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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12.01 19:46 수정 : 2015.12.02 18:22

김건중 동국대 부총학생회장

논문표절 시비·문화재 절도 의혹
터져나오자 총학생회에서 퇴진 운동

단식 김건중 부총학생회장 상태 심각
30kg 빠져 심한 저혈압 등 후유증
불교계·학내 구성원들도 동조단식
3일 이사회에서 해임 여부 결정

“힘들어.” 모기 소리만큼 들릴 듯 말 듯하다.

육신의 힘듦은 이미 한계를 넘었다. 누워 있어도 심한 어지럼증에 괴롭다. 몸의 독소가 피부로 빠져나온 탓인지 온몸에 붉은 반점이다. 냄새에 극히 민감해져서 누구도 가까이 오는 것을 싫어한다. 이미 온몸의 근육은 허물어졌다. 혈당도 정상치의 반으로 떨어졌고, 심한 저혈압이다. 몸 군데군데 통증이 심하다. 모두 단식의 후유증이다.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이사장인 일면 스님과 총장인 보광 스님의 동반 퇴진을 요구하며 1일로 48일째 단식 중인 김건중(25·정외과 3) 동국대 부총학생회장은 이미 시선의 초점이 흐릿했다. 물과 효소만 먹다가 이틀 전부터는 꿀물을 간신히 마시고 있다. 90㎏이던 몸무게는 이미 30㎏ 빠진 상태다. 그를 진찰한 의사는 단식을 현 상태에서 중단해도 심한 후유증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씨의 목숨을 건 단식은 지난해 말 동국대 학내 사태에서 비롯됐다.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은 지난해 12월 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다수표를 받은 김희옥 당시 총장을 사퇴시키고, 자신의 총무원장 선거대책위원장이던 보광 스님을 총장으로 밀었다. 지난 5월 총장으로 임명된 보광 스님은 논문 표절 시비가, 이사장인 일면 스님은 사찰에서 문화재인 탱화를 절도한 의혹이 각각 제기되면서 총학생회는 보광·일면 퇴진운동에 나섰다. 일면 스님은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도 맡고 있다.

비운동권 출신으로 총학생회 간부가 된 김건중씨는 재단 반대 운동에 나서면서 자신의 전자학적부부터 고쳤다. 가족들의 휴대전화 번호도 모두 지웠다. 학교 쪽이 가족들을 동원해서 자신을 설득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김씨가 단식에 들어가자, 학교 쪽은 부모를 찾아가 자식을 설득해줄 것을 부탁했다. 김씨의 어머니는 “내 아들이지만 부모 마음대로 살라고 할 수 없다”며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고통을 받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했다. 그의 아버지는 “고생하고 있는 아들이 가족을 보면 마음이 약해진다”며 단식하는 아들을 찾아보지 않았다고 한다.

단식 한 달째인 보름 전, 교수들은 그를 억지로 응급실로 데려갔다. 강제 입원시켜려고 했으나 그는 한 시간 만에 병원을 탈출해 단식하던 천막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한참을 울었다고 한다. 평소 밝고 낙천적인 성격이었기에 통곡하는 그가 생소했다고 한다. 동조 단식 22일째인 한만수 교수(국어국문과)에게 그는 “이사장과 총장이 학생들을 너무 무시하는 것이 슬펐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불교계와 학내 구성원들은 릴레이 동조 단식에 나서고 있다. 동국대 이사직을 사임하고 단식 이틀째인 미산 스님은 “한 생명이 죽어가는 것을 그냥 볼 수 없어 동조 단식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불교계에서 덕망이 높은 일지암 법인 스님과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도 전날부터 단식에 동참했다. 한만수 교수는 “총장은 단식 33일 만에, 이사장은 단식 42일 만에 단식장을 찾아보는 무관심을 보였다”고 탄식했다. 이미 45일간 조명탑에서 고공농성을 했다가 내려온 최장훈(30) 대학원학생회장은 “3일 이사회에서 일면, 보광 스님의 이사직 해임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일말의 여지 없이 투신자살하겠다”고 호소문을 발표했다. 대학 본관 담벼락에는 ‘자비는 경전에만 있는 건가요’ ‘김건중을 살립시다’ 등의 대형 펼침막이 걸려 있다. 농성장 주변엔 ‘어디 가서 불교 신자, 동국대 학생이라고 말하기 부끄러워요 ㅠ’ ‘힘내세요,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등의 응원 메시지가 붙어 있다. 법인 스님은 “조계종 지도부가 동국대 총장 선출에 개입하면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가 한 학생을 생명을 위협하는 지경에까지 몰아넣었다”며 “학교 당국과 이사회가 용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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