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1.10 20:42
수정 : 2008.11.10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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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복 디자인 전문업체를 운영하는 조근주씨가 10일 오후 서울 중구 평화시장 안 자신의 가게에서 주문제작한 한 대학교의 야구 점퍼를 정리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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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학과마다 차별화 경쟁 치열
대학·학과별 단체복으로 자리잡은 ‘야구 점퍼 스쿨룩’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학생들을 상대로 점퍼 디자인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이는가 하면, 차별화를 위해 ‘튀는’ 색깔을 선점하려는 경쟁도 치열하다.
경희대에서는 최근 점퍼를 둘러싸고 때아닌 ‘색깔 논쟁’이 일었다. 총학생회에서 내년 개교 60돌 기념으로 전교생을 대상으로 자주색과 진남색 점퍼를 맞추기로 했는데, 이미 자주색 점퍼를 채용한 체육대가 강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총학생회와 체대는 논란 끝에 “자주색 점퍼의 경우 학교 이니셜을 체대와는 다르게 한다”는 절충점을 찾았다. 이 학교 김병철 총학생회장(국제경영학 4)은 “우리 학교 상징색이 자주색인데, 단체복은 학교에 대한 소속감과 자부심을 표현하는 것이어서 이런 논란이 생긴 것”이라며 “총학생회에 점퍼 구입을 신청한 658명 가운데 자주색이 훨씬 더 많았다”고 말했다.
연세대 학생들은 ‘스쿨 유니트 프로젝트’를 해 학생들의 의견을 모은 뒤 이번 학기에 새 디자인의 점퍼를 맞췄다. 새 점퍼는 벌써 500여벌이나 팔렸다. 생활디자인과 학생회장 송아람씨는 “학생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해 보니, 기존 점퍼는 무겁고 배가 불룩해 체형에 맞지 않는다는 여학생들의 불만이 컸다”며 “교수님 조언을 얻어 이를 보완하는 디자인을 만들었고, 개인이 원하는 색에 맞게 생산하니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설문조사 결과 학생들은 점퍼를 입는 이유에 대해 ‘따뜻하다’와 ‘학교 로고가 있어 자부심을 느낀다’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학생들은 야구 점퍼에 잘 쓰지 않는 분홍색을 택했다. 지난해 처음 맞춰 입었는데 반응이 좋아 얼마 전 40벌을 더 만들었다. 이 학과 학생회장 조현영(22)씨는 “평범한 색을 피하려 고민하다 분홍색 도안을 짰는데 학생들이 ‘사랑스럽다’, ‘예쁘다’며 좋아해 그걸로 맞췄다”고 말했다. 이 학교 법학과 학생들은 보라색 점퍼를 맞춰 입고 있다. 야구 점퍼 제작업체의 조근주(35)씨는 “점퍼형 단체복이 지난해부터 인기를 끌더니, 올해는 색깔 차별화로 진화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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