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걸려 서울까지 400Km 걸어온 마산 창신대 교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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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걸려 서울까지 400Km 걸어온 마산 창신대 교수들
한낮의 태양 아래선 그만 다 포기하고 싶었다. ‘조용히 살 걸 …’ 후회도 했다. 하지만 15명의 교수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마산~서울 천릿길을 걸었다. 출발 열나흘 만인 20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 도착한 경남 마산 창신대 교수들은 ‘학교에 대한 교육부의 엄중 감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교수들과 함께 꼬박 열하루를 걸은 권태용 노무사는 “파업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2년제 학교의 특성상 학생들이 함께 하기도 힘들어 ‘400km 대장정’을 택했다”며 “고행을 통해 사회적 관심을 끌어 모으고, 스스로를 단련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창신대는 학교에 기증된 10억원 상당의 재산이 학장 명의로 둔갑해 매각되고, 재단전입금 18억원이 학교 회계에서 사라진 점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15명의 교수들은 이 밖에도 100가지가 넘는 재단의 각종 비리 의혹을 1천쪽 분량의 감사청구서로 정리했고, 교육부는 13일부터 종합 감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정작 문제 제기를 한 이 대학 이병희 교수는 ‘무고’를 이유로 파면당했다. 김명복 교수노조 창신대학 지회장은 “설립 16년 동안 강병도 학장 1인 체제로 운영되며, 교육부 감사를 한 차례도 받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이사회가 유명무실해지고, 거액의 교비가 횡령되는 등 각종 비리와 불법 행위가 끊이질 않았다”고 말했다. 조형래 교수(건축)는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현재의 독점적 운영 체제로는 안된다는 데 공감했다”며 “학교의 공공성 회복을 위해 서둘러 관선 이사가 파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대 발언에 나선 박정원 교수노조 정책실장은 “지방 서민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가 시민 대학으로 바로 설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학교 서정환 교학지원처장은 “학장의 학교 재산 횡령은 검찰 조사를 통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나머지 의혹도 대부분 근거 없는 것들”이라며 “학교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찬성하지 못하는 교수들과 마찰을 겪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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