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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개체수 크게 줄어 토종 개구리는 물론 뱀까지 먹어치우던 ‘생태계의 무법자’ 황소개구리가 새로운 포식자들의 먹잇감이 되면서 최근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심재한 한국 양서·파충류 생태연구소 소장은 14일 환경부 의뢰로 지난해부터 해온 ‘황소개구리 감소 요인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서 이렇게 밝혔다. 황소개구리 밀도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광주·전남 지역의 5곳과 비교 지역으로 서울·경기 두 곳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황소개구리를 알이나 올챙이, 성체 단계에서 포식하는 동물은 모두 22종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참조> 국내에 들어온 지 30여년이 지나면서 생소하던 황소개구리에 대한 거부감을 극복한 포식자들이 기회가 닿는 대로 수가 늘어난 황소개구리를 공격하게 됐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새로운 포식자로는 최근 부쩍 늘어난 너구리와 백로·논병아리·해오라기 등 조류, 그리고 알과 올챙이를 잡아먹는 소금쟁이와 잠자리 애벌레 등이 꼽힌다. 흥미로운 것은, 같은 북미산 외래종인 붉은귀거북(청거북), 큰입배스, 파랑볼우럭(블루길) 등이 토종보다도 유력한 포식자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모든 조사 지역에 사는 것으로 밝혀진 큰입배스와 파랑볼우럭은 메기와 가물치보다 수가 많아 황소개구리의 주요한 포식자로 떠올랐으며, 붉은귀거북은 토종인 남생이가 황소개구리 올챙이를 거들떠보지 않는 데 비해 이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에 확산되던 황소개구리는 최근 몇 해 사이 한창 많을 때보다 70% 이상 줄어 그 원인에 관심이 모아졌다. 1996년 국립환경연구원 조사에서 전남지역은 ㏊당 86.6마리로 전국에서 황소개구리 밀도가 가장 높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약 7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황소개구리가 도입된 기간이 짧은 전남 고흥군 동강면 침교리 농수로에서는 다른 조사지역보다 5배 가량 많은 10㎡당 1마리꼴로 발견됐다. 2000년까지 황소개구리의 산란이 확인되던 서울 서초구 양재천에서도 황소개구리는 자취를 감추고 대신 두꺼비 산란이 확인됐다. 경기도 양수리의 팔당호에서도 개체 수가 크게 줄어 2~3년 전부터 어민들이 놓은 정치망에 황소개구리 대신 붉은귀거북이 잡히고 있다.
이 보고서는 새로운 포식자의 등장 이외에도 지속적인 포획, 서식지 파괴와 오염, 먹이 부족에 의한 동종 사이 포식, 근친교배 등이 황소개구리의 감소를 부른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 책임자인 심재한 박사는 “생태계 먹이그물에서 한 몫을 하는 황소개구리는 이제 미우나 고우나 멸종시킬 수 없는 우리 ‘식구’가 됐다”며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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