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11.24 20:12
수정 : 2015.11.24 20:12
검찰, 눈감아준 원저자 등 곧 기소
재판결과 따라 무더기 퇴출될수도
남이 지은 책을 표지만 바꿔 자신의 저서로 둔갑시켜 출간하거나 이를 묵인한 대학교수 200여명이 검찰에 적발됐다. 입건된 교수들은 국·공립대와 서울의 유명 사립대를 포함해 전국 50여개 대학 이공계 교수들로 각종 학회장도 있다. 검찰은 다음달 중 이들 대부분을 기소할 방침이어서 재판 결과에 따라 해당 교수들의 퇴출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의정부지검 형사5부(부장 권순정)는 이른바 ‘표지갈이’ 수법으로 책을 내거나 이를 눈감아준 혐의(저작권법 위반·업무방해)로 전국 50여개 대학 교수 200여 명을 입건했다고 24일 밝혔다. 표지갈이를 알면서도 새 책인 것처럼 발간해준 3개 출판사 임직원 4명도 입건됐다.
입건된 교수들은 전공서적 표지에 적힌 지은이 이름을 자신의 이름으로 바꿔 새 책인것처럼 출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일부 교수는 의심을 피하려고 책 제목에 한 두 글자를 넣거나 빼는 수법을 썼다.
표지갈이는 책을 쓴 원저자와 가짜 저자, 출판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탓에 전국 대학에서 만연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원저자는 이공계 서적을 꺼리는 출판계 특성 때문에 앞으로 책을 낼 출판사를 확보하고자 표지갈이를 묵인했고, 가짜 저자는 소속대학의 재임용 평가를 앞두고 연구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출판사는 비인기 전공서적 재고를 처리하는데 표지갈이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교수들이 다른 곳에서 책을 내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으려는 출판사의 의도도 있었다고 검찰은 전했다.
입건된 교수들은 논문 표절과 벌금 300만원 이상을 선고받은 교수를 재임용하지 않는다는 각 대학의 방침에 따라 재판 결과에 따라 대학 강단에서 무더기 퇴출될 수도 있다. 김영종 의정부지검 차장검사는 “저작권법 다툼 사건을 수사하다가 뜻밖에도 교수 200여명의 파렴치한 범죄행위를 확인했다”며 “일반독자도 있는 인문·사회과학 쪽과 달리 이공계 전공서적은 수강 학생 수십~수백명 만으로 독자가 한정돼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의정부/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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