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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대선은)넓고 큰 의미에서의 정치를 요구받는 성숙한 선거로 가지 않을까 하는 것을 지금 느낀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총리 집무실에서 가진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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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인터뷰
최장수 국무총리 이낙연
국정 운영 책임지고픈 생각 없나?
“대선은 욕심만으로 도전 안 돼
대단한 준비 없으면 국민에게 짐
지독히 어려운 자리임을 절감 중”
차기 대선의 시대정신은?
“경제와 민생 여전히 중요하나
세계적 전환기에 대처할 수 있는
대북·대외정책 중시되는 첫 선거
본연의 정치 역량이 우선시될 것”
자기 세력 약한 것 아닌가?
“집단화는 제 관심사 아냐
소집단에 의존하는 정치가
시대적 요구일지 의문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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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대선은)넓고 큰 의미에서의 정치를 요구받는 성숙한 선거로 가지 않을까 하는 것을 지금 느낀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총리 집무실에서 가진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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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이후 최장수 총리를 눈앞에 두고 있는 이낙연 국무총리는 “차기 대선은 대북정책과 대외정책 이런 것이 중요시되는 첫 선거가 될 것”이라며 “그런 정치적 역량이 지도자에게 훨씬 더 강하게 요구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서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이 총리는 “총리 일도 벅찬데 대선까지 생각하는 것은 과분하다”면서도 차기 대선의 주요 쟁점과 후보의 자질을 이렇게 제시한 뒤 그 역량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인터뷰는 총리 유임이 확정된 직후인 지난 8월1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시간 동안 이뤄진 데 이어 지난 15일 추가로 서면으로 진행됐다.
―나루히토 일왕 취임식에 총리께서 정부 대표로 참석하는데, 한-일 관계 개선의 물꼬를 틀 수 있을까?
“한-일 관계 개선의 토대라도 만들 수 있기를 바라며,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의 말을 경청하고, 한-일 관계 개선을 향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와 저의 생각을 성심으로 말씀드리겠다. 일본의 정치계와 경제계 지도자들과도 만나 신의를 가지고 의견을 나누려고 한다. 조심스럽지만, 비관하지는 않는다.”
지난 8월 인터뷰 때 그는 한-일 관계에서 핵심적인 사안으로 떠오른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의 배상 문제에 대한 해법과 관련해 “대법원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과 피해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두가지 대전제에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그러면서도 과거가 미래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조국 전 장관 일 안타까워”
―지난 8월 개각 이후 이른바 ‘조국 대전’으로 사회적인 갈등을 겪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결국 사임했는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일은 몹시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제 수사는 수사대로 법과 원칙에 따라 이루어지고, 또 다른 국민적 의제로 떠오른 검찰개혁도 국민의 기대에 맞게 실현되기를 바란다.”
―‘조국 대전’ 수습에 총리의 역할은 잘 안 보였다는 지적도 있다.
“저는 총리가 이런 문제에 임하면서 자신의 역할을 드러내는 것만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총리는 정부 안에서 조화를 이루며 일하는 것이 총리답다고 믿는다.”
조국 후보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하기 전날인 지난달 8일 문재인 대통령은 최종 결심을 앞두고 이 총리와 이해찬 민주당 대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와 만나 의견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와 이 원내대표는 그대로 장관 임명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었으나, 이 총리는 여론 등을 들어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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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사퇴하기 하루 전인 지난 13일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열린 검찰개혁 고위당정협의회에 주요 참석자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왼쪽부터 조 전 장관, 이낙연 국무총리, 이해찬 민주당 대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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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의 군기반장이라는 별명이 있다.
“군기반장이라는 게 저로서는 편치 않은 호칭이다. 장관들께서 저 때문에 많이 불편하셨겠구나 싶어 그 부분은 미안하다. 부처 간에 합치된 목소리를 내는 정부, 또 성숙한 정부, 유능한 정부로 국민께 비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저로서는 최소한의 관여라고 생각하지만, 장관들은 불편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공식회의에서 국민들에게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될 때 질문하는 경우가 있는데 장관들은 그게 굉장히 힘든 모양이다.”
―내용을 잘 알아야 질문을 잘할 수 있는데, 언제 여러 부처의 업무를 다 파악하는가?
“우선은 요즘도 분야마다 사람들을 만나서 공부한다. 전남지사 할 때도 한 2년 동안 주말마다 서울에 올라와서 공부모임을 했는데, 올해 들어 다른 방식으로 한달에 두번 정도 하고 있다. 그런 공부를 통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된다. 또 제가 언론과 국회, 지방자치 등 다른 분들보다 여러 방면의 경험이 있어서 어떤 정책이 가질 수 있는 사각지대나 취약지대에 대해 약간 본능적으로 안다. 이런 얘기 하면 잘난 척한다고 하겠지만, 국회에서 제가 비교적 답변을 안정적으로 드릴 수 있는 것도 그런 기반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전남지사 때부터 시작한 각 분야에 대한 공부를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는 답변이 예사롭지 않게 들렸다. 그러나 그는 “중앙하고 거리가 멀어지면 자꾸 시야가 좁아질 수가 있으니 한 것이지, 뭔가를 의식해서 한 것은 아니다”라며 한 발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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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이낙연 총리를 임명하기 전까지는 그와 별다른 인연이 없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 총리와 함께 일하면서 그에 대해 두터운 신뢰감을 가지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과 이 총리는 매주 월요일 오찬 간담회를 할 정도로 관계가 긴밀하다. 지난 8월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이 총리와 문 대통령이 차를 마시면서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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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 대한 신뢰는 윗분의 관용”
―문 대통령이 이 총리를 많이 신뢰하는 것 같다. 그런 것을 공개적으로 피력하기도 했는데, 서로 성격이 잘 맞나?
“그건 대통령께서 대단하신 거다. 통상적으로는 아랫사람이 마음에 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신뢰는) 아랫사람의 능력이 아니라 윗분의 관용이다. 그런 거라고 본다.”
―문 대통령이 저녁에 편하게 총리공관도 가끔 찾는다는데, 맞나?
“그러지는 않고, 제가 밤에 대통령께 술을 얻어먹은 경우는 있다.”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1위를 달리는데, 다음 대선에 대한 생각은?
“지금은 아무 생각을 않고 있다. 총리로 일하면서 이 일도 벅찬데 거기까지 생각하는 것은 과분하다.”
―2년 이상 총리로서 국정을 통할했는데, 직접 국정 운영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
“오히려 반대다. (대통령 자리는) 정말로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를 날마다 느낀다. 그저 욕심만으로 도전해서는 안 된다. 대단한 정도의 준비를 갖추고 있지 않으면 오히려 그것은 국민에게 짐이 될 수도 있다. 지독히 어려운 자리라는 것을 날마다 절감하고 있다.”
―내년 총선의 역할론과 관련해 지역구 출마론과 선대위원장설이 나오는데.
“제가 뭘 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지는 않다. (나한테) 당에서 뭔가 일을 하라는 생각을 가진다면 합당한 시기에 얘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원론적인 답변으로 피해가길래 다음 대선의 시대정신에 대해서는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이 부분에 대해 꽤 많은 준비를 한 것 같았다.
“특별할 것 같다. 역대 대선에 비하면 다가올 대선은 남북관계를 포함한 대외정책의 비중이 굉장히 높아질 것 같다. 경제나 민생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상대적으로 대북정책, 대외정책 이런 것이 과거에 비해 크게 중요시되는 첫 선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번에 겪고 있는 한-일 관계만 해도 단순한 양국 문제를 뛰어넘는 것이라고 저는 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대선의 중점이 다시 본연의 의미에서의 정치로 옮아갈 것이다. 즉, 국내외적 또는 세계사적 도전을 제대로 파악하고 거기에 최적으로 대처하는 능력, 곧 넓고 큰 의미에서의 정치를 요구받는 성숙한 선거로 가지 않을까 하는 것을 지금 느낀다. 지금이 바로 그런 세계사적 전환기이기 때문이다. 냉전이 끝남에 따라 동맹이 사실상 와해된 유럽과 달리 우리는 동맹은 유지하되 냉전은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필요한 정치적 역량이 지도자에게 훨씬 더 강하게 요구되는 시대가 드디어 왔다. 정치인들도 이제 그런 데 대한 준비랄까 공부를 할 필요가 있고, 국민들도 그 점을 훨씬 더 성숙한 눈으로 봐주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총리께서는 그런 부분을 준비하고 있나?
“하하, 특별히 준비라기보다도 총리로서도 그런 게 필요하다. 이미 대통령께서 외교의 일정 부분, 특히 개발도상국 외교 등을 저한테 많이 맡겨주셨다. 지일파라고 해서 저한테 맡겨지는 일들이 있다. 맡기지 않더라도 저 스스로 해야 할 일이 있으니, 제가 무슨 준비를 한다기보다 눈앞의 일이니까 당연히 해야 한다. 이런 경험이 굉장히 소중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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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기반장이라는 별명은 편치 않은 호칭이다. 장관들에게 미안하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총리집무실에서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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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사람 힘들어도 수준 높여야”
―정치인 이낙연에 대해서는 자기 세력이 없다는 평이 많더라.
“학생 때나 정치권에서도 집단화가 저의 큰 관심사가 아니었다. 집단으로 되면 좋은 점도 있지만, 개인의 사고가 제약받는 것도 있지 않나. 앞으로 우리 시대의 요구가 그런 소집단에 의존하는 정치일까에 대해서는 약간의 의문이 있다. 그렇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국가적으로 안팎의 과제가 너무 위중한데 세력의 친소 관계로 재단할 수 있을까, 그건 너무나 위험하고 무책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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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한 <한겨레> 인터뷰에서 “차기 대선에서는 대북정책과 대외정책 이런 것이 중요시되는 첫 선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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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데 요구 수준이 높고 완벽을 추구해서 아랫사람들이 힘들어한다는 얘기도 많은데.
“힘들었을 거다. 우리 정부나 지자체나 정당의 수준이 올라가야 한다. 정책의 완성도라든가 구성원들의 사고방식, 지적인 수준이 우리와 경쟁해야 할 나라들에 비해 떨어진다고 느끼는 때가 있다. 그런 것을 내가 주문한다. 누구에게나 상처를 주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지만, 상처를 안 받고 안 주기 위해서 이대로 편하게 가자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그의 집무실 탁자 위에는 군데군데 견출지가 붙어 있는 <중용의 삶> 한 권이 놓여 있었다. 김대중 정부 때 주일대사를 지낸 최상용 고려대 명예교수가 한-일 관계에 대해 성찰적으로 쓴 책이다. 그의 현재 고민이 어디에 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듯했다.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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