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8.09.05 18:35 수정 : 2008.09.05 19:17

김성탄(25·경영학과·왼쪽) 박정범(29·가운데) 권용태(25·사회학과·오른쪽)

“숨겨진 대학 찾자” 연세대생들 ‘한뜻’
165일 19개대서 “소통 만끽” 책 펴내

2006년 8월 어느 날 연세대 대학원 정치학과 박정범(29·가운데)씨가 같은 학교 후배 권용태(25·사회학과·오른쪽) 김성탄(25·경영학과·왼쪽)씨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박씨의 ‘세계일주 프로젝트’에 이들이 동반자로 참여하기로 결정을 내리는 데는 채 10분이 안 걸렸다. 이미 2003년 ‘문학에 나타난 정치’란 과목을 함께 수강하면서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던 터였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세계의 대학들을 찾아가 보자. 영어와 영미권 문화에 매몰돼 ‘영어실력이 곧 성공’이라는 우리 사회의 암묵적인 강요에 반기를 들자. 그래서 숨겨진 대학들을 국내에 소개하기로 자연스레 합의가 됐어요.”

이들은 세계여행을 준비하면서 수많은 경험을 한다. 여행 후원 제안서를 만들어 기업체 150여 곳의 문을 두드렸으나 대부분 대답은 “대학생 놀러가는데 왜 돈을 대달라는 건가?”였다.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기업이 원하는 방식이 어떤 것인지 경험하게 됐고, 이를 통해 여행의 목적과 의미를 되짚어볼 수 있었다.

박씨는 “‘공감과 소통’ 이라는 21세기 화두 속에서 학점과 취업이 아닌 동시대를 살아가는 세계 대학생들과 인간적 교감을 찾고 싶었다”고 했다. 마침내 2007년 3월 9일, 8개월 준비 끝에 중국 상하이 푸단대학에 첫발을 디뎠다. 이들은 165일간 18개 나라 19개 대학을 방문했다. 한 도시에서 일주일 정도 머물며 대부분의 시간을 대학에서 보냈다.

“대학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도서관에 한국 소개 서적을 기증했어요. 한국을 알리기 위해서요. 그리고 밥은 꼭 학교에서 먹으려고 애썼어요. 밥을 같이 먹으면 금세 친해지잖아요?” 물론 학교의 입학처나 국제관계부에 꼭 들러 입학 정보도 챙겼다.

“에펠탑에서 사진 찍고, 이탈리아에서 파스타 먹는 그런 여행에서 벗어나 스스로 만들어가는 여행을 하고 싶었어요. 가장 자유로운 순간인 여행에서 자유를 그렇게 허비하고 싶진 않았거든요.” 그들은 말 그대로 ‘길 없는 길을 따라’ 세계 대학을 일주했다.

“우리는 정말 많은 걸 배우고 느꼈어요. 가령 이런 것들이죠. 왜 방콕의 카오산이 방콕을 대표할 수 없는지, 싱가폴 사람 제이슨이 왜 흡연 금지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며 눈물을 흘렸는지, 폴란드에는 왜 한국의 향기가 남아 있는지, 한국이 왜 기회의 땅이라고 사람들은 믿는지….”

이들의 세계대학 일주는 짐바브웨 하라레의 짐바브웨대학을 끝으로 지난해 초가을 마무리됐다. 이들은 <캠퍼스 로드>(세종출판)란 제목으로 세계대학 답사기를 최근 펴냈다. 1년 새 박씨는 대학원을 졸업하고 사회 진출을 앞두고 있다. 권용태씨는 한때 접었던 기자의 꿈을 위해 공부 중이며 김성탄씨는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다.


바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그들의 꿈은 계속된다. “우리가 방문했던 세계 19개 대학의 친구들을 하나의 지도에 담아 보려 합니다. 남대문시장에서 소주에 매콤한 볶음을 먹고 간 싱가포르의 제이슨, 방학이면 한국에서 시간을 보내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토마스, 그리고 최근 비상사태를 맞고 있는 타이의 나(Na)를 타이판 싸이월드에 초대해 인연을 이어가는 것, 이러한 작은 관계와 소통 하나하나가 바로 우리들의 계속되는 여행입니다.”

이상기 선임기자 amigo@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