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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1.25 13:59 수정 : 2019.04.05 09:42

[권오성의 세상을 바꾼 데이터]
데이터 저널리즘의 바이블 ‘핸드북2’ 출간
편집자가 이야기하는 ‘비판적 데이터 활용’
누가, 누구를 위해 만든 데이터인지를 보아야

데이터와 저널리즘.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칼럼, 권오성, 권오성의 세상을 바꾼 데이터
데이터 저널리즘 분야에서 <데이터 저널리즘 핸드북>은 상징적인 책이다. 이 책은 ‘데이터 저널리즘’이란 말 자체가 생소하던 2011년 태동했다. 당시는 전년에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손잡고 미국 아프간 전쟁 기밀 문서를 공개하면서 “이런 대량의 데이터 기반 보도가 가능하구나”하고 세상이 깨닫기 시작하던 때였다. ‘유럽저널리즘센터’(EJC)는 모호하던 데이터 저널리즘 개념을 발빠르게 정리하고 실용적인 내용까지 모아 <데이터 저널리즘 핸드북>이란 이름의 온라인 책을 만들어 2012년 무료로 공개했고, 언론계와 학계 등에서 이 개념이 자리잡는 데 크게 기여했다. 현재 데이터 저널리즘은 ‘(기계적 분석이 가능한) 수학적 데이터를 분석해 유용한 정보를 생산하고 전달하는 디지털 시대 저널리즘의 한 영역’으로 자리잡았다.

그런 <데이터 저널리즘 핸드북 2>(이후 핸드북2)가 지난해 말 선을 보였다. 부제는 ‘비판적인 데이터 활용을 향해’(Towards a Critical Data Practice)이다. 아직 베타 버전이지만, 전작의 평판 덕에 업계에선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해외 매체 <미디엄>에 핸드북2의 편집자 조너선 그레이(Jonathan Gray), 릴리아나 부네그루(Liliana Bounegru)와 책에 대해 나눈 대화가 소개됐다. 대화는 부제인 ‘비판적인 데이터 활용’이 무엇이냐에 초점이 맞춰졌다. 핸드북2의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가 되기도 하는 이 개념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데이터저널리즘 핸드북 2
비판적 데이터 활용은 1편이 나온 뒤 지난 7년 동안 있었던 일들을 반추하면서 제시된 개념이다. 그 시간을 되돌아 보면 언론이 ‘객관성의 결정체’처럼 여겨왔던 데이터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하는 여러 일들이 터졌다. 2013년 미국 국토안보부(NSA)의 파견 컴퓨터 기술자였던 에드워드 스노든이 어떻게 범정부적인 정보조직과 거대 기술기업들이 사람들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조작하며 감시에 활용해 왔는지 드러냈다. 2012년 미국 대선을 정확히 예측하면서 ‘알고리즘의 신’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통계학자 네이트 실버는 정량적 방법에 기반하지 않은 다른 보도물을 “의견 저널리즘”에 불과하다고 멸시하다가 도널드 트럼프 당선에 헛발질을 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소셜네트워크에 갇혀 현실을 인지하는 “탈진실”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데이터로 무장한 가짜뉴스가 어떻게 여론을 호도할 수 있는지 사람들은 목도했다.

편집자들은 이런 사건들이 뜻하는 바는 명확하다고 말한다. “데이터나 데이터 저널리즘을 더 이상 그 자체가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겨선 안된다. 데이터는 세계에 대한 중립적이거나 정직한 재현이 아니다. 데이터는 정치, 문화, 돈 그리고 권력과 뒤엉켜 있는 산물이다.” 비판적 데이터 활용은 저널리스트가 이를 인지하고 “이 데이터는 어디에서 왔는가”, “이 데이터 저널리즘 생산물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데이터 저널리즘은 어떻게 시민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가” 등을 작업에 앞서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는 다른 영역에서 빌려온 개념이기도 하다. 핸드북2의 편집자들은 인공지능 연구자 필립 아그레(Philip E. Agre)의 “비판적인 기술 활용”(critical technical practice)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그레는 이에 대해 ”한 발은 작업의 디자인에 두고 다른 한 발은 작업에 대한 비판적 회고에 딛고 서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기술에 대한 끊임 없는 회고가 늘 작업과 병행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비판적 회고는 여러 학술 영역의 오래된 전통이기도 하다. 편집자들은 “비판 이론(맑시즘에 기초한 비판적 철학), 정치사회학, 뉴미디어 연구, 과학기술학(STS· 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 젠더 연구, 비판적 인종 연구 등”에 녹아 있다고 했다. 데이터 저널리즘도 그 연장선에 있다는 이야기다.

세계 여러 저널리스트와 학자 등이 협업해 계속 만들고 있는 중인 핸드북2에는 이런 내용이 데이터와 알고리즘 탐사, 데이터 시각화, 대중의 데이터 분석 참여 등에 어떻게 구현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점차 보강될 예정이다. 이들이 이야기하는 ‘비판적 데이터 활용’은 국내 언론 뿐 아니라 다른 용도로 데이터를 다루는 이들에게도 참고가 될 만하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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