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9.13 14:59
수정 : 2018.09.1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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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 동굴에서 발견된 7만3천 전 그림. 풍화각 박편에 9개의 선을 교차하도록 그린 것으로 이전에 알려진 가장 오래 된 그림보다 3만년이 앞선다. <네이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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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동굴서 박편 그림 발견
뾰족한 황토로 9개 교차선 그려
유럽서 발견된 것에 3만년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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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 동굴에서 발견된 7만3천 전 그림. 풍화각 박편에 9개의 선을 교차하도록 그린 것으로 이전에 알려진 가장 오래 된 그림보다 3만년이 앞선다. <네이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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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로 그린 가장 오래된 추상화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블롬보스동굴에서 발견됐다. 그림은 7만3천년 전에 형성된 고지층에서 발견한 규산암(풍화각) 박편에 그려져 있다. 아주 뾰족한 황토 조각으로 9개의 평행선을 교차(crosshatch)해 놓은 그림이다. 이 작품은 같은 기법으로 그린 추상적 구상화 가운데 가장 오래 된 것보다 적어도 3만년 앞선 것이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와 보르도대, 문화부 공동의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PACEA)와 국립과학연구센터, 툴루즈 장 조레스대학, 문화부 공동의 ‘고고학 연구 및 조사’(TRACES) 연구분과 과학자들이 포함된 국제연구팀은 이번 발견을 12일(현지시각)치 <네이처>에 보고했다.
고고학적으로 오래 된 그림이 무엇을 상징하는지를 분석하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다. 어떤 상징을 현재의 구상화적 묘사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그저 먼 옛날 누군가 특별한 목적 없이 끄적여놓은 것일 수 있다. 오랜 동안 고고학자들은 인류(호모 사피엔스)의 유럽 정복지에서 4만년 전에 첫 상징이 등장했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최근 고고학자들이 아프리카와 유럽 그리고 아시아에서 발견한 상징들은 훨씬 이전에 등장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판화는 54만년 전 고지층대에 있는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트리닐에서 발견된 민물 홍합 껍데기에 새겨진 지그재그이다. 또 개인장식용 물건들이 7만년에서 12만년 전의 아프리카 몇몇 고지층 땅속에서 발견됐다.
이번 논문에서 연구팀은 연필처럼 사용한 점토 조각으로 그린 가장 오래된 추상화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이 그림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블롬보스동굴에서 탐사활동을 하는 동안 수집한 석기들을 분석하는 중에 규산암(풍화각) 조각 표면에서 발견됐다. 풍화각 조각은 7만3천년 전 지층에서 발굴된 것으로 9개의 가는 선으로 된 교차 무늬를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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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 블롬보스동굴에서 발견된 또다른 풍화각 그림. <네이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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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과제는 이 무늬들이 인간이 의도적으로 그린 것임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프랑스 연구팀과 착색제 화학분석 전문가들이 이 문제 해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연구팀은 우선 점토 조각을 연필 침과 날로 사용하기도 하고 점토가루를 물에 개어 붓으로 그리기도 했다. 현미경과 화학적, 마찰공학적 분석기법으로 그들이 만든 모사품과 원작품을 비교했다. 연구팀은 이 그림이 우선 암석 표면을 문질러 부드럽게 한 뒤 뾰족한 점토로 의도적으로 그린 것으로 결론내렸다. 따라서 이 패턴은 이전에 알려진 것보다 3만년이 앞선 가장 오래된 그림인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풍화각 박편이 놓여 있는 고지층에서는 상징들이 새겨진 다른 물체들이 이미 많이 발견됐다. 여기에는 아주 비슷하게 격자로 된 판화 모양의 점토 조각도 포함돼 있다. 이것들은 아프리카 지역에서 초기 인류(호모 사피엔스)가 다양한 물체들에 비슷한 상징을 그려넣기 위해 다양한 기술들을 사용했음을 보여준다. 이런 사실은 이들 표시가 어떤 상징적 기능을 했을 것이라는 가설을 지지하고 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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