머리를 자꾸 만졌대요. 민망해진 노 전 대표가 이렇게 중얼거렸다네요. ‘그래, 네 머리가 벗겨지기 전에 좋은 세상이 올 거야.’”

가장 많은 눈물을 쏟아낸 말이 뭐냐고도 물었다.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이 있다면 안 탈 거라는 말이었어요. 타임머신 타고 싶은 유혹이 있을지라도 유혹을 끊고 오히려 앞일을 생각하며 노력하며 살겠다고 하셨지요. 노동운동, 진보정당 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다 겪어봤으면서, 본인 말대로 ‘추수에 대한 희망도 없이 씨앗을 뿌리려는’ 일일지도 모르는데…. 저라면 당장 타임머신 탈 텐데 말이에요.”

지난해 별세 뒤 새벽마다 인터넷 뒤져
어록집 ‘언제나, 노회찬 어록’ 펴내
“유쾌·행복함으로 고인 기억하고 싶었죠
어록은 품격있는 정치언어 사례이자
인생 지침서이며 정치개혁 안내서”

2003년 정치입문 뒤 노회찬과 ‘동행’

강 전 대변인은 “노회찬 어록은 품격 있는 정치 언어의 사례집이자 인생의 지침서이자 정치개혁의 안내서”라고 요약한다. 노 전 대표는 보수정당 등의 행태를 비판하며 ‘뼈 때리는’ 말을 할 때도 유머를 잃지 않았다. “청소할 땐 청소해야지, 청소하는 게 먼지에 대한 보복이라고 얘기하면 됩니까?”(적폐청산) “모기들이 반대한다고 에프킬라 안 삽니까?”(사법개혁) “돈 봉투도 국민에게 뿌리면 안됩니까?”(복지) “평양올림픽으로 변질됐다 그러면 평양냉면도 문제삼아야죠.”(평화) 등등. 강 전 대변인은 ‘포복절도’를 노회찬의 가장 뛰어난 정치언어로 꼽는다. “포복절도의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가득찰 포(飽), 배 복(腹)으로 배를 가득차게 만들고, 절도(絶盜)는 도둑을 근절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민생을 챙기고 세금 도둑, 양심 도둑을 근절하겠습니다.”(정의당 2018년 신년인사회)

노 전 대표가 첼로를 연주하고 요리를 잘하고 꽃을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영어단어 2000개를 아는 것보다 나무와, 풀 이름 200개를 알고 있는 것이 훨씬 값진 것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노 전 대표는 감옥에 갇혀 있을 때도 철창 밖에 해바라기를 심었던 사람이에요. 인문학적 감성, 해박한 교양이 넘쳤습니다. 노회찬의 반에 반도 못 따라가겠지만 저 역시 세상을 둘러보며 공부하는 ‘여유 있는’ 정치인이 되고 싶어요.”

만약 노 전 대표가 지금 살아 있다면 이른바 ‘조국사태’라는 정국 한가운데를 통과하면서 어떤 말을 했을까? “노 전 대표는 삶이 곧 말인 분이셨어요. 얼마든지 특권층으로 살 수 있었지만, 기득권 네트워크에서 이탈해서 사셨고, 386이 아니라 ‘306’(1960년대에 태어난 30대 중 80년대 학번이 없는 사람들)을 대변해서 정치해야 한다고 하셨죠. 조국 장관은 노 전 대표의 후원회장이었기 때문에 조 장관에 대한 의혹이 터질 때마다 힘드셨을 거 같긴 합니다. 분명한 건, 노 전 대표가 살아 계시다면 제대로 검찰개혁을 할 수 있는 법안 통과를 위해 국회의 책임을 다하자고 외치셨겠지요. 서초동 촛불이 여의도를 향한 촛불로 번질 수 있도록요.”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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