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조선대·우석대 대리투표·고소고발 난립
학생들 외면·재단이권 악용에 부정선거 얼룩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한국사회의 앞날과 대학의 역할을 놓고 치열한 이념대결이 펼쳐졌던 대학 총학생회 선거가, 최근엔 각종 부정 시비로 파행을 겪고 있다. 학생들의 무관심 속에 대리투표 용지가 무더기로 발견되고, 총학생회장 후보가 폭행 혐의로 경찰에 고발 당하는 등 기성세대들의 선거비리가 무색할 정도다.
지난달 28일 저녁 총학생회 선거를 끝낸 세종대에서는 개표 때 한 투표함에 대리투표 용지 100여장이 한꺼번에 발견돼 개표가 중단됐다.
이 학교 선거관리위원회는 곧바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고, 예체대 선관위원장이자 학생회장인 신아무개씨와 예체대의 한 선거운동본부(선본) 운동원인 김아무개씨가 부정투표를 저지른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은 진상조사위에서 “투표율이 낮아 선거가 무산될까봐 투표가 시작된 지난달 25일부터 나흘 동안 투표율이 저조한 무용과, 산업디자인과 등의 선거인 명부에 대신 서명한 뒤 매일 20~30여장씩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대리투표 용지를 투표함에 넣었다”고 자백했다. 선관위원장을 맡은 이 학교 총학생회장 진재연(29·공과대4)씨는 “‘부정선거일 경우 재선거를 실시한다’는 선거 시행세칙에 따라 개강을 하는 내년 3월 재선거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학교본부에 부정선거를 진행한 학생들의 징계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선대는 지난달 20일 총학생회 선거 당선자를 발표했다가, 대리투표 논란이 일어 당선이 취소됐다.
선관위가 대리투표로 의심되는 1180여표를 무효처리하면서, 당선자였던 ‘진심가득’ 선본의 유효 투표율이 과반에 못미쳐 선거 자체가 무효가 된 것이다. 조선대는 지난 11일부터 재선거에 들어갔다. 경북대도 투표선거인명부의 대리서명 등 대리투표 의혹이 불거지자 개표과정에서 708표를 무효처리했고, 강원대는 한 단과대 학생회장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라며 투표소까지 따라 들어갔다는 주장이 학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우석대에서는 선거 과정에서 벌어진 폭력시비로 경찰 고발까지 되는 상황이 빚어졌다. 지난달 27일 한 선본이 개표 과정에서 “선관위원장이 경쟁 선본 운동원과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았다”며 공정성 의혹을 제기하며 개표 중단을 요구하다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학교 선관위원장 임아무개씨는 특정 후보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전북 완주경찰서에 고발장을 냈고, 보다 못한 대학 학생처가 이달 초 선관위원들과 중재회의를 열었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문화콘텐트학)는 “대학 선거에서 나타나는 각종 부정들 때문에 학생들이 학생회를 더 외면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다 보면, 대학 학생회가 다시 재단이나 외부단체의 이권을 위해 악용되는 식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학생회 스스로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참신한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한겨레 주요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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