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12.22 20:00
수정 : 2015.12.22 20:00
대학 인문역량 강화계획 발표
교육부, 20여개 대학에 5억~40억씩
‘글로벌 지역학’ 등 5개 모델 제안
수요 맞춰 학과·교육과정 개편 유도
일부서 “돈되는 인문학 지원” 비판
정원감축 등에 가산점 부여도 논란
교육부가 인문학 진흥을 위해 대학에 3년간 매년 6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최근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인문학 분야를 돕기 위한 정책이지만, 일각에서는 정부 지원 기준이 ‘돈되는 인문학’에 맞춰져있어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교육부는 2016년부터 3년간 20~25개교를 선정해 학교당 5억~40억원씩 연간 600억원을 지원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대학 인문역량 강화사업’(코어·CORE) 기본 계획을 발표했다. 이달 말 권역별로 사업 설명회를 열어 내년 1~2월 사업계획서를 접수하고, 3단계 평가를 거쳐 내년 3월께 수도권과 지역을 구분해 대학을 선정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이를 통해 대학들이 사회 수요에 부합하는 인문학을 육성하는 쪽으로 인문계열 학과 및 교육과정을 개편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사업 신청에 필수적인 ‘인문학 발전계획 수립’에 참고가 될 발전 모델 다섯개를 제안했다. 첫째는 글로벌 지역전문가 육성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지역학’인데, 언어권별로 지역학 교육(언어+철학+문화 등)과 연구거점(학과+연구소 등) 구축이 가능하도록 학과구조와 교육과정을 개편한다. 실용학문 분야와 융합전공 확대를 위한 ‘인문기반 융합’ 모델은 인문학과 철학·정치학·경제학 등 다른 학문을 결합한 융합 교육과정을 개설한다. 기초학문 분야 우수인재 양성에 중심을 둔‘기초학문 심화’ 모델은 학·석사 통합과정을 만들어 기초학문 후속세대를 육성한다. 전 계열 학생에게 인문 교양교육을 하는 ‘기초교양대학’ 모델도 있다. 교육부는 네 가지에 더해 대학 자체 모델을 만들어 참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계에서는 정부의 인문학 지원 자체는 반기지만 급조된 융합학과 신설 등 구조조정이 뒤따르는 방식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수연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교육부가 제시한 발전계획을 보면 한마디로 ‘돈 되는 인문학’을 지원하겠다는 뜻이고, 거기에 맞춰서 대학 교육과정을 개편하라는 것”이라며 “기업 구조조정 같은 방식으로 대학의 인문정신과 인문학이 강화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영준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양교육연구소장은 “교육부가 현실적인 관점으로 자꾸 대학들에 변화를 요구하는 바람에 우리나라에 대학 학과가 1만4000여개나 된다”며 “국가가 또다시 표피적이고 단기적인 목표를 설정해 인문학을 육성하겠다는 것은 비인문학적인 대증요법”이라고 우려했다.
교육부가 사업평가 기준 중에 인문학 육성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국립대 총장 직선제 폐지’(대학구성원참여제 운영)와 대학구조개혁평가에 따른 정원감축을 포함시킨 것도 논란거리다. 이영 교육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교육부가 가지고 있는 정책 수단이 제한적이어서, 재정지원 사업에 일정 정도 추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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