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8.13 21:23
수정 : 2008.08.13 22:46
강행땐 물리적 봉쇄 시사
학생단체 “사상 자유 침해”
고려대가 사회단체 ‘다함께’가 열려는 학술행사 ‘맑시즘 2008-촛불들의 축제’ 교내 개최를 불허하겠다고 밝혀 “대학이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등의 비판이 일고 있다. 고려대는 교내 건물 출입을 통제하기로 했으나 주최 쪽은 예정대로 행사를 열겠다고 해 마찰이 예상된다.
고려대는 13일 학교 홈페이지에 ‘건물 출입 통제 안내’를 띄워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를 보호하고 학칙을 준수하기 위해 다함께의 행사를 불허한다”고 밝혔다. 대학 쪽은 “행사를 강행하면 해당 건물의 수도, 전기, 네트워크의 불능화 조처를 하겠다”며 “약간의 물리적 충돌도 배제할 수 없다”고도 했다.
이에 ‘대학생 다함께 고대모임’ 등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대학은 다양한 사상과 의견 교류를 통해 학문을 발전시켜야 할 사회적 의무를 가지고 있다”며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행사 진행을 맡은 김영익씨는 “학교의 과잉 대응이 오히려 면학 분위기를 해치며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고려대 재학생(아이디 ‘에네레스’)은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연사들을 보면 사회문제에 관심 있는 학생들은 참여할 만하다고 생각한다”며 “몇 년간 토론회다운 토론회를 학교에서 본 적이 없어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번 학술행사는 촛불집회, 신자유주의 등을 주제로 14~17일 열릴 예정이다. 개막식에는 경찰 수배를 받고 있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의 박원석 공동상황실장 등의 인터넷 중계 연설이 계획돼 있으며, 강기갑·이정희 국회의원과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 등이 강연한다. 다함께는 이 학술행사를 2001~2005년 고려대에서 열었고, 2006년엔 고려대가 불허하자 경희대로 옮겨 열었다. 지난해에도 고려대는 행사를 불허했으나, 별다른 마찰 없이 행사는 열렸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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