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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2.27 16:15 수정 : 2018.02.27 16:43

화학 처리를 거쳐 압착하는 방식으로 목재의 강도를 10배 이상 높이는 새로운 목재 공정이 개발됐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화학처리 뒤 압착 공정 개발
구멍 없애 셀룰로스 고밀도 정렬
자연목재보다 강도 11배로 껑충
가벼우면서도 단단함 특장

화학 처리를 거쳐 압착하는 방식으로 목재의 강도를 10배 이상 높이는 새로운 목재 공정이 개발됐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비행기나 자동차에서도 강철이 쓰이는 곳에 목재가 대신 쓰일 수 있을 겁니다.’ 연구진의 바람대로, 앞으로 목재를 사용한 자동차나 비행기도 등장할까? 나무를 화학 용액에서 처리한 다음에 압착해 강철 못잖게 강하면서도 가벼운 ‘슈퍼 목재’를 만드는 새로운 공정이 개발됐다.

미국 메릴랜드대학교 재료공학자 등 연구진은 목재를 수산화나트륨과 아황산나트륨 용액에 넣고서 7시간가량 끓이고 다시 섭씨 100도에서 하루 동안 압착해 부피를 줄이고 밀도를 높이는 공정을 개발했으며 이를 통해 목재의 강도를 자연 상태 목재에 비해 11.5배가량이나 높였다고 과학저널 <네이처>에 보고했다. 이들이 실험에서 처리한 목재는 자연목에 비해 두께가 5분의 1가량 줄고 밀도는 3배가량 높아졌다.

비결은 나무 세포벽의 구성성분인 셀룰로스 섬유들이 서로 강하게 결합할 수 있게 만든 기법의 공정이다.

연구진은 화학 용액에 목재를 넣고 끓이는 동안에 셀룰로스를 감싸고 있는 ‘리그닌’과 ‘헤미셀룰로스’라는 성분이 일정량 빠져나가고 셀룰로스는 그대로 남으면서 더 많은 구멍 구조들이 생겨났으며, 이후의 압착 공정에서 구멍들은 뭉개져 메워지고 셀룰로스 나노섬유들은 매우 치밀하게 고밀도로 압착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셀룰로스 섬유들은 수소결합으로 서로 강하게 결합했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목재의 구멍 구조(왼쪽)를 없애며 고밀도로 압착한 목재(오른쪽). 미국 메릴랜드대학 제공
이렇게 만들어진 목재는 강도가 자연목의 11.5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벼우면서도 강한’ 물질의 특성에서는 강철이나 티타늄 합금보다 뛰어난 장점을 보여주었다. 기존의 비슷한 목재 공법들이 강도를 대략 3~4배 높인 데 비해 이번 공법에서 10배 이상의 강도를 구현하는 성과를 냈다고 <네이처> 뉴스는 보도했다.

언뜻 간단해 보이는 이런 공정이 마냥 쉬운 건 아니다. 슈퍼 목재를 만드는 공정 개발에선 목재의 리그닌 성분을 얼마나 제거하느냐가 관건이었다고 한다. 연구진은 이전에도 리그닌 성분을 모두 다 없애고 실온에서 압착해 강도를 3배가량 높인 목재를 만들어 발표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리그닌을 45%가량만 제거하고서 나머지가 셀룰로스 섬유의 압착을 돕도록 함으로써 이런 단단함을 구현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아래 동영상은 약 100km 시속으로 날아가는 금속발사체가 같은 두께의 자연목(맨위)과 압착 처리한 단일 목재(가운데), 압착 처리한 다섯 겹 합판 목재(맨아래)와 각각 충돌할 때 나타나는 다른 강도 반응을 보여준다. 금속발사체는 압착된 합판 목재는 관통하지 못한 채 중간에 멈춰 섰다.

슈퍼 목재는 가벼우면서도 강한 특성 때문에 이전에 금속이나 플라스틱이 사용되던 곳에 대체용으로 쓰일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나온다. <네이처> 뉴스는 연구진이 충돌 실험과 관련해 “이 정도 속도가 총알보다는 느리지만 자동차 충돌 사고 때의 속도에 비교될 만하다”고 말하며 압착 목재가 자동차에 금속 대신에 쓰일 수 있음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대학 보도자료에서 “압착 목재는 자동차, 비행기, 건축물과 같이 강철이 쓰이는 어디에나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가구와 건축 분야에선 소나무나 발사(balsa)처럼 빨리 자라는 무른 나무들이 느리게 자라는 단단한 티크 목재 대신에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메릴랜드대학의 연구진은 투명한 목재, 플라스틱 대체용 종이와 같은 목재 기반 신기술을 여럿 개발해왔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는 소개했다.

논문에 요약된 공정 (우리말 번역)

고밀도 목재의 가공 방법과 기계적 성능

[1] 천연목재를 매우 높은 강도와 질김도를 지니는 고밀도 목재로 바꾸는 2단계 방법

1단계: 리그닌과 헤미셀룰로스 성분을 부분 제거하는 화학 처리.

2단계: 섭씨 100도에서 두께의 약 80%를 줄이는 기계적 고열 가압. 고밀도 목재의 대부분은 잘 정렬된 셀룰로오스 나노섬유로 이뤄지며, 이는 인접한 나노섬유들 간의 수소결합을 크게 증강한다.

[3] 이렇게 만들어진 고밀도 목재의 비인장강도(specific tensile strenghth; 인장강도를 밀도로 나눈 값. 값이 클수록 가벼우면서도 강한 물질임을 뜻한다)는 일반적인 합금이나 강철, 심지어 경량 티타늄 합금보다 높다.

[ Nature (2018), doi:10.1038/nature25476 ]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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