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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이나, 콘크리트 등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체들은 저마다 고유의 흔들림(진동)을 갖고 있는데, 이것이 그네를 미는 것과 비슷한 특성이 있다. 학창시절 소리굽쇠 실험을 한 것을 기억할 것이다. 같은 진동수를 갖는 한 쌍의 소리굽쇠와 다른 진동수를 갖는 소리굽쇠 하나를 준비한 다음 소리굽쇠를 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소리굽쇠는 고유 진동수로 진동하기 시작하고 이 진동은 공기를 통해 전파되면서 다른 소리굽쇠를 강제로 진동 시킨다. 재미있는 것은 이때 같은 진동수를 가진 소리굽쇠는 진동하지만 다른 진동수를 가진 소리굽쇠는 진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쌍인 소리굽쇠의 하나를 계속 치면 다른 하나의 소리굽쇠는 진폭이 커지는 데, 이러한 현상을 공명이라고 부른다. 타코마교 붕괴에서도 이런 원리가 적용됐던 것이다. 양쪽 교각에 연결한 케이블에 다리가 매달려 있는 현수교였던 이 다리는, 바람이 불 때마다 약간의 진동이 생겼는데, 이 진동이 다리 자체가 지니고 있는 고유한 진동과 일치해서 더욱 다리를 진동하게 만들었고 결국 파괴되어 무너져 내렸던 것이다. 즉 바람의 세기가 아니라 공명(공진)현상 때문에, 다리가 붕괴한 것이다. 그렇다고 한강을 건널 때 공명 때문에 다리가 무너질까 고민할 필요는 없다. 이 사건을 계기로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를 비롯한 현수교에 대한 대대적인 보수 작업이 이루어져서 바람에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보완됐기 때문이다. 요즘 건설하는 다리는 아예 설계 단계에서부터 철저한 보완이 이뤄지고 있다. 사실 이러한 공명의 원리는 우리 생활 깊숙한 곳으로 들어와 매우 유익하게 이용된다. 음식을 데우거나 요리하는데 필수품이 되어버린 전자 레인지도 공명 현상을 이용한 예이다. 전자 레인지는 파장이 약 1.2㎝인 마이크로파를 방출한다. 이 마이크로파에 의해 음식물 속의 물 분자가 공명 현상에 의해 맹렬히 진동하면서 열에너지를 만들어내, 음식물의 온도를 높이면서 데워지거나 조리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수분이 부족한 음식은 전자레인지로 데우거나 조리할 수 없는 것은 공명시킬 물 분자가 적기 때문이다. 좀 복잡하긴 하지만 병원에서 많이 쓰는 자기공명단층촬영 장치(MRI) 역시 이러한 공명현상을 활용한 것이다. X선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인체의 단면을 선명하게 사진 찍는 MRI의 기본 원리는 인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물(H2O)을 공명 시키는 것이다. 즉 신체 검사를 하고 있는 사람의 몸에 자기장을 걸어주면 몸 안에 있는 수소 원자는 공명 현상에 의해 외부의 전자기파로부터 특정 진동수의 에너지를 흡수한다. 흡수된 에너지가 다시 낮은 상태로 될 때까지의 시간은 질병을 가진 세포에 따라서 다른데, 이 차이를 측정해서 우리 몸 내부의 질병여부를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산들바람에 튼튼한 다리를 무너지게 하는 무서운 공명현상이지만, 원리를 알고 나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전자기기나 의료기기 등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는 것이 바로 과학기술의 매력이다. (글: 유상연 -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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